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구토끼 Nov 12. 2015

바다, 새로운 우주를 만나다

#15 아주 특별한 열다섯번째 취미이야기_스쿠버다이빙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이 끊이지 않고, 겨울에는 고민을 품은 사람들이 담담히 마음 속에 품었던 서러움을 풀어 내는 곳, 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바다는 갖가지 추억이 숨쉬는 친숙한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바다에 대해 "거의 모른다" 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가장 깊은 계곡, 블루 홀, 수 억종의 생물체를 발견했어도 아직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97%나 되는 셈이죠. 실로 어마어마한 신비가, 바다 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로망으로 가득 차 바다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새로운 우주와 만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중 세계를 탐험하는 취미, 스쿠버 다이빙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푸른 우주를 떠다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대중화되지 않은 취미입니다.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해류, 바람, 깊이, 수온, 시야 등 고려해야 할 점이 여러가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에는 수온이 매우 차갑고, 시야는 좁은 편이라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좋은 최상의 장소는 아니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장소는 가격도 저렴하고, 수온도 적당하고 깨끗한 동남아 부근 바다랍니다. 그래서 동남아로 여행을 간 분들이, 특이한 추억을 만들 겸 호기심에 시작하셨다가 푹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요. 이렇게 한국에서는 스쿠버 다이빙을 "이색적인"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하다 보니, 스쿠버 다이빙 자체도 굉장히 특이한 기준을 요구하는 취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스쿠버 다이빙이 '굉장히 담이 크고, 운동을 좋아하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인터뷰 및 조사 결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먼저 "스쿠버 다이빙" 이라고 했을 때, 우리들이 주로 상상하는 그림은 바람을 가르며 호쾌하게 바다 속으로 철썩 뛰어 들어간 뒤 물살을 헤치며 바다 속의 각종 고난과 놀라움의 연속을 뚫고 나가는, 격렬하고 역동적인 모습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쿠버 다이빙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뛰어든다"라는 행위가 아닌 "본다"라는 행위에 있습니다.


처음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다이버들을 반기는 것은 바로 완전한 평온함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흔들리는 물결을 햇빛이 잔잔히 비추고, 아름답게 흐트러진 산호초는 천천히 물결에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반짝이는 비늘을 흔들며 떼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와 느릿느릿 목을 빼고 신기한 듯이 다이버들을 꿈뻑꿈뻑 쳐다보는 거북이까지, 오직 내 숨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바다 속 세상은 저마다의 질서를 조호롭게 유지하며 고요히 다이버들을 맞아 줍니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해면 위의 햇살 비추는 세상에서 소리치고, 울고, 고민하던 일들이 모두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다 속에 들어온 순간, 어머니의 품 속에 안긴 듯한 평온함이 전신을 감쌉니다.




일상에서 너무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평온함을 즐기며, 다이빙 가이드의 지도를 따라 유유히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우리가 알던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저 아름답다는 경탄사밖에 나오지 않는 세계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바로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다이버들은 번거로운 교육과 준비과정을 마치면서까지, 바다로 뛰어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제 직장동료 중 두 분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 글을 쓰는데 필요한 풍성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두 분에게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준비과정에 대해 묻던 중 "생각보다 번거롭네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요?" 라고 잘못 질문했다가, 눈에 불을 켜고 "당연하지!!" 라고 소리치는 두 분께 열성적인 훈계를 들었습니다. (흑)  몇 분 동안이나 제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바다 속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던 두 분 중 한 분이 말한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토끼 씨, 거기엔 아예 다른 우주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바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온통 푸른 물에 감싸인 세상에서 보는 푸른 우주라니, 당연히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고 싶잖아요.


거기엔 아예 다른 우주가 있어요


색색깔의 산호초, 비늘을 반짝이며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 까만 눈을 껌뻑이는 거북이까지, 물 밑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온갖 다양한 생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해요. 밤에 입수하는 나이트 다이빙 (night diving) 에서는 머리에 전등을 달고 물 속에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색깔이 아닌, 진정한 바다의 색깔을 볼 수 있는 아주 진귀하고 특별한 기회라고 합니다. 침몰한 선박을 탐험하는 렉 다이빙 (reck diving) 도 인기라고 해요. 보물을 품고 가라앉은 해적선을 탐사하는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실제로 보물은 없겠죠.)

시간이 다 되고, 산소통을 체크한 후, 천천히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을 때, 그 날 맛 본 평온함과 아름다움은 계속 가슴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본 푸른 우주에 중독되게 되는 거죠.


스쿠버 다이빙, 어떻게 즐기나요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완전히 환경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인만큼, 주의해야 할 점들도 많은 건 당연한 이야기겠죠. 먼저 스쿠버 다이빙은 당일 함께할 스쿠버 다이브 가이드님의 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장비를 착용하기 전, 어디에서 다이브를 할 건지 (다이버들은 이 지점은 다이브 포인트라고 합니다.) 어떤 일정과 경로로 이동할 것이며, 어떤 동물들을 볼 수 있는지 등 이 날 다이빙에 대해 간략한 요약보고를 듣는 거죠.


이 후, 산소 탱크와 조끼, 레귤레이터와 산소측정기, 수트, 오리발까지 꼼꼼히 잘 착용한 후 보트를 타고 다이브 포인트까지 가서 입수합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하면 무게가 꽤 된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겁지 않으면 물에 뜨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몸무게가 많이 가벼운 분들은 무게를 높이기 위해 따로 웨이트라는 무거운 추 같은 것을 착용한다고 합니다. (저는 평생 찰 일이 없겠죠. 허허) 이렇게 장비를 착용하고 걸으면 한 걸음, 한 걸음이 정말 무겁다고 해요. 입수 할 때에도, 우아하게 호를 그리며 떨어지는 다이빙이 아닌, 도널드 덕 같은 특유의 자세로 뛰어야 합니다. 보통은 보트를 타고 가서 다이브 포인트에서 입수하지만, 비치 다이빙(Beach Diving)의 경우, 해변에서 걸어들어가는 식으로 입수한다고 해요.

