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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Sep 30. 2015

펜 끝으로 창조하는 세계

#8 아주 특별한 여덟 번째 취미 이야기_소설 쓰기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셜록 홈즈, 대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들 중 일부랍니다. 현대의 다양한 문학 중, 소설만큼 대중들에게 막대한 사랑을 받는 장르는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소설이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어 개봉되는 요즘에는 소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가장 좋아하는 소설 리스트를 대라고 하면 바로 줄줄이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 많은 소설을 접하고 즐기고 계실 텐데요, 혹시 소설을 읽는 것에서 나아가, 나만의 소설을 창작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 어렸을 때 꿈은, 부끄럽지만 작가였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책이 너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장으로 직행해서 책을 하나 골라 그 날 하루 종일 수업시간 내내 그 책만 넋놓고 읽을 정도로, 저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었습니다. 물론 즐겨 읽던 장르는 어린이용 소설이었죠. 착한 주인공들이 함께 모여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름 여운에 빠져서 공상을 즐기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를 여러번,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든 수업이 끝나 있었고, 담임 선생님은 걱정 반 한숨 반이 섞인 얼굴로 저를 보시고 계셨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회상하면 아련함과 함께 소름이 돋네요...헤벌레 웃으며 뻐근한 목을 들어 책에서 눈을 뗀 그 순간, 담임 선생님이 제 바로 앞에 서 계셨을 때의 충격과 공포란... 다행히 선생님과 저희 부모님은 굉장히 이해심이 많으신 분들이라서, 이상할 정도로 강렬한 책에 대한 제 애착을 긍정적으로 보아 넘기셨습니다. 지금 와서는 다 좋은 추억이에요. 아니,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그 때 그 집중력이 다 어디갔지... 그 집중력으로 전공 서적을 들여다 봤으면, 지금쯤 학점은 문제 없을텐데... (눈물)


책을 너무 좋아하는 저였으니, 자연히 글쓰기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매일의 사소한 일상을 기록한 그림 일기에서부터, 글쓰기 숙제, 보고서 등 다양한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글쓰기 활동은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사는 환상의 나라에 대한 저만의 창작 소설을 쓰는 일이었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요, 뭐든지 "해야 한다" 고 강요당하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서 내준 글쓰기 숙제는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지만, 저만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창작소설을 쓸 때면, 너무 행복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던 것까지 기억이 나네요. 창작소설이라고 해봐야, 거창한 작품이라고는 빈말로도 말 못할, 끄적거림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환상의 세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끄적이고, 어떤 동물들이 사는지, 어떤 모험을 떠났는지 상상하며 사각사각 연필로 공책에 쓰고 있자면, 마치 내가 실제로 그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작가가 아닌 다른 꿈을 꾸게 되었지만, 여전히 글쓰기와 책에 대한 애정은 가슴 깊이 남아있답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틈틈히 이런저런 이야기로 글을 올리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빙봉" 과 같은, 동물 친구들이 나오는 상상의 세계를 글로 끄적거리곤 했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소설쓰기가 얼마나 스스럼없고, 매력적인 취미인지를 말씀드리기 위해서랍니다. 많은 분들이, "소설을 쓴다" 고 하면, 마치 대단한 작업을 하는 것마냥 놀라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고 즐기시는 분들은 많아도, 실제로 내가 직접 나만의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에는 주춤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소설을 쓰려면 무언가 대단한 아이디어나, 고뇌, 결심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쓰기는 사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즐거운 일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먼저 소설의 정의만 살펴봐도,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어요.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소설가와 전문가들은, 소설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가지각색의 다양한 정의를 내렸는데요, 화려한 수식어와 심오한 철학으로 점철되있는 그 어떤 정의보다도, 저는 중학생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이 간단한 정의에 가장 공감했답니다.

소설 :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하여 꾸며낸 이야기.  


