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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14. 2020

실존 existence 實存

판타지를 ‘공상’ ‘상상’으로 정의하지 말고, ‘현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 정의한다면, 각 분야에서 범인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업적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판타지가 된다. 오컬트적인 요소, 즉, 물질과학으로 해석되지 않는 초자연적 현상이 가미되지 않아도 그렇다.


하지만 역으로, 판타지 인데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에 기반 하거나 그들이 등장하게 되면 실감 수치는 상승된다.

음양사

저자 유메마쿠라 바쿠

출판 손안의책

발매 2012.02.10.


주인공 아베노 세이메이는 일본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며, 마치 ‘셜록’의 왓슨 같은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역시 실존 인물이라 한다. 물론 아베노 세이메이의 역사에 기록된 활동은 소설의 그것과는 다르다. 소설은 오컬트적 요소 외에도 심령적 요소가 가득하다. 그렇지만, 공포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출판사 소개문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그 귀신이 요물로 이렇게 나타난 이유, 귀족이 요물에게 행한 행태 등을 세이메이는 꿰뚫어 밝혀내고 귀신의 마음을 위로한다. 그리고 원하던 것을 얻은 귀신은 저절로 사라지게 되고 세이메이는 동행한 친구 히로마사에게 이들의 슬픈 사연을 설명해 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신묘한 도술이나 마법 같은 것으로 심령들을 퍽퍽 없애는 활극만 존재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가본드

저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요시카와 에이지

출판 학산문화사

발매 2014.12.25.


배가본드(vagabond)의 사전상 의미는 ‘방랑자’이다. 정한 곳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륜서’, ‘이도류’ 등으로 유명한 실존 인물이다. 만화 배가본드는 무 武 혹은 병법 兵法을 연구하며 구도자처럼 헤매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인간적 면모에 주목한다. 그가 다양한 작품에서 귀신같은 검술을 발휘해 판타지 주인공으로 인식 되더라도 실존했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도 연습에 연습을 한다면 그와 같은 수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원피스

저자 오다 에이치로

출판 대원씨아이

발매 2019.11.06.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조니 뎁, 제프리 러쉬

개봉 2003. 09. 05.


이 두 작품에는 실존 해적들이 다수 등장한다.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 붉은 수염 바르바로사, 프랑수아 롤로노아, 여성 해적 앤 보니, 장보자, 올리비에 레바세르, 헨리 에브리. 만일 해적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실감이 높아졌을 지도 모른다. 대항해 시대, 바다를 영토로 활동했을 악당들이 존재했었다. 그들은 각국의 해군을 괴롭히고 민간선박을 공포에 떨게 했다. 가까이 하지 못할 존재들이나, 그들은 물질과학으로는 결코 증명할 수 없는 모험을 즐겼으리라.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의 물질과학이 증명해낼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의 물질과학적 지식수준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사실임에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즉,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기록되지 않아 묻혀버렸을 가능성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엘리자벳

장르 뮤지컬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간 2013.07.26. ~ 09.07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뮤즈였던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다. 비록 뮤지컬은 판타지적으로 연출됐지만, 그녀는 1837년 12월 24일 바이에른 왕국 뮌헨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황후이자 헝가리의 왕비다. 비텔스바흐 가문의 바이에른 공작 막스와 바이에른 공주 루도비카의 차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와 결혼하여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되었다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이중국가 체제를 이루게 되자 오스트리아의 황후인 동시에 헝가리의 왕비가 된다.

뿌리 깊은 나무

저자 이정명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5.09.01.


동명의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왕족 중심의 창제파와, 밀본(양반 중심의 나라를 구현하려는 비밀조직)과의 갈등과 충돌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세종대왕 이도와 밀본의 본원 정기준의 설전은 생각해 볼만한 내용을 전한다. 양반의 한문 교육은 단계를 밟아 글을 사용하는 절제를 알게 되지만, 글자만 반포했을 때 대중들의 무절제한 글자 사용에 대해 논한 정기준의 말은 의미가 깊다. 지금도 악플에 사회적으로 골병이 드는데, 이러한 현상이 정기준 논법에 맞는 실례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의 말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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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의 역사적 고증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명분으로 이슈화 되는 일을 자주 목격한다. 필자는 픽션은 픽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이다. 픽션의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도 스토리 전개를 위해 과하게(?) 묘사하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또한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만으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을 긍휼이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행위다. 마치 ‘클래식컬 뮤직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나’라는 ‘그들만의 리그’이즘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은 가능한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역사를 인식시키기 힘들다. 입시에 기준한 차별, 역사의 이해보다 역사의 사실을 요약 전달하는 교과서 등. 하지만 설민석 등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게 역사를 서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역사저널 그날 같은 프로그램의 등장, 다양한 다큐멘터리 방송들이 역사 교육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손안에든 검색엔진은, 단말기에 수십 대의 서버가 연결된 정보 시스템이다. 찾으려고 든다면 언제든지 백과사전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필자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등장시킨 판타지는, 순수 가공의 서사보다 실감도가 높다는 것을 전하려 한다. 그리고 오컬트적인 요소, 심령적 요소의 표현도 현실감을 전달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폐가는 못 들어가면서, 소설 음양사의 귀신은 ‘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오히려 단순하게 정리된 역사적 인물의 기록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판타지적 픽션이 배려 없는 역사책보다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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