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갑상선기능저하증 근본원인 중 하나는?

프로게스테론'의 숨겨진 역할

임상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매우 빈번하게 마주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선생님,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합니다. 신지로이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고요. 그런데 피로감, 탈모, 체중 증가, 우울감은 왜 전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갑상선의 문제를 갑상선이라는 단일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만 해석하려 합니다. 하지만 내분비계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Trigger(방아쇠)' 중 하나가 바로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입니다.

오늘은 프로게스테론 결핍이 어떻게 갑상선 대사 경로를 차단하는지, 그 생화학적 기전을 TPO 효소 활성과 TBG(운반 단백질)를 중심으로 심도 있게 고찰해 보겠습니다.


1. 프로게스테론과 TPO 효소의 직접적 상관관계 (Direct Stimulation)

갑상선 호르몬이 합성되려면 갑상선 내에서 TPO(Thyroid Peroxidase, 갑상선 과산화효소)라는 효소가 필수적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TPO는 요오드(Iodine)를 산화시켜 티로신(Tyrosine)에 결합하게 함으로써 T4와 T3를 만들어내는 핵심 효소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프로게스테론은 이 TPO 효소의 기능을 상향 조절(Up-regulate)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갑상선이라는 공장에 원료(요오드)가 아무리 많아도, 기계를 돌리는 스위치(프로게스테론)가 꺼져 있다면 호르몬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40대 이후 여성이나 생리 불순이 있는 환자에게서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떨어지면, 덩달아 TPO 활성도가 저하되어 '임상적 갑상선 저하(Subclinical Hypothyroidism)'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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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반체의 역설: TBG와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

혈액 검사상 총 호르몬 양(Total T4)이 정상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생체 이용률'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갑상선 호르몬은 혈액 내에서 TBG(Thyroid Binding Globulin)라는 단백질 버스에 태워져 이동합니다. 문제는 이 TBG에 결합된 호르몬은 비활성 상태이며, 결합에서 풀려난 'Free T3, Free T4'만이 실제 세포 내로 들어가 대사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에스트로겐(Estrogen): TBG 수치를 증가시킵니다. (호르몬을 묶어두는 버스를 많이 만듦)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TBG 수치를 적절히 억제하여, Free Hormone(유리 호르몬)의 비율을 높입니다.


만약 프로게스테론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이 우세한 '에스트로겐 우세증(Estrogen Dominance)' 상태가 되면, 혈액 내 TBG가 과도하게 증가합니다. 결과적으로 갑상선 호르몬들이 모두 TBG에 묶여버려, 정작 세포가 쓸 수 있는 자유 호르몬(Free form)은 고갈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수치는 정상인데 증상은 심각한 '기능적 저하증'의 원인입니다.


3. 부신 피로와 "Pregnenolone Steal" 현상

그렇다면 프로게스테론은 왜 부족해질까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만성 스트레스와 코르티솔(Cortisol)입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존을 위해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대량 생산해야 합니다. 이때 코르티솔과 프로게스테론은 '프레그네놀론(Pregnenolone)'이라는 동일한 전구체를 공유합니다. 생존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우리 몸은 프로게스테론을 만들 재료까지 모두 코르티솔 생성에 쏟아붓습니다. 이를 '프레그네놀론 훔치기(Pregnenolone Steal)'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프레그네놀론 스틸(Pregnenolone Steal)' 이론이 생리학적으로 다소 부정확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부신 피질 내에서 코르티솔과 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구역(Zone)이 서로 독립적이라 전구물질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은 원료가 고갈되어서가 아니라 효소 활성도의 변화나 뇌-부신 축(HPA Axis)의 신호 조절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논거입니다.


즉, 재료를 물리적으로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신체가 스스로 생식 호르몬 생산 스위치를 '끄는' 적응 반응으로 해석하는 것이 현대 의학의 더 정밀한 시각입니다.


이론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프로게스테론이 고갈되는 현상은 공통적입니다. 이는 다시 TPO 활성 저하와 TBG 증가로 이어져 갑상선 기능을 무너뜨리는 악순환(Vicious Cycle)이 완성됩니다.


4. 임상적 제언: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단순히 TSH 수치만으로 갑상선 건강을 판단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입니다. 만약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갑상선 증상이 있다면, 다음의 지표들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Full Thyroid Panel: TSH뿐만 아니라 Free T3, Free T4, Reverse T3, 그리고 TBG 수치를 확인하십시오.

Hormone Mapping: 생리 주기에 따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을 확인하여 배란 여부(무배란성 월경)와 황체기 결함을 파악해야 합니다.

Adrenal Function: 코르티솔 수치 확인을 통해 부신 기능 저하가 프로게스테론 결핍을 유발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5. 결론

갑상선 호르몬과 성호르몬은 독립된 시스템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의 대사를 조절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이 충분해야 갑상선호르몬이 최적으로 작동한다."


이 명제를 기억하시고, 증상의 원인을 갑상선 밖에서 찾아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순한 호르몬 보충(Replacement)을 넘어, 내 몸의 대사 균형을 맞추는 근본적인 접근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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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체크리스트] 내 갑상선 문제, 혹시 '프로게스테론' 때문일까?

갑상선 약을 복용 중인데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거나,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는데 몸이 계속 아프다면 다음 항목들을 체크해 보세요.


단순한 갑상선 문제가 아니라, 프로게스테론 결핍이 유발한 '기능적 갑상선 저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PART 1. 치료 저항성 (Treatment Resistance)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 ] 갑상선 호르몬제(신지로이드 등)를 먹고 있지만 피로감, 부종이 여전하다.

[ ] 병원에서는 TSH 수치가 정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저하증 증상을 느낀다.

[ ] 다이어트와 식단 조절을 해도 체중이 빠지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다.

[ ] 손발이 차고 추위를 심하게 타는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


PART 2. 생리 및 주기 관련 (Cycle & PMS)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황체기)에 분비됩니다. 이 시기의 증상이 핵심입니다.

[ ] 생리 예정일 3~7일 전부터 갈색 냉이나 부정 출혈(Spotting)이 비친다.

[ ] 생리 주기가 25일 이하로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 ] 생리 전 일주일(황체기) 동안 피로감이 급격히 심해지고 몸이 붓는다.

[ ] 생리 양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덩어리 혈이 보인다. (에스트로겐 우세 징후)

[ ] 배란기 이후 유방 통증이나 팽만감이 심하다.


PART 3. 수면 및 정서 (Sleep & Mood)

프로게스테론은 천연 진정제 역할을 합니다.

[ ] 잠들기는 하는데, 새벽에 자꾸 깬다. (수면 유지 장애)

[ ]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며, 신경이 날카롭다.

[ ] 출산 후 갑상선 수치에 이상이 생겼거나 우울증이 왔다.

[ ] 임신이 잘되지 않거나(난임), 임신 초기 유산 경험이 있다.


✅ 체크 결과 확인

3개 이하: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일 수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를 권장합니다.

4개~7개: '프로게스테론 부족'이 의심됩니다.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방해받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8개 이상: 심각한 '에스트로겐 우세증'과 '기능적 갑상선 저하'가 동반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호르몬의 단순 수치뿐만 아니라 대사 균형을 보는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Tip: 병원에 가신다면 단순히 "갑상선 검사해주세요"라고 하기보다, "갑상선 정밀 패널(Free T3, Free T4, 항체 검사)과 함께 생리 주기에 맞춘 여성 호르몬 검사를 같이 받아보고 싶습니다"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능의학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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