이 말 그대로, 소설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 눈을 멀게 할 정도의 화려한 글솜씨, 얽히고 섥혀 미로 같은 줄거리가 있는 문학이 아니라, 정말 단순히, 우리가 상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의 동물친구들과 함께 솜사탕을 먹었다는 제 어릴 적의 글도 저만의 소설이 될 수 있는 거죠. 내가 상상한 것을 그대로 자유롭게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니, 이보다 더 쉽고 즐거운 작업이 있을까요?


이제 조금 소설 쓰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으셨다면, 소설 쓰기의 매력을 알아 봅시다. 소설 쓰기의 매력 역시도 굉장히 단순하지만, 또한 굉장히 강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소설 쓰기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창조주가 되어 한 세계를 글로써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간은 자아실현의 동물이라고도 하죠. 우리는 세상에서 나의 존재를 가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만 자아를 강렬하게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이 또 있을까요. 소설 안의 세계관, 등장인물, 사건, 시간, 공간은 모두 소설가에 의해 창조되고, 지배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소설가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이 있죠. 톨킨은 소설 속에서 창조한 세계의 지리, 역사, 심지어 각 종족이 사용하는 언어까지도 세심하게 창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에서 소설가들은 절대적인 력을 가진 인이죠. 내가 쓰고 싶은 소설 누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기획하는 일은 엄청난 릿 선사합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간 대륙의 지도

소설가들은 동시에 사건이 발생할때 각 인물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소설 세계의 일관성을 지키는 중재자이기도 합니다. 소설 세계를 창조했다고 해서, 소설 속 인물들이 갑자기 그 세계에서 부여된 설정을 거부하고 엇나가는 일은 없어야겠죠. 예를 들어 한참 볼드모트의 비밀에 대해 묘사하는 대목에서 해리 포터가 갑자기 "아, 근데 나 더 이상 여기 출연하기 힘들어. 이제 그만 할래." 하고 뿅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죠. 해리 포터는 저자 조엔 K 롤링이 창조한 마법사 세계에 사는,  특별한 운명을 지닌 용감한 소년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내가 창조한 소설 속 세상에서 각 인물들과 세부설정은 어떤지, 그들의 행동이 설정된 세계의 조화를 깨지는 않는지 신경을 써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되겠죠. 이를 개연성 부여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설가가 본인이 창조한 세계에서 중재자, 관찰자 역할도 맡게 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내가 만들었다고 마음대로 굴려도 된다는 게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이에요.


마지막으로 소설가들은 소설 안에서 감독이자 지휘자가 됩니다. 설정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어떤 사건에 부딪히게 될지, 어느 사건에 포커스는 맞출지를 결정하는 일 또한 소설가의 몫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효과적인 연출방법도 결정하는 거죠. 1인칭 시점으로 할지 3인칭 시점으로 할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갈지 회상 장면을 넣을지, 화려한 미사여구로 수식할지, 담백하고 덤덤하게 이야기할지, 본인의 미의식, 연출 철학에 따라 무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모든 일들을 다 해야 한다니, 다시 부담감을 스멀스멀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코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간단하고 익숙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소설로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배경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여기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학생, 직장, 주부들 등장해 일상적인 사건을 겪는 이야기를요. 그리고 차츰차츰 내공 쌓아 내가 상상한 나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써내려가는 거에요.


열심히 쓴 소설을 혼자만 간직하시기 아쉬우시다면, 다양한 경로로 공유해보세요. 이전에는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발간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웹의 발달으로 지금은 간단하게 많은 사람들과 내 소설을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답니다. 블로그, 온라인 소설 커뮤니티 등에 소설을 공유하시고 피드백도 받으면 내 소설을 한단계 더 발전시킬 수도 있을 거에요. 우리의 브런치(ㅎㅎ)에도 많이 게재해 주시면 저도 자주 볼 수 있어서 기쁠거에요!


내 안에 너무 방대한 상상이 있어 꺼내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을 때, 내 이름을 단 나의 쥬니어들, 나의 작품을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 주저말고 펜을 들어 상상 속에 있는 세계를 자유롭게 글로 펼쳐 보세요. 생각보다 간단하고, 심각하게 재미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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