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뭐가 어때서!
유튜브에서 한 클립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인강 강사가 광역도시화를 설명하면서 도심과 멀어질수록 집값이 싸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면 이제 자이, 래미안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아니라 민들레, 철쭉 같은 이름의 아파트에 살게 된다고 했다. 현강생들은 ‘민들레’ 아파트 이름이 나오자 빵 터졌다. 종국에는 온습도 조절이 되는 비닐하우스에 살게 된다고 하면서 유머로 마무리지었지만 나는 이 클립 영상을 보면서 조금 불편했다. 강사는 크게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브랜드 아파트가 아닌 민들레 아파트에 살게 된다면 그건 돈이 없다는 거고, 그러면 웃음거리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강생들도, 나도 웃었으니까. 이윽고 불편해졌다. 아무리 웃기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런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인생에는 돈으로 결정되는 계급이 있고 민들레 아파트는 자이, 래미안보다 아랫 계급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나는 행복, 또 하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로 행복. 자이 살면 더 행복할까? 민들레 살면 더 불행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꽤 가난하게 살았는데, 행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난하다 부유하다의 기준은 각각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대학생 때 소득 분위 2분위가 떠서 대학교를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는 사실이 내가 평균보다 가난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다. 우리 가족은 소득이 많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불행한 일도 많이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간에 끈끈했고 행복하게 살았다. 내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려면 돈이 필수이고, 자이 살면 행복할거고 민들레 살면 불행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공감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계급.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계급을 내재화한다. 나도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를 깨달은 순간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그 누구도 돈이 없다고 웃음 받거나 실패한 인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안되기 때문이다. 민들레에 살든 자이에 살든 인간이 중요하고 사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 민들레에 산다고 실패한 삶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천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급을 나누지 않고 평등하게 존중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흔히 돌아오는 반응이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는 반응이다. 가령 내가 부유할 경우, ‘지는 자이 살면서 남들은 민들레에서 만족하라고 하네.‘ 라는 비아냥이 돌아오고. 내가 빈곤할 경우 ‘지는 자이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부러우니까 시기 질투하네.’ 라고 한다. 진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내 경제적 위치가 어떻든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삶의 행복과 충만감이 아파트 브랜드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주장은 내 삶으로 정면 반박이 가능하니까. 나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지금 내 곁에는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 애인, 친구들이 있다. 내가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나를 응원해줄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이정도면 성공한 거 아닌가? 나는 자이 안 살아도 행복하다! 다들 계급이 주는 족쇄에 목매지 말고 각자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