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구토끼 Sep 30. 2015

피아노, 황홀함을 두드리다

#10 아주 특별한 열 번째 취미 이야기_피아노

악기 배워 본 적 있니?
네.
무슨 악기?
피아노요.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악기를 배워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 열에 여덟, 아홉은 위와 같이 대답합니다. 악기, 하면 피아노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피아노는 대중에게 굉장히 보편화된 악기인데요, 가히 악기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연주를 즐깁니다. 수많은 음악가, 작곡가들의 벗이자 오늘 날 음악계에서도 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이 악기, 매력적입니다.




피아노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긴 역사와 꾸준한 발달이 있었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여러 경험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영광을 거머쥐는 것에 비유될 수 있겠네요. 피아노의 기원은 간단한 형태의 현악기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간단한 울림통과 한 개의 현으로 시작한 이 현악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의 수도 많아지고, 울림통도 커지며, 나중에는 여기에 현을 뜯거나 때리는 도구도 추가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11세기와 13세기 사이에 출연한 피아노의 전신 격 악기인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라는 악기입니다. 건반악기의 실질적인 출발선에 선 악기들이기도 하지요.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연주자

1709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 (Bartolomeo  Cristofori)라는 사람은 해머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피아노의 현을 때리는 원리를 완성시키며, 최초의 피아노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 피아노는 당시 그 유명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 바쳐질 건반악기였습니다. 기록을 보면, 1710년 경에는 크리스토포리가 피아노 3대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후로도 수많은 발전과정을 거쳐, 피아노는 1850년 대를 넘으며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정도로 완성의 정점에 이르러, 발전을 멈춘 상태의 악기라고 합니다. 피아노의 발달사에 대해, 제가 참고한 논문의 저자, 정재봉 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셨는데요, 


피아노는 현악기와 타악기와 건반악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인간 최고의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발달사적, 구조적, 기능적, 표현능력 등 모든 면에서 깊이 들어가 볼수록 이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 정재봉, 피아노에 대하여, 2005년 "소음진동" 발췌


가히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는 멋진 구절입니다. 

 

"피아노"라는 이름은 "피아노 포르테"의 줄임말로, 여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의 피아노  (piano)와 세게 연주하라는 의미의 포르테 (forte) 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이 이름 자체도 피아노의 발달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앞서 언급된 피아노의 전신 격인 하프시코드는 건반에 연결된 현을 뜯는 방식으로 연주를 하는 악기라, 건반을 세게 치던, 약하게 치던 음의 세기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고 하네요. 반면, 피아노는 건반에 연결된 현을 작은 망치처럼 생긴 해머라는 장치가 때리는 방식으로 연주를 하는데, 건반을 치는 힘의 세기에 따라 음의 세기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답니다. 이름 그대로 피아노와 포르테가 가능해진 건반악기인 것이죠.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 악보를 보는 방법을 먼저 배웠는데, 피아노와 포르테에 대해 배우면서, "에, 그 피아노가 이 피아노예요?  깔깔"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진지하게  "응"이라고 하셔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피아노는 처음 악기를 배우는 초심자들도 쉽게 연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처음 배울 때, 우선 현을 활로 마찰해 소리를 예쁘게 내는 방법을 배우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다시 알맞은 음계를 손가락으로 집어 깔끔한 음을 내는 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 피아노는 힘들이지 않고 건반을 두드려 바로 정확한 음을 낼 수 있지요. 또 피아노는 88개의 건반으로 7옥타브를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음역이 굉장히 넓어 잔잔한 곡, 장대한 곡, 경쾌한 곡, 우울한 곡 등 다양한 스케일과 분위기의 곡을 소화해낼 수 있는 뛰어난 악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작곡, 지휘, 이론을 전공하는 음악가들에게 꼭 필요한 악기로 꼽히며 피아노 솔로 곡 이외에도 각종 악기의 반주곡을 연주하는 악기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오케스트라와 협주하는 피아노

