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그리고 나

by 민주

25년 5월 17일 토요일 / 넷 째 날 / 로마 → 레체


기차역과 관광지. 이 곳은 전 세계 어딜가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한국의 북적임과 로마의 혼란스러움은 확실히 달랐다. 아! 여기가 바로 유럽이구나! 아시아의 어느 작은 반도, 그 남쪽 끄트머리에서 살다 온 나에게는 로마의 지하철 한 칸도 충격적이었다. 북적이는 지하철이 영 낯설지는 않지만, 이 곳의 인파는 질적으로 다르다. 바다 건너 중동 사람들, 위로부터 쭉쭉 내려오는 에우로페의 흩어진 후손들, 미국, 중국, 대륙의 인물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더니, 전 세계 대표 주자들이 로마의 지하철로, 광장으로, 뒷골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인류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거 완전 인간 비빔밥이잖아?’하고 유치한 상상을 했다. 그런데 그 재료들이 어찌나 싱그럽고 매력적인지! 어떤 무리들은 말을 하면서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흔들어대서 열 손가락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어떤 모리들은 삼나무만큼 크고 길죽한 몸집으로 약간 졸린 듯이 휘적휘적 걸어다녔다.

어떤 무리들은 몸을 꽁꽁 싸매고 가끔은 수줍게 가끔은 경계를 하며 두리번거렸고,

어떤 무리들은 태양을 삼킨 것처럼 세상 당당한 표정을 비춰보였다. (대개 그들이 삼킨 태양은 볼록한 뱃가죽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어떤 무리들은 너무나 흰 눈망울들이 슬퍼보이면서도 깨끗했으며, 어떤 무리들은 작지만 꼿꼿했다.


존재들의 향연 속에서 ‘나는?’하고 물었다. 그 물음에는 ‘나는 왜 하필 아시아 대륙 끄트머리의 아주 작은 반도, 침략의 요충지, 분단국가에 태어났을까?’라는 함의가 뒤따라온다. 로마행 비행기에서 내려 가장 먼저 했던 생각도 이것이었다. 왜 나는 한국에 태어났을까? 어떤 카르마가 있길래 왜 하필 작지만 펄펄 끓는 이 곳에 떨어졌을까? 그 이유를 이 머리로는 다시 기억해내기 어렵겠지만 열쇠구멍을 확인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뽀글 머리, 탄탄한 피부, 리듬감 있는 손짓, 그 사이의 미소들. 모든 존재들은 각자의 맛과 멋으로 아우성치고 있었는데, 모두 같은 소리의 다른 표현 같았다. 끌어 안고, 돌보고, 길을 찾고, 이끌어주고, 쉬어가고, 경탄하고, 고뇌하고, 도와주고, 궁금해하고... 그 속에는 사랑, 행복, 찬미가 숨어 있다. 우리는 하나의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태어난 곳 한국, 아시아의 생존 양식은 비교적 안으로 수렴하는 방향감을 준다. 이 곳 사람들은 지중해에 내리쬐는 태양 광선처럼 밖으로 뻗어나가듯 말을 한다. 그에 비해 내게 익숙한 대륙의 몸짓은 안으로 안으로,,, 조용히 조용히,,, 한 점으로 파고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팍! 하고 터지는, 그런 느낌을 준다. 음과 양, 지구 바깥에서 본다면 음양의 문의가 찍혀있을 것 같다.


그것을 성정으로 바꿔 말하자면, 친절함이라 해도 될까? (아니, 이 말씨부터!) 일본, 대만, 한국을 여행해보고, 지금은 이 곳에서 사람들은 유심히 관찰하다 느낀 개인적인 감상이다. 바닷바람이 몇 백년의 세월에 걸쳐 곶과 만을 만들 듯이, 가늠할 수 없는 시간에 걸쳐서 특정 지역에 특별한 성질이 빚어졌을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로, 콸콸콸. 성격의 원료가 쏟아지는 상상을 해본다. 그것에는 좋음도 나쁨도 없다. 오직 생명! 그 하나 뿐!


그런데 나는, 아주 작고 개인적인 나는, 갸웃거리는 지점이 있어서 글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리 조용조용, 아담아담, 차분차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중해에 떠 있는 태양만큼 크고 이글거리는 성질머리를 꿀떡 삼킨 것 같은데,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여기로, 여기로 힘을 모으는 법을 배우라고? 그리고 저기로, 저기로 힘차게 뻗어나가도록 도우라고?


관광지 앞은 늘 이 정도... 와글와글 우르르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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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앞 동네 카페에 가서 un cafe.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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