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장 건강의 중요성
갑상선 호르몬제나 부인과 약물을 장기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부종, 피로,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임상에서 자주 접합니다. 우리는 흔히 호르몬의 문제를 해당 내분비 기관(갑상선, 난소 등)의 단독 결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호르몬 대사의 전체 사이클을 조망할 때, 가장 결정적인 '병목 현상(Bottleneck)'이 발생하는 지점은 바로 간(Liver)과 담낭(Gallbladder)입니다.
오늘은 호르몬 대사 과정에서 간담도계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역할과, 담즙 정체(Cholestasis)가 어떻게 내분비 교란을 일으키는지 그 기전을 상세히 서술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몸에서 생성되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호르몬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역할을 다한 호르몬은 반드시 대사(Metabolism) 과정을 거쳐 배출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의 90% 이상이 간에서 이루어집니다.
1단계 해독 (Phase I - Cytochrome P450): 지용성인 호르몬 독소를 산화, 환원, 가수분해 반응을 통해 화학적으로 변환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며, 적절한 항산화제가 필요합니다.
2단계 해독 (Phase II - Conjugation/포합): 1단계를 거친 중간 대사물은 여전히 독성이 강합니다. 간은 여기에 글루쿠론산, 황산, 아미노산 등을 결합(포합)시켜 '수용성(물에 녹는 성질)'으로 변화시킵니다.
이렇게 수용성으로 변환된 호르몬 대사체는 비로소 '담즙(Bile)'이라는 운반체에 실려 담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즉, 간 기능이 떨어지면 '다 쓴 호르몬'을 처리할 수 없어 혈액 내 호르몬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많은 분들이 담낭을 단순한 주머니로 생각하지만,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묽은 담즙을 5~10배 농축하여 저장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지방이 포함된 식사를 하면 십이지장에서 CCK(콜레시스토키닌)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담낭을 수축시킵니다. 이때 농축된 담즙이 쏟아져 나오며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합니다.
지방의 유화(Emulsification): 지방을 잘게 부수어 소화 효소가 작용하게 함.
독소 배출(Excretion): 간에서 처리된 노폐물(잉여 에스트로겐, 환경호르몬, 콜레스테롤)을 장으로 운반하여 대변으로 배출.
문제는 간과 담낭의 기능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장간 순환(Enterohepatic Circulation)의 오류'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간 → 담즙 → 장 → 대변]의 경로로 배출되어야 할 에스트로겐이, 담즙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장내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Beta-glucuronidase 효소 활성 증가) 장 점막에서 다시 혈액으로 재흡수됩니다.
이것이 에스트로겐 우세증(Estrogen Dominance)을 심화시키는 핵심 기전입니다.
담즙의 끈적임(Biliary Sludge): 과도한 에스트로겐은 담즙 내 콜레스테롤 포화도를 높여 담즙을 끈적하게 만듭니다.
담낭 운동성 저하: 반대로 프로게스테론 불균형은 담낭의 수축력을 떨어뜨립니다.
결국 "호르몬 불균형 → 담즙 정체 → 독소 배출 실패 → 호르몬 재흡수 → 호르몬 불균형 심화"라는 악순환(Vicious Cycle) 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분들도 간을 주목해야 합니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대부분은 비활성형인 T4입니다. 이것이 우리 몸에서 실제로 쓰이려면 활성형인 T3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T4에서 T3로의 전환(Conversion) 중 약 60% 이상이 간에서 일어납니다. (나머지는 장과 신장 등에서 발생).
간 기능이 울혈 되어 있거나 지방간 등으로 기능이 저하되면,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T3 전환율이 떨어져 임상적으로는 갑상선 저하 증상(만성 피로, 추위 탐, 체중 증가)을 겪게 됩니다.
담석증 등으로 담낭을 제거한 경우,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하는 기능이 사라집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묽은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줄줄 새어 나오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경우 식사 시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담즙을 한꺼번에 분비하지 못하므로, 지질(Lipid) 소화 흡수율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중요한 점은 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의 주 원료가 바로 '콜레스테롤(지방)'이라는 것입니다. 지방 흡수 장애는 장기적으로 호르몬 생성의 원료 부족을 초래하여 내분비계 전반의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불균형을 단순히 호르몬 수치 조절로만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호르몬의 '생성(합성)'뿐만 아니라 '대사(해독)'와 '배출(담즙)'이라는 전체 프로세스가 원활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만성적인 호르몬 질환을 앓고 계신다면, 다음의 요소들을 반드시 체크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방 소화 능력: 식후 더부룩함, 가스, 묽은 변, 지방변 여부
담즙 순환: 우상복부의 불쾌감, 쥐어짜는 듯한 통증
장내 환경: 변비(독소 재흡수의 주원인) 여부
간과 담낭의 기능을 회복시켜 담즙의 흐름(Bile Flow)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호르몬 균형을 되찾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강력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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