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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Oct 30. 2015

모르고 싶기엔 너무 멋진 세계

#14 아주 특별한 열네번째 취미 이야기_애니메이션 감상

이 글은 애니메이션전문웹진 <아니나>에도 기고 되어 있습니다.

알아요.

 글을 읽는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이들을 이해 못하겠다며 짐짓 신기해했을 것을.

가상의 인물들이 나오는 그림에,  저렇게까지 열광하는지 모르겠다며 

한번쯤은 어이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을 것을.

그러나  또한 알아요.

그들 모두, 누구든   쯤은, 애니를 향한 열기와 인기에 압도되어  적이 있음을.

대체 어떤 점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무고무 열매, 닌자, 초사이어인, 알록달록한 머리 색깔을  여자 아이 등에게 열광하도록 하는지,

호기심을 품을  밖에 없었음을.

하지만 누군가는 이러한 호기심을 억누른 적이 있었을 거에요.  

"오덕" 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굳이 호기심을 느껴야  이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렴풋이 느끼고 말았을 거에요.

짐짓 모르는 세계로 덮어두기엔, 

 세계가 너무나도 멋지고 재밌다는 것을!




애니메이션 감상만큼 다수의 상반된 반응이 엇갈리는 취미가 또 있을까요. 취미로 애니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며 분기별 애니를 리뷰하거나, 피규어를 모으고,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로 분장하며 열광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소 서늘한 시선으로 이를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오덕" 혹은 "오타쿠" 란 표현도, 원래는 일본에서 한 가지 일, 혹은 취미에 매우 깊게 빠져있는 사람 정도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점차 그 의미가 좁아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을 가리키는 말로도 종종 쓰이는 경우도 목격하곤 합니다. 이러한 정의 자체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데요,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오늘날,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이러한 담론, 역사, 충돌, 발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도입부의 글에서도 눈치 채셨듯이, 저 역시도 이 거대한 문화 현상에 포함된 한 사람이자, 애니메이션을 아주 사랑하는 한 사람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즐겨본 건 까마득히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애니에 대한 사랑이 깊은지라, 오늘 이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기쁘고 설레네요. 제목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모르고 싶기엔 너무 멋진 세계" 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알수록 매력적인 취미라고 생각해요. 이번 글을 통해 독자분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취미에 대한 이해를 높이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애니메이션, 이라고 하면 하면 다양한 작품들이 떠오르실 텐데요,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라던가, "원령공주" 라던가, 아니면 그 유명한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데스노트, 드래곤볼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히 방대한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작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요, 위에서 언급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원령공주"는 영화로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이고, 원피스 등 작품은 매주 한 회씩 연재되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의 회수에 따라서도 종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한 회, 혹은 두 회 분량의 짧은 회수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을 지칭하는데요, 주로 영화나 짧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일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이라도 그 내용과 길이, 상영 미디어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겠지요.


중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매 회 이어지는 하나의 긴 이야기를 오랜 기간 담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중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10~50회 정도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을,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이상의 회수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을 지칭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경우 이 중에서도 길이가 굉장히 긴 편에 속하는 애니메이션으로 그 회수가 300회는 거뜬히 넘고 있지요. 그만큼 세계관과 등장인물, 복선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례로, 원피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세계관을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블로그도 전세계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을 정도에요.

애니메이션의 출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원작에 따라서도 각 애니메이션 작품을 분류해 볼 수 있어요.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만화의 그림체와 스토리가 독자들의 인기를 얻으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랍니다. 한국에서는 요새 다수의 인기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현상에 비유될 수 있겠네요.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도 다수에요. 일본에서는 특히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의 소설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중 큰 인기를 얻은 라이트 노벨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라이트 노벨이란 이름 그대로 기존의 소설 문학과는 다른 비교적 "가벼운" 어체 및 형식, 소재를 다루는 소설로 주로 읽는 이들의 오락을 위해 쓰여진 소설입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웹소설을 떠올리시면 조금 이해가 쉬울거에요. 라이트 노벨 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도 많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답니다. 짐승을 조율하는 연주자 소녀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짐승의 연주자 에린"이나, 열두개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작품 "십이국기"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기반으로 제작되거나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답니다.


