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수상, 그 이후 책을 출간하기까지
첫 책을 냈습니다.
책 제목은 <몰입하는 시간의 즐거움> 입니다.
취미를 가지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무슨 취미를 어떻게, 그리고 왜 가지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7개월 간 좋은 취미를 사냥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취재를 다니며 정말 다양한 취미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듣고 배운 점, 주의할 점, 제대로 즐기는 법을 가능한 녹여 내려고 머리를 쥐어 뜯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이렇게 책이 나오니, 그저 신기해서 아직도 책을 쥐고 뚫어지게 쳐다보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나만의 책을 내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고 오늘도 책과 글을 사랑하며 하루를 보내신 분들께 이 이야기를 해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출간을 했구나 하고 살짝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체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고로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 책을 출간한 이야기.
작년 10월, 회사에 출근해서 폭풍 타이핑을 하던 제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근무 중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이 들어 잠시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브런치팀 담당자 분의 활기찬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유력한 브런치 당선 후보작이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왠지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게 들어와 타이핑을 마저 했던 게 기억납니다. 퇴근 시기가 되어서야 서서히 실감이 들어, 그 날은 동네방네 전화를 걸어 제가 책을 내게 되었다고 자랑하며 보기에 괴로운 춤을 추면서 집에 들어갔다지요.
돌이켜 보면 모든 일이 정말 신기하게도,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애초에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정말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8월 말에 회사 상사 분을 통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겼단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 분이 취미로 글을 올리는데, 정말 좋은 글쓰기 앱이 생겼다며 가끔 글을 연재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문득 궁금해져 브런치라는 앱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깔끔한 디자인, 잘 숙성된 텍스트를 향한 고집이 느껴지는 철학이 한 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면서 SNS 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블로그 등 제 개인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활동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당시의 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 인턴 생활에 정신 없이 적응하다가도, 무언가 직접적으로, 더 강렬하게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불쑥 들었고, 그럴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브런치의 철학처럼, 저도 좋은 글이 가진 힘을 믿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 브런치를 보자, 바로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브런치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 페이지의 가장 상단에 특히 눈에 띄이는 배너가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당신의 글을 책으로 내보세요!" ...책?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겠듯이, 저도 책을 내보라는 매력적인 문구에 끌려 홀린듯이 배너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을 해보았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알게 된 순간이었죠. 9월까지, 10편의 글을 매거진에 올린 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이 중 수상자를 가리고, 대상을 수상받는 5명에게는 출판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야기였죠. 뭔가 갑자기 급류에 휩쓸린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우연을 타고 쏟아지다니.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고, 되든 안 되든 이 기회를 잡아 글을 써야 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자! 결심하자, 하고 싶은 것들, 옮기고 싶은 것들, 전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마구 머릿속에서 솟아 났습니다. 이것 저것 쓰고 싶은 리스트를 정리하며, 내가 글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주 특별한 천가지 취미 이야기" 매거진의 가장 첫 번째 글인, "아주 특별한 천가지 취미 이야기를 시작하며" 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삶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활동을 사랑했고, 누군가의 글을 통해 제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듯이, 저 또한 제 글을 통해 다른 이의 삶에 새로운 즐거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소재를 "취미" 로 정하게 되었고, 세상에 있는 많고 많은 매력적인 취미 목록들을 만들며 어떻게 글을 쓸지를 상상하며 엔돌핀의 바다에 빠져 폭풍 타이핑을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한 다음 날 저녁,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왔고, 더욱 열의에 불탄 저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는 많은 브런치 사용자 분들이 아시는 것과 같습니다. 과분하고 영광스럽게도 저는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출판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대상을 수상하고 얼마 않 있어 합정의 한 카페에서 출판사측과 브런치팀 담당자분과 만나 정식으로 출판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첫 출판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싸인을 마친 뒤 집에 오니, 그제야 제가 책 집필에 들어가야 한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다른 작가분들 중에는 이미 원고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분들도 많이 계셔서, 저는 부지런히 집필을 해서 남은 분량을 채워야 했죠.
