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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세상을 사는 법

더 이상 쫄지는 말자

by Jane

오늘도 가게 마감을 하고 한시에 집에 들어오니 현 남편(구남자 친구)이 소파에서 잠들어 있어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며 맥주 한 캔을 따 마시다

내 대나무숲인 브런치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보았다.





영업직 회사를 다니면서 오랜 기간 생각해 보던 것들이 있다.


그중에 매번 들었던 생각은 '나는 곧 죽어도 저런 상사는 되지 말아야지'

7년을 회사를 다니며 여러 가지 종류의 상사들을 많이 만나보았던 것 같은데


최악이었던 상사는 내 기준에서 자존감을 깎아먹는 듯한 뉘앙스 말을 많이 하던 상사라고 생각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 말을 해줌으로써 나에게 자극이 가고,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 던진 말일 수 있으나

나는 너무나 f 감성을 지닌 사람으로서,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이 점점 위축되고 내가 진짜 잘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남은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갉아먹던 그가 사실은 최고의 상사이기도 했다.

툭툭 쏘아붙이던 피드백이자 조언들은 실제로 그와 함께 일하던 1년 8개월이던 시간 동안

회사 내 해당 부서에서 성과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었고, 나에게 말을 쏘아대던 그는

알고 보니 중간에 새우처럼 끼어서 그 윗선에는 자기 새끼들은 칭찬만 하던 참된 상사의 면모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윗 상사들은 항상 우리에 대한 장점들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그를 보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도 들기도 했다.


각설하고, 지금은 내가 그의 자리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고 당근도 주고 채찍도 주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버렸는데 사람은 역시 본디 원래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본성을 피할 수가 없는 노릇인 거 같다.


요식업장의 관리자 입장에서, 사장은 아니지만 사장의 마인드를 가지고 일해야 하며 대표가 원하는 가게의

방향성에 대해 지시를 주면 그 부분에 대해 그냥 직원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소리쳐야 하는

입장이 되니, 곧 죽어도 저런 상사는 안되야지 하는 마음에,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래 모든 일이나 상황들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해 가며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의 나의 상사는 내가 무조건적으로 착하고 여린 사람이라 생각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말도 못 하는 바보라고 느끼는 것 같다.(내가 백번쯤 그게 아니고 좋은 의견은 수용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해도 무조건 그렇게 믿는 것도 돌아버릴 노릇이긴 하지만...)


오늘 새벽도 좋은 사람의 면모와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딜레마에 빠지며,

일기장을 마무리해 본다.




--오늘 하루도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 더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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