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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26. 2020

언어의 사용

기교와 유희

대화에 사용되는 단어의 수는 몇 개나 될까? 친한 친구와 쉴 새 없이, 빈틈없이 대화하는데 사용되는 단어의 수는 몇 개나 될까? 무엇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왕래하는 단어들은 일상 대화와 얼마나 유사할까?


다시 말해서,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유희나 기교에 가까운 단어 사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을 때 기교라고 할 만큼 재미가 발생하는 일은 빈번하지 않다.


20세기 언어의 마술사라 불린 김수현 작가. 그녀의 대본 속 대화는 속사포 쏘듯 하고, 인물이 버릇없어 보인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청자를 빠져들게 하는 ‘맛’이 있었다.


그 뒤를 이은 작가는 김은숙 작가.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보다 필자는 ‘태양의 후예’부터 그녀의 팬이 됐다. 극중 대화의 주고받음에서 ‘맛’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희와 기교에 가까운 대화 속 주고받음이 신기해 ‘도깨비’의 경우 대본을 검색해 읽어봤을 정도다.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미스터 썬샤인’으로 이어지는 언어의 유희는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 건조하고 힘든 일상을 잊게 해 주었다. 드라마가 주는 은혜를 입었다.


한 동안 그런 맛을 즐기지 못한 나에게 나타난 작품은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 약간 놀라운 것은 ‘북한’을 배경 및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유희와 기교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HERO 원작 하기와라 다이스케 작화의 ‘호리미야’. 순정 장르의 만화이지만 위 분류에 넣을 만 하다. 이 작품의 경우 번역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서현아 옮김이도 언어의 마술사 범주에 포함 시키겠다.


한 때 ‘도깨비’에 대하여, ‘극중 사용된 개그가 슬픔을 더욱 크게 쓸쓸함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라고 필자가 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개그가 아니었다. 5개 작품을 접하는 동안, 크고 작은 소재들이 극중 인물들의 대화에 녹아들면서, ‘의외성’, ‘희극성’이 극대화 됐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이 글에서는 필자가 재미있어 한 대화를 인용하지 않는다. 작품을 직접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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