이후,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 동안, 취재를 찾아, 이야깃거리를 찾아 이리 저리 쏘다니는 나날이 계속됬습니다. 우선 준비해 둔 다양한 취미 목록 중에서, 조금 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취미 30가지를 추려냈습니다. 취미를 쭉 나열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저는 저 나름대로 취미의 성격 별로 분류를 해서 총 5가지 분류의 취미로 크게 나누었습니다. 맛과 향기 등 감각을 즐겁게 하는 취미, 공예로 즐기는 취미,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취미, 예술적인 취미, 사색과 공부로 즐기는 취미 이렇게 5가지 였답니다. 출판사 측에서도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셔서, 책에서도 5개의 장에 각각의 성격에 따른 취미를 분류하게 되었지요.
책에 실을 글의 구성을 어떻게 할 지도 새로 고뇌해야 했습니다. 저는 기존 브런치에는 다양한 취미들이 어떤 취미인지, 그리고 어떤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해서 글을 연재했는데 출판사 측에는 여기에 더해 보다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 또한 함께 실으면 더욱 좋은 취미서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몇 번의 의견 교환을 통해, 저는 글의 흐름을 크게 1) 이 취미의 특별한 매력, 2) 이 취미를 즐길 때 하게 되는 것, 그리고 3) 이 취미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활동 (자격증,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등) 의 순서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글도 다시 다듬어 새로운 내용을 대거 추가해야 했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할 차례였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해서 왠만한 정보는 모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할 수 있는 시대라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직접 그 취미를 즐길 사람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였습니다. 그저 흔히 알려진 정보를 각색하는 것만으로는, 각 취미의 진정한 매력과, 주의해야 할 점 등 정말로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미를 가지고 싶은 독자들을 대신해서 조사하는 일이었기에, 결국 그때 그때 드는 질문에 자세하게 답해 주실 경험 많은 취재원분들을 찾는 일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매일 밤마다, 블로그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각각의 취미를 오래 즐기신 재야의 고수들을 찾아 다녔고, 오후에 회사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메일과 전화, 문자 등으로 연락을 드려 취재를 부탁드렸지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취미에 대한 애정으로 선뜻 취재에 응해주시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이 3개월 간은 마치 이중생활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퇴근 후, 가방에는 취재노트와 책에 쓸 이미지를 위해 특별히 장만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약속한 장소에 가 취재원과 만나, 다양한 취미에 대해 듣고 적고 감탄하고 이를 다시 집에 와 풀어쓰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솔직히 몸은 조금 고됬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취미와 새로운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언제라도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취미로 시작했다, 재능과 적성을 발견해 직업으로 발전시킨 분, 취미를 통해 전에는 몰랐던 나를 알게 되신 분, 취미를 통해 인생의 철학을 새로 확립하신 분 등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취미가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틈틈히 노트해 둔 내용과 녹음해 둔 내용을 바탕으로, 취재 내용을 글로 가능한 생기 있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작업을 했습니다. 때로는 도서관에 가 관련 취미서적을 보며 추가 세부 정보를 찾기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답니다. 취재한 내용을 다시 글로 풀어쓰는 건 생각보다 많은 고뇌를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편집해서 더욱 읽기 쉽게 만들지, 내가 이야기를 통해 얻은 감동을 어떻게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지, 가끔은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나가는 게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완성된 글이 하나 둘 쌓여가는 걸 보며 가슴 속을 뿌듯이 채운 성취감에 즐거운 나날들이었습니다.
글을 완성해서 출판사 측에 이미지와 함께 전해드린 건 2월 초였습니다. 이 때 저는 시원섭섭하면서도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지만, 책으로 편집하는 과정은 바로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답니다. 원고를 출판사에 전달해 드린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글을 쓰면서 스스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오타나 비문, 헷갈리는 내용 등을 잡아주는 윤문 작업이 시작되었고, 중간중간 헷갈리는 내용을 여쭤보시는 윤문 담당자님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글을 쓴 저 자신도 몰랐던 소소한 부분을 하나하나 잡아가는 과정을 거쳐나갔습니다.
