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구토끼 Mar 15. 2018

제 전공은 "사랑학" 입니다.

사랑이 학문이 된다면 어떨까? 

바야흐로 사랑이 세상에 넘쳐흐르는 시대입니다. 

인간에게 사랑이란 늘 최종적으로 다다를 수 있는 행복의 궁극이자 존재를 완성하는 데 필수불가결 한 것으로 유구한 역사 동안 늘 찬양되어 왔습니다. 

그런 반면, 이해하기도, 해석하기도, 표현하기도, 시작하기도, 유지하기도, 끝내기도 쉽지 않은 것이 또 사랑이었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글을 쓰고,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사랑에 올바른 길이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지금 서 있는 좌표라도 알고 싶어 처절하게 고뇌해 왔을까요. 

인류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 온 주제는 어쩌면 세상의 그 어떤 학문도 아닌,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중대한 주제가 학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이번 글에서도 뇌내망상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전공을 물었을 때 "사랑학" 이라고 하면, 아마 대다수의 경우, "어맛 오글거렷" 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다. 정말 흥미롭게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외치면서도, 그 사랑에 대해 조사하고, 가설을 세우고, 사랑이라는 주제가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상태와 습관에 대해 실험하고 정의하며 가지 대표적인 가설을 세우려는, 즉 사랑의 체계를 잡아서 익히고자 하는 학문화에 대해 우리는 묘하게 위화감을 느낍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로, 사랑이란 과학적 체계와 이성으로 상징되는 현대 학문과는 달리, 완전한 감정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에는 체계화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라는 점과, 둘째로 사랑의 형태란 것이 너무도 다양해서,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복되는 관찰결과를 얻을 수 없다' 라는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SNS 나 온라인 컨텐츠를 즐겨보시는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에 대한 유명한 명언이나 해석, 정형화된 연애 방식 등을 다룬 컨텐츠가 수많은 공감을 받으며, 어느 정도 일률적인 사랑에 대한 공식이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사랑이 체계화가 불가능한,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지 않는 무작위한 개념이라면 그렇게 수많은 공감을 얻기도 힘들겠지요. 그리고 굉장히 흥미롭게도, '연애학 박사', '연애 컨설턴트' 등, 두 연인이 사랑을 하는 과정인 연애에 대해 코칭을 하고 탐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으며, 심지어 큰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연애 뿐만이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그 외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우리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답을 얻고자 전문가들을 찾아갑니다. 사람들은 늘 그래왔듯이, 그리고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이란 아름답고도 몹쓸 것에 대해 알고자 합니다. 철이 들기 전부터,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지식으로 통제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현 세대인만큼, 사랑을 이해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구와 이로 인한 사랑의 학문화는 이미 그 초입발전단계를 지나섰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학문화되어 대학이나 기관에서 "사랑학 전공생" 들이 생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자본주의 상업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성' 입니다. 이제 대학에서조차 나의 공부란 순수한 진리의 탐구를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교수 중에서도) 드물듯 합니다. 가장 권위 있는 학문을 추구한다는 대학 또한 상업성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학문과 관련한 사회적인 수요가 높은지, 그래서 관련 학문 추구가 대학 혹은 단체에 충분한 수익을 가져올지에 대한 답이 yes 라면, 무수히 새로운 신융합, 혹은 21세기 학문이 창설되고 있는 것을 현재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등 온라인 컨텐츠의 대중화와 상업화의 성공에 힘입어 "웹툰학과", "온라인컨텐츠학과" 등 학과가 신설된 지는 이미 꽤 된 이야기입니다. 


대다수의 인기가요가 사랑 얘기이며, 드라마와 영화에 멜로가 절대 빠지지 않고, '연애에 미쳐 있다' 고 종종 수식되는 한국 사회에서, "사랑학" 에 대한 수요는 이미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여기서 나아가 사랑학이 학문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한 요인이 필요한데, 이 요인은 바로 소위 말하는 학문적 권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권위란 것은, 크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전공생들이 비전공생들에 비해 무언가 특별한 지식 혹은 통찰력,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서 예를 든 웹툰학과나 정의와 리더십 등 학문의 경우, 이 학문을 전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전공생들은, 그렇지 않은 비전공생들과 차별화되는 웹툰 제작 기술이나 관련 훈련을 배웠다는 설득을 할 자신이 있기에 대학의 학과로 당당하게 총장님들께서 세우시지 않았을까요... (쭈굴) 결국 중요한 것은 (설득력 있는) 커리큘럼과, 사랑학을 전공하면 뭐 해먹을 수 있는지 설득할 수 있는 향후 커리어일 듯 합니다. 


여태까지는 사랑학이 소소한 미래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젠 만약 어쩌다 그렇게 되어서 사랑학이 어느 대학에 신설되었다고 한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에 대해 상상해 보고 싶네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융합적인 커리큘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문화학, 문학, 사학, 철학, 음악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서 사랑이 어떤 기제로 작동하며, 어떻게 사회에서 용인되고 변화되며 표현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겠지요.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조사분석론과 사회학, 심리학 개론을 배우고 사랑의 현황을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하여 실험,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 (은 무슨 교수님께 혼나가면서 하란 대로 하겠죠) 을 나눌 수도 있고... 

사랑이 역사적으로 어떤 형태로 용인되고 표현되며,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문학과 음악, 사학, 철학 등 학문을 융합해서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역사", "18세기와 19세기 연애형태의 변천사", "대중가요를 통해 이해하는 사랑", "21세기 연애분석", "성과 사랑", "사랑과 작곡" 등 흥미로운 강의들도 많이 열릴 것 같네요. (그 중 "성과 사랑" 같은 과목은 인기가 많아 수강신청 기간에 마비되겠죠...) 

갑자기 저희 모교에서 열렸던 특이한 강의에 대한 소문이 생각나네요... 연애에 관련된 강의였는데, 수강생들끼리 짝을 지어준 후, 강의가 끝날 때 커플이 탄생한다면 에이플을 줬다던가... 연애 경험문을 써오는 게 과제였던 적도 있다고 들었던 듯 합니다. 솔로는 어떻게 했을까...그냥 갑자기 궁금하네요. 


또 의외로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까에서 더 앞서 나가, 사랑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강좌도 굉장히 많을 수 있습니다. 사랑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주 진로는 사랑학 학자, 연애 컨설턴트나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다수이지 않을까요. 일반 취업을 노리는 경우에는 사랑학을 통해 배운 뛰어난 소통기술과 대인관계에 대한 통찰력으로 귀사에 공헌하겠노라고 자소설에 휘갈기겠죠... 요즘 학과들, 특히 신생학과들은 특히 졸업 후 전공생의 진로를 위한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에, 이런 진로들을 고려할 때 "디지털 컨텐츠 제작", "글쓰기 강의", "영상과 편집", "상담의 기술" 등 강좌도 개설되지 않을까요. 


으아. 오늘도 즐거운 상상이었어요. 

5~10년 정도 후에는 실제로 사랑학을 전공한 사랑 전문 컨설턴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을지도... 않을지도...






작가의 이전글 스타 여행가이드의 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