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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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놀이 이전에 외로움은 당연히 몸에 항상 붙어있는 팔다리 같은 것 이였지만 이제는 외로움이 카야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가슴을 짓눌렀다" p72
카야가 본래 가지고 있던 '외로움'. 그러다 테이트를 알게 되고 깃털 놀이를 하며 주고받는 마음과 함께 새롭게 느끼는 '외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습지에서 혼자 자라는 아이의 익숙한 외로움을 팔다리 같은 것으로 표현하다니. 본디 온전히 혼자 일 때는 그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게 또 누군가가 마음속에 싹트면 '외로움'이 마치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섬세한 감정의 디테일이 좋았다. 이런 디테일이 수려하고 화려한 문장으로 표현되었다고 하기보다는 캐릭터의 이야기 안에서 감정선을 집어주고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 같다.
이 독특한 소설은 카야를 3인칭 시점으로 설명한다. 오 불쌍하고 가여운 카야...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그 상황을 덤덤한 나레이션으로 풀어낸다. 마치 감정은 읽는 자의 몫인 것 처럼. 이런 다큐멘터리 느낌 때문에 오히려 내 상상력이 증폭되며 이야기에 스스로 몰입하게 되었다. 가난한 어린 소녀를 내버려 두는 어른들의 잔인한 무심함과, 이유 없는 반감으로 굳이 상처를 남기고야 마는 아이들의 천진한 폭력이 작가의 설명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이해되었다. 인간들의 악함은 설명보다는 이해가 더 마음속에 스며드는 법이다.
그리고 오래전 과거와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하더니 어느덧 그 시간 차가 좁혀지고 그게 다시 노년으로 점프하는 소설의 흐름이 매우 독특했다. 카야의 엄마와 가정 이야기를 하다가 죽은 이 남자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사람은 왜 죽었을까? 카야와는 무슨 관계일까? 읽으면서 이 시점에 카야는 몇몇 살쯤 되었겠군 하며 시차를 가늠하며 더욱 더 소설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책의 시작부터 카야는 어린시절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이야기고 이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히 말해 dead body부터 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나는 이런류의 인간이 누구한테 죽든 말든 상관이 없고 관심도 없었고 모든 사건의 정황이 그녀에게 맞아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절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마지막 정신이 번쩍 드는 반전의 순간까지 내게 카야는 가여운 아이였다. 카야 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렇게 재판에 관심이 없는 건지 빨리 감옥에서 그 아이가 풀려나가길 간절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몰두해서 읽어 나가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충격과 소설의 마지막 장쯤에 또 뒤집어지는 정황은 '오, 가여운 카야'를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마음속에 그려졌던 습지에서 자란 외로운 카야는 사실은 좀 더 원초적인 생존력을 가진 여자였다. 어떤 관점에서는 용기라고 부를까? 아니 내 생각은 뭐랄까 좀 더 본능 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 마지막 펀치를 날리러 오는 걸 두려워하고 초초해하는 여자아이보다 이런게 백배 나은 고등생물이지.'라는 생각. 본능이 살아있는 동물이라면 내가 물어야 하는 순간은 '망설인다'라는 전제 조건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그녀가 밀 때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굉장히 복합적으로 느끼게 해 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