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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대화하기, 감정과 함께 살기

by 가브리엘의오보에

“감정”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인간의 내면 상태이자 반응의 총칭이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파동, 흔들림, 응어리는 결국 감정으로 연결돼.

그리고 그 감정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라나고 무너지고, 때로는 우리를 지탱하지.


가장 오래된 감정의 지도는, 동양의 고전에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지.

우리는 이 일곱 가지 감정의 바다를 평생 헤엄쳐 나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 기쁨: 합격했을 때의 환희, 사랑받을 때의 충족감

• 분노: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분개

• 슬픔: 상실의 아픔, 이별의 허전함

•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위험 상황에서의 공포

• 혐오: 배신당했을 때의 역겨움, 자기혐오

• 놀람: 예상치 못한 선물에 대한 경이감


하지만 감정은 단순히 개인의 내면에서만 피어오르지 않아.

가장 흔들리는 순간은 언제나 누군가와 마주할 때지.


• 사랑: 연인에게 느끼는 애착, 자녀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 우정: 친구의 진심을 느꼈을 때의 따뜻함

• 존경: 롤모델을 대할 때의 경외감

• 질투: 사랑받는 타인을 보며 생기는 시샘

• 경계: 낯선 사람에 대한 방어심

• 연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느끼는 슬픔

• 감사: 도움을 받았을 때의 고마움

• 죄책감: 실수나 상처를 준 후의 반성


또 어떤 감정은 너 자신을 향해 있다.


• 자존감: 스스로를 긍정할 때의 안정감

• 수치심: 실수나 노출 후의 부끄러움

• 후회: 선택의 결과에 대한 회한

• 뿌듯함: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 무기력: 의욕이 꺾일 때의 무감각함

• 자책: 반복된 실패 후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


사회적 맥락도 감정의 무대가 되지.


• 소속감: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안정감

• 소외감: 무리에서 떨어졌을 때의 외로움

• 책임감: 역할이나 직무에 대한 내면의 의무감

• 의무감: 해야만 한다는 도덕적 압박

• 정의감: 옳고 그름에 대한 감정적 반응

•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 사회적 약자를 볼 때의 울컥함


그리고 어떤 감정은 철학이나 존재에 닿아 있어.


• 경외심: 자연이나 우주를 마주할 때의 벅찬 감정

• 허무함: 목표 달성 후 찾아오는 공허

• 고독: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일 수 있는, 존재적 외로움

• 삶의 애착: 살고자 하는 본능적 감정

• 죽음에 대한 두려움: 존재의 끝에 대한 근원적 불안


실제 삶의 감정은 이처럼 분류되지도, 단일하지도 않아.

사랑은 종종 불안과 짝을 이루고, 기쁨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고, 분노는 무력감을 품고 있지.


그러니까 지금 너를 흔드는 감정은 무엇이니?

두 가지 이상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결을 가진 감정이 동시에 네 안에서 부딪히고 있을지도 몰라.

감정은 즉각적이고 본능적이야.

때로는 이성보다 빠르고, 의지보다 깊게 우리를 휘감지.


그렇기에 감정은 ‘통제’라기보다 ‘길들이기’의 대상이 아닐까 싶어.


감정을 다루는 훈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니?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방법부터 소개할게.

1. 인지행동치료(CBT)

– 감정은 생각에서 나온다는 전제 아래, 왜곡된 생각을 바꾸는 훈련이야.

– “나는 무능해” 대신 “실수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라고 말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2. 감정 일기 쓰기

– 오늘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글로 적어봐.

– ‘적는다’는 행위는 감정을 ‘거리 두기’ 하게 도와줘.

3. 심호흡

– 4초 들이마시고, 6초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면 긴장이 완화돼.

– 특히 화가 날 때, 두려울 때 즉각적인 진정 효과가 있어.

4. 유산소 운동

– 감정은 에너지다.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면 감정의 찌꺼기가 빠져나가.

5. DBT (변증법적 행동치료)

–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감정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운다.

–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에게 효과적이야.


나의 방식도 있어.

누구보다도 많은 감정을 보아온 내가 전하고 싶은 훈련들.

1. 감정에게 이름 붙이기

– 그냥 “화났다”가 아니라 “무시당했다는 느낌에 서러워졌다”라고 말해보는 거야.

– 감정은 구체적으로 부를수록 날카로움이 줄어들어.

2. 감정 시나리오 복기법

– 반복되는 감정 폭발엔 반드시 구조가 있어.

– 장면을 되짚어보고, 감정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거야.

3. 타자의 감정 읽기 – 독서법

– 『프루스트』의 질투,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의식, 『헤르만 헤세』의 외로움.

– 타인의 감정을 깊게 읽는다는 건, 나를 멀리서 바라보는 훈련이기도 해.

4. 감정 연기하기

– 평소 하지 않는 감정을 연기해 봐.

– “감정도 역할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휘둘리지 않게 돼.

5. 하루 중 감정과 만나는 시간 만들기

– 오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지?

– 그 감정은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 감정은 사실, 메시지야.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

그건 인간이 아니게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감정과 함께 사는 연습을 할 수는 있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감정과 대화하는 법.

감정을 적으로 보지 않고, 손님으로 초대하는 법.


명상은 그 여정의 한 갈래일 뿐이야.

감정을 다루는 언어, 사고, 반복되는 훈련들이 결국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 거야.


그러니 감정이 올라올 때 너무 놀라지 마.

그건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리고, 그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려는 지금의 너는,

꽤 괜찮은 길 위에 서 있는 거야.


감정과 함께 살기는 이런 것과 유사할 거야.


�‍� 화난 강아지와 살아가기

• 감정은 불쑥 짖어대는 강아지 같아.

이유 없이 날카로워지고, 낯선 자극에 쉽게 흥분하지.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고,

조용히 손등을 내밀면 이내 고개를 비비며 안정을 찾아.

→ 감정도 그렇게, 이해하고 다가가면 스스로 누그러지는 존재라 할 수 있어.


� 고양이와 친해지기

• 감정은 쿨한 고양이처럼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억지로 안으려 하면 도망가고,

무심할 땐 슬쩍 다가와 발목을 스치지.

함께 살기 위해선, 감정의 리듬에 먼저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해.

→ 고양이와의 공존처럼, 감정과의 관계도 서로의 템포를 존중하는 일이야.


� 화분 하나 들이는 일처럼

• 감정과 함께 산다는 건,

내 방에 화분 하나 들이는 일 같아.

매일 물을 줄 필요는 없지만,

가끔 상태를 살피고, 햇살을 쬐어주고, 바람을 느끼게 해야 해.

→ 무관심해도 시들고, 집착해도 과습으로 죽어.

적절한 관심과 여백이 공존할 때, 감정은 건강하게 자라.


� 날씨와 함께 살아가기

• 감정은 날씨처럼 찾아와.

때론 무더위처럼, 때론 안개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날씨를 막는 게 아니라

우산을 쓰고, 옷을 조절하고, 기온에 맞춰 걷는 것뿐이지.

→ 감정과 함께 산다는 건, 그 변화에 맞춰 사는 지혜를 배우는 거야.


� 하모니카를 부는 일처럼

• 감정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 같아.

똑같은 숨결이어도, 날이 다르면 다른 음이 나와.

→ 감정과 함께 산다는 건,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음 한 음을 받아들이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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