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DNMT를 폭주시키는가?

DNMT 폭주의 네가지 주범

우리는 앞서 DNMT가 '종양 억제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버려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이어야 할 DNMT가 왜 갑자기 과도하게 활성화(Overexpression)되어 폭주하는 걸까요?

최신 연구들이 밝혀낸 DNMT 폭주의 4가지 주범을 공개합니다.


1. 나쁜 신호 전달자들 (Oncogenic Signaling)

암세포 내부의 '통신망'이 고장 나면서 DNMT에게 "계속 일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내립니다.

RAS/MAPK 경로: 대표적인 암 유발 신호 경로입니다. 이 신호가 켜지면 DNMT 유전자를 자극해 효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게 합니다.

IL-6와 STAT3 (염증 신호): 만성 염증이 암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죠? 염증 물질인 IL-6가 나오면 STAT3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녀석이 DNMT1의 생산을 직접적으로 촉진합니다. 즉, **"몸에 염증이 생김 → DNMT 증가 → 암 억제 유전자 꺼짐 → 암 발생"**의 연결고리가 형성됩니다.


2. 폭군 지휘관: 전사 인자 (Transcription Factors)

DNMT 효소 자체를 만들어내는 '설계도(유전자)'를 과도하게 읽어들이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c-MYC (씨-믹): 암 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악당'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c-MYC이 과도하게 발현되면 DNMT3A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암세포 성장에 방해되는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꺼버립니다.

Sp1: 평소에는 필요한 유전자를 켜는 역할을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DNMT 유전자에 달라붙어 DNMT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립니다.


3. 고장 난 브레이크: 마이크로RNA (MicroRNA)의 실종

우리 몸에는 DNMT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RNA(miRNA) 입니다.

miR-29 (마이크로RNA-29): 정상 세포에서 이 RNA는 DNMT를 감시하며 "너무 많이 만들지 마!"라고 억제합니다.

암세포의 꼼수: 암세포는 이 miR-29를 파괴하거나 없애버립니다. 브레이크가 사라지니 DNMT 생산 공장이 24시간 풀가동되며 폭주하게 됩니다.


4. 외부의 적: 바이러스와 환경

외부 요인도 DNMT를 활성화합니다.

바이러스 감염: 간암을 일으키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나 자궁경부암의 HPV, 위암의 EBV 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 세포의 DNMT를 강제로 활성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메틸화)시킵니다.



요약: 악순환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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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암세포는 ①나쁜 신호(RAS, 염증)를 보내고 ②지휘관(c-MYC, Sp1)을 매수하며 ③브레이크(miR-29)마저 고장 내서 DNMT를 미친 듯이 활성화시킵니다.


이 때문에 DNMT 억제제를 쓰는 것은, 단순히 효소 하나를 막는 것을 넘어 암세포가 구축한 이 거대한 '유전자 침묵 카르텔'을 깨부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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