제가 피아노 연주를 취미로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평생에 걸쳐 즐길 수 있는 깊이 있는 취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피아노는 초심자가 배우기 쉬운 악기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에 능숙해지고 그 깊이를 아는 과정이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랍니다. 오래 피아노를 쳐오셨던 분들이라면 절대 공감하실 거예요. 우선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보도 익히셔야 하고요, 한 곡 또 한 곡 연습해 나가면서 손가락을 자유롭게 놀리고, 세기와 음색을 가장 아름답게 내는 연구와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취미가 바로 피아노 연주랍니다. 또, 이 피아노라는 악기가 야속한 게, 매일 연습을 하다 한 번 연습을 하지 않으면 고작 하루 쉰  것뿐인데 손가락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피아노뿐만이 아니라, 매일 연습하던 무언가를 하루 쉬면 대체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피아노를 치다 보면 지치고 짜증 나고 지겨운 때가 반드시 옵니다. 몇 주 째 똑같은 곡을 치고 있어야 되고, 매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손가락을 놀려야 되는 그 모든 상황에 마주칠 때, 그만 둬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 거예요. 실제로 저도 어렸을 때 몇 번 레슨을 그만두고 쉬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몇 번이나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던 이유는, 과거에 비슷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 느꼈던 표현의 자유로움, 위대한 명곡들이 데리고 가는 세계에 풍덩 뛰어 들어가, 자유롭게 양 손가락으로 음악과 조화를 울릴 때의 그 희열과 황홀함을 잊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치면 칠수록, 알면 알수록, 피아노가 전해 주는 음악의 깊이는 더욱 진해졌습니다. 참 정직한 악기예요, 피아노는. 연습한 만큼 기교가 늘고, 연습한 만큼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연습한 만큼 연주에 깊이가 스며듭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쳐오면서, 꾸준히 발전하는 기쁨과 보다 깊이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따뜻한 경험에 몇 번이나 치유받을 수 있었답니다. 이제는 일생의 반려자나 벗처럼 느껴지는 피아노, 그 앞에 앉아 제가 좋아하는 기쁘고 슬픈, 잔잔하고 화려한, 변덕스럽다가도 평화로운 곡들을 치고 있으면 내 안에 거세게 풍랑 치던 감정들이 가라 앉고, 음악이 이끄는 보다 먼 세계에서 한바탕 황홀한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듭니다. 


피아노가 선사하는 황홀한 음악여행은 어떤 여행보다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것 같아요.


피아노를 배우시고 싶으실 마음이 드셨다면, 독학은 굉장히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악보를 이전에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이 시라면 처음 악보를 읽는 데만도 도움 없이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피아노는 양손을 균일하게 사용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처음 배울 때 왼손 오른손 왔다 갔다 하시면 정신도 없고, 어느 손가락으로 어떤 건반을 눌러야 할지도 헷갈려서 옆에서 누군가의 코칭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자칫 나태해져서 피아노 연습에 해이해질 수도 있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답니다. 근처의 피아노 학원이나, 문화센터 혹은 다양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피아노 레슨에 참여해 보시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레슨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집에 피아노를 들여 놓으시기 부담되시는 환경이라 따로 연습을 하기에 힘드시다면, 요즘은 피아노 카페도 많이 생겼답니다. 1시간에 8000 원 정도의 금액으로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답니다. 피아노 진도는 보통 바이엘-체르니 100 - 체르니 30- 체르니 40 - 체르니 50의 순서로 배우시며 기본기를 착실히 다지신 후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집으로 넘어가게 되겠지만, 강사님마다 교육철학이 다르실 수도 있으니 가볍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이 데려다 주는 황홀함에 빠지고 싶다면, 평생에 걸쳐 그 깊이를 알아가는 숙성하는 취미를 가지고 싶으시다면, 피아노 연주에 도전해 보세요. 언젠가 건반을 두드리며 피아노와 물아일체가 되어 음악에 흠뻑 빠지는 그 순간까지, 응원합니다! :D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접기, 그 참을 수 없는 섹시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