푸른 바다로, 풀쩍! 사진은 직장 동료 J양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입수는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모든 다이버들이 다이브 포인트에 모였다면, 입고 있던 조끼에서 공기를 빼고, 천천히 물 밑으로 들어갑니다. 깊이 들어갈 수록, 수압으로 인해 귀가 아프니 다이버들은 중간중간 계속 이퀼라이징으로 압력을 맞춥니다. 이퀼라이징 동작은 쉽게 말해 코를 꽉 잡은 채, 세게 코를 팽 푸는 동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저는 비행기를 탈 때, 고도가 갑자기 높아져서 귀가 멍멍할 때 이 방법을 쓴답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 이퀼라이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컨디션을 꼭 체크하시고 입수하셔야 해요. 또, 그 전날 술을 마시는 것도 절대 금지! 수압이 높은 바다 밑에서 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으윽  


그리고 들어간 바닷속에서, 이제 다이브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마음껏 바닷속을 즐기세요. 바닷속에서 이동할 때에는 의외로 굉장히 힘이 적게 든다고 해요. 슬쩍 슬쩍 방향을 바꾸고, 해류에 몸을 맡기고 살짝 발을 저어주는 정도로 충분히 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요. 아름다운 산호초와 바다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장소와 때에 따라, 상어도 볼 수 있답니다. 전 이 말을 듣고 경악했는데, 정작 상어를 봤던 직장 동료 J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상어가 인간을 무서워한다" 고 하더군요. 저번 다이빙에서 J양이 본 동물은, 귀여운 거북이였답니다!

처음 만난 거북이와 함께 댄스를. 어째 수영하는 자세도 비슷하네요.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어지는 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남은 산소량을 잘 체크하며 가이드의 지시에 맞춰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 때, 해면에서 4~5m 정도 아래에 위치한 지점에서 3분 정도 세이프티 스탑 (Safety Stop) 이란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기압이 갑자기 변하면, 위에 올라갔을 때, 고막이 터질수도 있다고 하니, 안전을 위해 꼭 가져야 하는 시간입니다.


보트를 타고 돌아온 후, 모든 다이버들은 꼭 그 날의 로그(log) 라는 것을 작성하게 됩니다. 로그란 그 날 다이빙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데요, 다이빙한 장소의 이름, 날짜, 기간, 세이프티 스탑을 했는지 여부, 다이빙에 대한 나의 소감 등을 기록한 후 다이빙 가이드 및 센터의 사인과 도장을 받은 후 간직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작성한 로그를 나중에 한 데 모아 보아도 정말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다이빙을 한 날은 수면 위에 올라와서도 하루 종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최소 18시간 이내에는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스쿠버 다이빙, 어떻게 배우나요

매력적인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이브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전 교육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다이브 자격증은 각 다이브 단체에서 발급하며, 각 단체에서 필수로 지정한 교육 과정을 마친 경우에 지급됩니다. 유명한 다이브 단체로는 Padi, SSI, BSAC, NAUI, NASDS, CMAS 등이 있으며, 단체에 따라 교육 내용과 자격증을 지급하는 기준도 모두 다르니 사전에 잘 알아보고, 내게 맞는 교육과정을 밟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면, Padi 의 경우 교육 및 간단한 체험을 한 후 교육을 수료했다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같은 부분을 BSAC에서는 하나하나 시험을 보는 등 단체 별로 교육성격이 차이가 난다고 해요. 내가 실전에서 바로바로 습득하는 걸 선호하는지,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은지, 교육에 투자하고 싶은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잘 판단해서 알맞은 단체에서 강습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단체에 따라서는 자격증을 수료 받은 단체를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격증 명칭은 각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이론과 실습을 마치고 동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초보자 단계 자격증, 나이트 다이빙이나 보트 다이빙 등의 경험을 최소 5회 이상 한 후 취득할 수 있는 중급자 단계의 자격증, 그리고 다이빙 횟수를 점점 쌓아가면서 다이빙해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자격증, 다이버들을 이끄는 것을 보조하거나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다이빙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은 지역별, 단체별, 단계별로 다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초보자 단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 40~50만원, 중급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25만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보다 상위 단계의 자격증은 지역별 차이가 아주 큰데요, 유럽이나 호주의 경우 200만원까지도 들지만, 동남아시아 측에서는 60~100만원 선이면 된다고 합니다.


자격증을 따고 난 후에는 다이빙 센터에 가서 자격증을 보여주고 다이빙을 즐기면 됩니다. 다이빙을 하기 위한 비용도 지역별로 천차 만별이라고 하는데요, 동남아시아 지역 및 한국은 장비 렌트 값까지 포함해서 하루 10만원 정도가 든다고 예상하시고 가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몇 회 입수하는 지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요. 오키나와에서 하루에 세 번이나 입수했던 J양의 경우 18만원 정도 들었다고 하네요.



오키나와 바다에서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디론가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떠나고 싶을 때, 바다 속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푸른 우주를 유유히 떠다니며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번뇌와 고통은 흘러가 버리고, 그 자리를 경탄과 감동이 가득 채우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르고 싶기엔 너무 멋진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