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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pr 11. 2019

NY Walking

Prologue

미국이란, 아니 뉴욕이란 나에게 어떤 곳일까? 생애 처음 미국에 발을 들였고, 그곳이 뉴욕이라고 말했다. 왜 뉴욕일까 라는 질문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어떤 곳일까 라는 의문은 찬찬히 살펴보면 될 일이다. 상상도, 추측도 불허했다. 선입견, 혹은 넘겨 집기는 위험한 행위이다. 틀을 만들고 관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이미 틀을 만들면서 정의하고 서사해 버렸는데, 그리고 남은 것은 머릿속에서 그린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는, 매우 재미없는 일만 남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라면 이미지 검색으로 어느 정도 충족된다.


찬찬히 살펴본다는 것은 걷겠다는 말이다. 점-대-점 이동으로, 목적지까지 휭 하니 차를 타고 이동해서 목적지 내부에서 챗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지를 향해 차를 타고 휭 하니 돌아오는 것은 처음 제기한 ‘미국이란, 뉴욕이란 나에게 어떤 곳일까?’의 답변 찾기에 적합하지 않다. 효과적이라거나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 특히 뉴욕을 대표하는 아이콘들만 돌아보고 ‘아! 대강 이런 곳이구나!’ 하는 방법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의 대상이 아니다. 그 좋은 방법이 효과와 효율을 발휘하는 대상이 나는 아니다. 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으며 부지런히 눈을 놀려 살펴보는 방법이 주효한 대상이다. 서울 중구 정도의 면적이라는 뉴욕의 맨해튼. 그리고 그 위와 아래, 우측과 좌측을 걸었다. 


물론 마치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어느 정도 가서 숙박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스트 빌리지에 고정 숙소를 두고 움직이니까 뉴욕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러나 뉴욕의 북쪽 끝에서 할렘을 통과할 때만 버스를 탔다. 무서웠으니까, 혹시 유탄이라도 날아다닐까 봐. 남쪽 끝은 7월 4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아 보자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물론 다른 지역을 걸을 때 다리가 너무 아프면 옐로 캡 혹은 지하철을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첫 미국, 뉴욕 여행은 도보 여행이다. 이동의 대부분을 도보로 했으니까.


2005년 6월부터 8월에, 걸어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을 2018년에 그리고 2019년에 보면, 내가 무엇에 “오~” 혹은 ‘오!”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반 여행기와 내 글이 다른 점들 중 사진도 포함된다. 더구나 여행기를 쓰기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다. 멋진 여행기의 사진 같은 사진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들어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움, 미학, 미장센 등은 관심의 항목이 아니었다. 그런 도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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