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MT 폭주의 네가지 주범
우리는 앞서 DNMT가 '종양 억제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버려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이어야 할 DNMT가 왜 갑자기 과도하게 활성화(Overexpression)되어 폭주하는 걸까요?
최신 연구들이 밝혀낸 DNMT 폭주의 4가지 주범을 공개합니다.
암세포 내부의 '통신망'이 고장 나면서 DNMT에게 "계속 일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내립니다.
RAS/MAPK 경로: 대표적인 암 유발 신호 경로입니다. 이 신호가 켜지면 DNMT 유전자를 자극해 효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게 합니다.
IL-6와 STAT3 (염증 신호): 만성 염증이 암이 된다는 말 들어보셨죠? 염증 물질인 IL-6가 나오면 STAT3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녀석이 DNMT1의 생산을 직접적으로 촉진합니다. 즉, **"몸에 염증이 생김 → DNMT 증가 → 암 억제 유전자 꺼짐 → 암 발생"**의 연결고리가 형성됩니다.
DNMT 효소 자체를 만들어내는 '설계도(유전자)'를 과도하게 읽어들이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c-MYC (씨-믹): 암 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악당'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c-MYC이 과도하게 발현되면 DNMT3A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암세포 성장에 방해되는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꺼버립니다.
Sp1: 평소에는 필요한 유전자를 켜는 역할을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DNMT 유전자에 달라붙어 DNMT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립니다.
우리 몸에는 DNMT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RNA(miRNA) 입니다.
miR-29 (마이크로RNA-29): 정상 세포에서 이 RNA는 DNMT를 감시하며 "너무 많이 만들지 마!"라고 억제합니다.
암세포의 꼼수: 암세포는 이 miR-29를 파괴하거나 없애버립니다. 브레이크가 사라지니 DNMT 생산 공장이 24시간 풀가동되며 폭주하게 됩니다.
외부 요인도 DNMT를 활성화합니다.
바이러스 감염: 간암을 일으키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나 자궁경부암의 HPV, 위암의 EBV 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 세포의 DNMT를 강제로 활성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메틸화)시킵니다.
결국 암세포는 ①나쁜 신호(RAS, 염증)를 보내고 ②지휘관(c-MYC, Sp1)을 매수하며 ③브레이크(miR-29)마저 고장 내서 DNMT를 미친 듯이 활성화시킵니다.
이 때문에 DNMT 억제제를 쓰는 것은, 단순히 효소 하나를 막는 것을 넘어 암세포가 구축한 이 거대한 '유전자 침묵 카르텔'을 깨부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