ADHD Girl Syndrome

성인 ADHD 극복기 (18)

by 란지

글감이 떨어졌다. 몇 주째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지 못해 답답했다. 변명을 하면 끝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바빴다. 일상을 온전히 살아내기 바빴다.


일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나의 모토대로 잘 흘러가는 중인데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환경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가고, 대표가 바뀌는 등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럽지만 언젠가 귓등으로 들은 것처럼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요즘이다.


주말에는 푹 쉬지 못한다. 천성이 어수선한 사람이라 낮잠을 자려고 누워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잠에 쉽사리 빠지지 못하고, 어쩌다 잠에 든다 해도 빨리 깨기 일쑤이다. 예로, 지난주에는 개인적인 약속이 없어서 주말에 낮잠이라도 자보자 하고 누웠는데 세상에,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주말에는 쉬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덜컥 주말 아르바이트를 잡았다.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애매한 시간이지만 애매하게 흘려보내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 면접을 봤고, 이번 주부터 나가기로 했다.


나는 근사하게 말하자면 보건계열에서 일하는 중이라 토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한다. 토요일 2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점심은 뒷전, 낮잠을 자볼까, 느슨하게 풀어질까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역시나. 잠자는 데는 실패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어찌 보면 자극적인 일상에 절여져 있어서 느슨하고 여유로운 주말의 게으름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한다. 움직이라고. ADHD 환자들의 고질병인 끝없는 자극추구, 감각과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손으로 계속 무언가를 만지거나, 만들고, 억지로 잠을 자다 보면 심한 두통에 또 약을 찾기도 한다.


어제는 현충일이라 하루 종일 잠을 잤다. 이상하게도 늦잠을 자고 그대로 쭉 자면 머리가 아프지는 않은데 하루가 몽롱하다. 콘서타를 안 먹어서 그런 것도 있다. 잠을 깨우는 루틴을 행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휴일이다 보니 나도 약에서 벗어나 좀 느긋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아무것도 못했다. 허무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휴일에도 똑같이 일어나서 약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잠만 자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흘러간 나의 하루가 너무나도 불쌍해서.


잠은 어떻게 해야 할까. ADHD 환자들은 항상 불면에 시달리거나 너무 많이 자거나 둘 중 하나이다. 건강한 수면이란 나와 동떨어진 시기가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새벽까지 사교육을 내리 달리느라 고등학생 때는 기면증이 생기기도 했다. 학교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잠이 드는 기이한 현상 때문에 수업시간에 내내 뒤에 나가 서서 쓰는 책상에 의지도 해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서 자는 엉뚱한 일을 저질러 버린 탓에 나는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늦게 자지 않으려고 평소에 노력한다. 주 2회 정도는 땀을 시원하게 내는 운동을 하기도 하고, 자기 직전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도파민 추구에 절여진 뇌는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낮시간에 휴대폰을 주로 보고 저녁에는 급하지 않은 연락은 보지도 않는다. 친구들의 원망이 들린다.


건강은 언제나 나의 1순위 관심사이다. 그렇지만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게 느껴진다.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걸 왜 해야 하지? 이렇게 해도 되나? 정답은 있지만 실천은 항상 어렵기 때문에 걱정이 앞설 때도 많다. 그럴 때일수록 돌아볼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걸 소홀히 한 이유는 내 건강을 돌이켜볼 시간을 가진 것이라고 위로하고 안도해 본다. 휴, 비타민이나 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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