애니메이션 "십이국기"의 포스터

장르에 따라서도 애니메이션을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먼저 싸움, 열정, 도전, 라이벌 등 소년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는 소년만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한번 쯤은 들어본 나루토, 블리치, 원피스, 드래곤볼 및 각종 스포츠만화 등이 이 분류에 들어갑니다. 이 장르의 애니메이션은 주로 꿈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는 소년들이 치열하게 시련을 해쳐나가며 각종 모험을 겪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보고 있는 저까지도 같이 열정에 활활 불탄다지요. 제가 특히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은 만화 원작인 "아이실드 21" 이랍니다. 미식축구에 관한 애니메이션으로, 허약하고 용기 없던 주인공이 고교 미식축구 우승을 향해 동료들과 함께 온갖 시련에 부딪히며 꿈을 불태운다는, 역시 나름 뻔한 전개의 애니메이션인데요, 미식축구를 플레이 하는 현장의 긴장감, 각 인물들의 매력 및 묵묵히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자세의 숭고함이 굉장히 잘 표현된 애니메이션이라 저는 힘들 때마다 즐겨 본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 중 하나인 "아이실드 21"! 저는 오른쪽의 금발머리 캐릭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외에도 예전에는 눈에 별을 한가득 품고 나온 소녀들이 백마 탄 왕자님들과 사랑을 지저귀던, 소녀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는 장르, 순정, 범인은 이 안에 있다며 가는 곳마다 살인 사건과 마주하던 코난과 김전일이 대활약을 한 추리, 천재 소년소녀들이 나와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음악, 역사적 인물 및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역사, 예쁜 소녀들이 나와 화면 가득 매력을 발산하는 하렘, 반대로 잘생긴 소년들이 가득 나와 매력을 발산하는 역하렘, (두 장르 모두 주로 한 명의 소년, 혹은 소녀에게 사랑을 속삭입니다) 어릴적 남자아이들이 자주 가지고 놀던 로봇들이 우주를 누비는 메카,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SF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가 존재합니다.



사실 모든 작품이 한 가지 장르에만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에 여러 장르의 성격을 다 가질 수도 있지요. 그리고 같은 장르의 작품이라도, 내용과 분위기는 각자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순정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동화같은 사랑을 그린 애니메이션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인 배경 속 시시콜콜한 삶들이 부딪히며 피었다 지는 일상적인 사랑을 그린 애니메이션도 있습니다. 메카물도 마찬가지로, 생명을 가진 로봇전사들과 악의 무리를 헤친다는 줄거리의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로봇이라는 전투병기를 이용하여 펼쳐지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도 있습니다. 같은 소재의 소설이라도, 작가에 따라 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 "딱히 곱씹을 만한 것이 없는 단순한 오락거리이다" 라는 의견도 그래서 반박될 수 있습니다. 어떤 애니메이션은 가벼운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데 비중을 두는가 하면, 어떤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규범, 인간의 본질, 삶의 의미 등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어떤 애니메이션은 둘 모두를 적절히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거리의 작품들을 내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애니메이션 감상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장르와 차별화되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으로는, 현대 CG 기술이 아직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 보다 넓은 세계를 애니메이션 만의 도구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판타지 장르나 SF 장르에서 그 차이가 많이 도드라지지요. 실제 사람들을 촬영하고 여기에 CG를 입혀야 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막대한 예산과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해 표현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 특유의 그림체와 감성으로 우리가 아직 꿈꾸지 못했던 세계를 보다 자유롭고 독특하게 스크린에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OST도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 중 하나지요. "디지몬 친구들 렛츠고 렛츠고" 외에도 애니메이션 OST의 세계에는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명곡들이 포진하고 있답니다. 각 애니메이션 특유의 분위기와 주제의식, 각 씬만의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애니메이션 OST는 화려한 영상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감동을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클래식, 락,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성악, 피아노,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악기가 애니메이션 시청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재현해 내, OST 곡들은 더욱 특별한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 "인생의 회전목마"가 큰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도 자주 들린다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명앨범이라고 꼽는 OST 앨범은 "울프스레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의 OST 앨범이에요. 애니메이션 자체는 굉장히 우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어느 세상에서 늑대들과 꽃으로 만든 소녀가 낙원을 찾아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특유의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데, 삽입된 OST 곡들이 이 느낌을 몇백배로 살려내었습니다. 장중한 첼로, 샹송, 오케스트라, 락 등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있으니 언제 한 번 꼭 들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감상은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여기서 파생되어 즐길 수 있는 취미들 또한 가지각색이랍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인물들의 의상과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코스프레," 애니메이션 인물들을 직접 그린 "팬아트," "동인지" 라고 불리우는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을 토대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만화 혹은 소설로 재구성하는 2차 창작물, 피규어 수집, 프라모델 조립 및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200% 업시킨 성우들을 탐구하는 것까지 (일본에서는 성우가 굉장히 인기 있는 직업이랍니다)... 정말 다양한 파생취미가 존재합니다. 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 해도 그 만족도가 굉장한데, 여기에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따라온다니... 이래서 "한 번 덕은 영원한 덕이다" 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위에선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소개해 드렸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많이 있답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대국이다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에 치중해서 소개해 드리게 됬네요. 비록 이 글에서 많이 다루진 못했지만, "파워 퍼프 걸" 이라던가 "심슨", "핀과 제이크의 모험" 등 각국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매력적인 스토리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도 추천드려요!


애니메이션은 메이저와 마이너, 두 분류의 경계에 서서 아슬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르라고 종종 느낍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한 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건 애니메이션 감상이 그만큼 다이나믹한 취미라는 점이에요. 그림, 음악, 스토리, 기술의 혼합체라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애니는 다양한 볼거리, 생각할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장르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장르라면, 마이너하건, "덕"이 되건, 풍덩 빠져 들어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게 되지 않겠어요?그리하여 오늘도 저는 원피스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이 멋진 세계에 뛰어들 준비를 합니다. 다음 글에서 봬요!


※ 이 글은 애니메이션전문웹진 <아니나>에도 기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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