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노래가 무슨 삶의 위로씩이나 돼'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기가 있다. 그 시기가 끝없이 긴 사람도 있고 잠깐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는 잠깐인 사람인 것 같고, 그 잠깐은 바로 지금이다. 나는 지금 취업 준비생이다. 2016 말 대학교를 수료하고 ( 아직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않았다. 학교에 적은 걸어둬야 자그마한 소속감이라도 있어서 덜 불안하니까) 말 그대로 백수가 됐다. 언론에서 맨날 심각한 문제라고 떠드는 대졸 취준생이 된 것이다. 25살에 대학교도 졸업한 성인은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기 민망하니까, 일단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알바는 꽤 적성에 맞았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했다. 나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을 미처 체감하지 못한 채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던 중 작년 7월이었나,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떤 인터뷰 영상을 보고 방탄소년단에 입덕 했다. 초반에는 한동안 정신을 놓고 달렸다. 역시 성공요인으로 활발한 소셜 미디어 활동이 꼽히는 그룹답게 떡밥이 넘쳐났다. 그때의 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부여잡고 액정을 바라보며 흐흐 웃곤 했다. 그렇게 가열차게 덕질을 하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백수 생활 몇 개월 만에 드디어 위기감이 든 것이다. 행복한 방탄소년단 세상에서 나와 내가 처한 현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둥지둥 토익 학원을 접수했다. 뭐든지 업계 1위 브랜드를 가장 신뢰하는 나는 집에서 왕복 세시간이 걸리는 종로 해커스 학원을 등록했다. 그렇게 오전에는 카페 알바를 하고 오후에는 토익 학원을 다니는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못 하겠다!’ 하며 알바도 12월까지만 하기로 했다. 하루에 고작 네 시간이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돈을 벌어다 주던 알바도 그만뒀겠다, 이제 정말 백수구나. 이제 진짜 취업하지 않으면 사회의 잉여생산물 같은 사람이 되는 거구나. 불안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다. 한달 후면 26살인데, 나는 1년간 뭘 한 걸까? 막막하고 답답했다. 12월의 어느 날, 나는 내 방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그때, 갑자기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생각났다. 멤버 중 슈가와 정국, 진이 부른 So Far Away. 노래를 재생해놓고 가만히 들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게 진짜 뭣 같은데
흔한 꿈조차 없다는 게 한심한 거 알어 다 아는데
하란 대로만 하면 된다며 대학가면 다 괜찮아
그런 말들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나 죽지 못해 살어
가사가 귀에 꽂히듯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 입덕 초기에 나의 유일한 아미(방탄소년단의 팬)인 친구가 자신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속으로 ‘무슨 아이돌 노래가 삶의 위로씩이나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 또한 삶이 힘든 시기에 그들의 노래가 생각났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기가 있다. 내 인생의 힘든 시기에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있어서 참 고맙다. 나는 그들 덕분에 덜 외롭고, 덜 힘들고, 덜 막막하다. 어떤 이에게는 유치하고 촌스러운 가사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진솔한 가사가 마음에 콕 박혔다. 내가 좌절해 무릎 꿇었을 때 그들의 노래는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아직도 취업을 하지 못 했다. 내 인생은 앞으로도 조금 더 힘들겠지.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내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한,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 방탄소년단의 'So Far Away'를 들을 수 있는 블로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