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lash (2014)

나의 위플래시에는 쉼표를

by 연경


Whiplash (2014)


Director : Damien Chazelle

Cast: Miles Teller, J.K. Simmons

OTT: Watcha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 그리고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교수. 최고의 연주를 위한 두 명의 광기를 보여주는 영화.


"I want to be great"

"and you are not?"

"I want to be one of the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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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센델은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회적 우연성, 노력할 수 있었던 환경, 기반, 타이밍 등 모든 것들에는 운(Luck)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앤드류의 경우는 어떨까.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교사로 전락해버린 아버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친척 가족들, 그다지 부잣집은 아니지만 평범하게는 살아가고 있는 경제적 환경 등. 앤드류는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자랐지만, 드럼에 재능이 있었고 최고의 음악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앤드류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다시 최고가 되기 위해 드럼에 몰두한다. 이 채찍질은 어떤 '운'(luck)마저도 뛰어넘고 성공하겠다는 앤드류의 집착일까.



앤드류의 독기

평범한 동네, 학교, 가족들 사이에서 그는 아마 '드럼 천재'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드럼에 자신있었고, 드럼을 좋아했기에 열심히 연습해서 뉴욕 최고의 명문인 셰이퍼 음악학교에도 입학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음악 천재들이 모이는 곳. 그는 더 이상 이곳에서 '천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에게 성공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그의 선생 플레처는 단숨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플레처의 독한 교수법에 따라 그만두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한 학생은 영화 속에서 의대로 편입한다.), 앤드류는 오히려 플레처에게 다시 한번 도전하기 때문이다.


“90세 때까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사는 것보단 34살까지 살고 모두에게 기억되는 게 훨씬 좋죠.” 라고 말했던 앤드류, “그래도 친구들에게는 기억되겠지.”라는 친척의 말에, “친구들이 찰리 파커는 아니잖아요.”라고 답했던 앤드류는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까지도 뛰어서 무대에 들어갔으며, 손에 물집이 터져 드럼 세트에 피를 튀기면서까지 연주를 했다. 앤드류 이전에 있었던 션 케이시라는 학생과 같은 궤도의 성장이다. 그 역시 앤드류처럼 플레처 교수에게 폭언을 들으며 성장했고, 결국은 링컨 센터에서 1등을 했다. 그리고 찰리파커가 조가 던진 심벌에 머리를 맞고 버드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독기를 품고 연습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션 케이시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자살했다. 과연 폭언, 폭행, 그리고 집착과 광기에 어린 노력과 성과들, 그 이후로도 발전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하는 상황들은 자극제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완성하고자 했던 위플래시(=채찍질)은 어떤 음악이었을까. 또 34살까지 기억되는 삶을 살고 죽는 것이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감독은 인터뷰에서 주인공 앤드류가 아마 슬프고 공허한 빈 껍데기 인간이 되어 30살의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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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완벽, 정점

능력주의 세상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인정을 갈구하다가 그것이 집착과 광기에 어리게 된다면, 우리 삶은 한 순간에 절망에 빠질 수 있다.


나 역시 앤드류와 같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고 지금도 종종 한다. 그래서 때로 높은 이상에 비해 보잘것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앤드류처럼 가족이나 친척의 인정이 아니라, 보편적인 타인의 인정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갉아먹는다면 잠시 멈추고 나를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지금 다른 길로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거기에 가겠다고 삶을 망가트리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기준,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가치들이 나의 삶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삶에는 최고가 되는 것 이외에도 다른 많은 가치들이 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위플래시에는 악보 중간에 쉼표를 넣겠다. 이상을 버리지는 말되, 현재의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결핍을 느끼고 무엇을 갈망하며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나의 목마름으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매일 이 갈증을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채찍으로 얼마나 메말라가는지. 그런 순간들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몇 장까지 연주했나 돌아볼 수 있도록. 조그마한 성취라도 스스로를 칭찬하며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현재의 노력에, 현재 내 주변 사람들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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