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도 지지 않는 디자이너
눈에 보이는 것을 컨트롤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짜증 나는 순간은, 의견수렴 혹은 고객관점이라면서 이놈 저놈 이년 저년 모두가 자신이 맞다며 입으로 디자인하는 것들을 직관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을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視覺)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볼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감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보통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서 획득하는 정보의 80% 이상이 시각을 통해서 얻어진다고 한다.
- 눈과 시각, Science Times 사이언스 타임스 -
인간은 시각감각이 가장 발달했고 인지가 가장 쉽기 때문에 비주얼에 대한 개인의 의견도 확신에 차기 쉽다. 이것은 상사가 내 보고서에 맥락이나 인사이트를 더해주기 보다는 줄맞춤을 지적질하는 현상과 일맥상통하다. 맞춤법에 빨간펜을 치는 쾌감을 놓칠 수 없는 것처럼 눈 달린 것들이 한마디씩 거드는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일 이니까. (쌓인게 많습니다. 그러니 표현이 조금 거칠어도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의견의 이면에는 본인이 가장 자주 보고 익숙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익숙한 이미지가 맞다고 생각하거나 좋은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기기 쉽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디자이너이든 누구든 잘 만든 좋은 디자인을 자주 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what to see가 서서히 스며들어 그 사람의 시각적 수준을 완성한다. 예쁜 쓰레기라며 비아냥 거릴 것이 아니다. 디자인이 좋은 회사는 열이면 열 모두 직원들의 환경과 그 주변을 좋은 디자인으로 채워둔다.
짜증을 내기 전에 꼰대 상사가 주장하는 스타일을 다시 복기해서 그 사람의 시각적 수준이 몇년도에 멈췄는지로 한번 가늠해보자. 혹시 아는가 그 디자인을 보는 타겟유저도 그 상사와 같은 시대에 멈추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