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순간을 위한 노력
쾌락 중추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그 항목 중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존재한다 생각한다. 쾌락 중추를 만족시키는 항목은 언제나 복수이지만, 환경에 따라 한 항목이 쾌락 전체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떨치기도 한다. 연애, 취미, 일, 관계(가족 포함) 등이 쾌락 중추의 충전지가 될 것이다. 쾌락 중추는 충전지들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어떤 것은 가득 차야하고, 어떤 것은 존재만 해도 된다. 쾌락 중추의 총 필요 충전 부피는 항목별 충족 크기의 합이다.
쾌락이란 무엇인가? 즐거움이다. 몰입하면서 느끼게 되는 희열이다. 행복이다. 쾌락이 부정적 단어로 사용되는 경우는 안타깝다. 다른 단어로 대체됐으면 좋겠다. 인간은 행복을 좇는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듯,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형태와 크기가 다를 뿐이다.
당신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당신의 쾌락은 무엇인가? 향상되는 성적인가, 뛰어난 체육 활동으로 아이들의 스타가 되는 것인가? 당신은 대학교 4학년이다. 당신의 쾌락은 무엇인가? 높은 공인 영어 시험 점수인가, 학점인가? 원하던 기업에서 받은 입사 합격증인가, 빼어난 미인과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것인가? 당신은 회사원이다. 당신의 쾌락은 무엇인가? 영업 목표 달성인가, 마케팅 활동으로 영업이 활성화 됐을 때인가? 원하던 사람과 가정을 꾸리게 된 일인가? 당신은 40대이다. 당신의 쾌락은 무엇인가?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의 모습인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부부 애인가? 마침내 올라선 경영진 자리인가? 100인 100색의 쾌락 모양은 쾌락이 지극히 개인화 되어 있는 즐거움이란 반증이다. 따라서 나의 쾌락은 내가 채울 수 있다. 나의 쾌락은 내가 찾을 수 있다. 충족의 주체는 나일수도 타인일수도 있지만 쾌락을 찾아 그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바로 나이다.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답은 실적이다. 원하는 기준을 달성한 실적, 그것이 인간의 쾌락중추를 채운다. 성적이라면 원하는 성적을 얻어야 충족된다. 건강이라면 아침 기상 시의 활력이다. 이 달 목표 10억 원을 마무리할 계약을 따내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나는 쾌락에 전율한다. 조용한 일요일 아침, 오래간만에 원두를 간다. 평소에 잘 되지 않던 드립이 원하는 물줄기 굵기로 떨어진다. 굵기도 평소보다 약간 더 굵게 갈아냈다. 강배전 원두이고 콜롬비아이지만 맛이 은은하게 각이 깎인 맛이다. 오늘은 커피 맛이 좋다. 오전 내에는 다른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 커피로 쾌락이 충족된 것이다. 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신곡 중심이다. 선택하는 가수는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앨범 자켓의 디자인과 곡 제목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가수를 택하지만 분위기가 일정하던 플레이 리스트에 이런 느낌에 따른 선택은 신선함을 더한다. 더욱이 신선함이 감동으로 연결되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시립 도서관에 가서 ‘오늘은 일본 소설’이라고 정하고 서가를 꼼꼼히 살펴본다. 그러다 흥미를 끄는 책 몇 권을 뽑아 의자로 향한다. 각 책의 첫 2 페이지를 읽고 대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 좋음이 책의 마지막까지 연결되면 선택의 쾌락이 있다.
쾌락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규모가 커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쾌락을 추구하는 삶에서 나를 충족하는 쾌락의 종류는 크지 않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오늘 저녁은 간이 잘 맞았어. 청소 후 책상이 너무 말끔해. 항상 쓰는 소모품을 채워 놓으니 안심이 돼. 이런 작은 쾌락들이 모여 24시간 중 웃는 순간을 쌓는다. 그 순간이 쌓이다 보면 전체 규모가 커지고 내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게 된다.
나는 쾌락주의자다. 즐거운 것이 좋다. 쾌락이 충족될 때의 즐거움이 행복이다. 그러다보니 잘 하려고 노력한다. 커피도, 식사 준비도, 일도, 여가 생활도. 이것이 나의 쾌락을 추구하는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