책 본문의 디자인도 함께 상의를 거쳐야 했어요. 저는 일러스트보다는 사진을 넣은 출판물을 선호하는데, 보다 깔끔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그간 찍은 사진 외에도 여기 저기서 도움을 받아 다양한 이미지를 추가했습니다. 북디자이너 분의 금손을 거쳐, 책은 생각도 못했던 예쁜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워드에 혼을 갈아넣어 쳐 내려갔던 시커먼 글씨들이 곱게 단장하고 다시 나타났을 때의 감동이란... 이걸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썼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을 수정하면서, 책 전체 내용 및 디자인을 쭉 검토하고 수정하는 교정 작업도 몇 차례나 거쳤답니다.
본문이 완성되자, 더욱 큰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책의 이름이자 책의 얼굴인 제목과 표지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거의 일주일을 넘는 기간 동안 끊임 없이 출판사 측과 연락을 하며 의견을 나눴던 것 같습니다. 제목은 책의 성격을 보여주며, 이 책이 앞으로 불리게 될, 책의 운명과도 같은 중요한 부분이기에 저와 출판사 양 측 모두 굉장히 신중하게 다가섰던 것 같아요. 저는 3월에 학교에 복학했는데, 이 때 수업을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어떤 제목이 좋을지 노트에 끄적거리며 끊임 없이 브레인스토밍했답니다. 긴 공방을 거쳐 결국 책의 제목은 "몰입하는 시간의 즐거움" 으로 정해졌습니다. 표지 또한 여러 후보 가운데 고민하다, 꼬부랑 거리는 듯 예술적인 글씨가 인상적인 폰트와 노란색 바탕,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장난스럽게 이를 지켜보는 강아지 삽화가 들어 있어 따뜻한 느낌이 나는 지금의 표지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4월, 첫 책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 측에서 인쇄를 마친 후, 주말임에도 어서 책을 받아보고 싶어 전전긍긍하던 제 맘을 아셨는지 바로 퀵으로 인쇄된 책 5권을 집으로 보내주셔서 저의 첫 베이비, 첫 책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기를 여러번, 표지를 얼굴에 부비기를 수 차례, 몇 분 후에야 제정신을 차렸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거에요. 지금도 제 책장 앞에는 노란 책이 빼꼼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귀가하신 아버지께 책을 보여드리자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 딸, 그간 수고했다' 고 말씀했습니다.
인쇄가 된지 2~5일 정도 후, 제 책은 먼저 인터넷 서점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현재는 영풍문고,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의 블로그, 포스트 및 다음 메인 화면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서의 책 홍보도 시작됬어요!
앞으로 페이스북 광고 등 출판사 측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홍보활동 또한 진행하게 됩니다.
4월 27일에는 논현역에 위치한 북카페, "북티크" 에서 북콘서트도 진행할 계획이랍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잘난듯이 "콘서트" 라는 이름을 달고 강연을 할까, 라고 생각해서 스스로도 민망해 했지만, 강연보다는 혹시라도 취미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알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냥 제가 취미에 대한 책을 쓰며 겪었던 내용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해드리고, 혹시 취미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본인의 이야기도 해주시며 제가 할 수 있는한 성심껏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단란한 자리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책 한권을 내는 건 정말 길고, 생각보다 일이 많고, 가끔은 고되지만, 그 만큼 감동적인 일이에요. 하나의 책을 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필요하고, 하나의 책이 독자들의 손에 들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는지, 이번에 책을 집필하면서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큰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요.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정말 운이 좋고 영광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책 집필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서슴없이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힘내세요! 당신의 고뇌를 담고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독자들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든 작은 울림이 될 당신의 책은 분명 멋진 책일 거에요. 이 글이 예비작가들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총총.
(혹시 브런치북 수상이나 집필 관련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ㅎㅎ 저도 많이 미숙하지만 ㅠ 가능한 한 아는 대로 대답해 드리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