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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Sep 07. 2020

역사를 읽다

유발 노아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내가 감사하는 책이다. 놓을 수 없는 책,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사피엔스를 구입하지 않고 구립 공공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읽었다. 첫 대여의 이유는 ‘어떤 책일까?’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내용이 궁금한 것이 당연하였다. 


(전략)
가령 씨를 표면에 뿌리기보다 괭이로 땅을 파기로 결정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러면 일을 더 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수확량이 많이 늘어날 거야. 흉년 걱정을 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거야. 아이들이 배가 고픈 채로 잠자리에 드는 일도 없을 거야.’ 그것은 이치에 닿았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은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이랬다. 
계획의 첫 단계는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보지 못했다. 추가로 생산된 밀은 늘어난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했다. 
초기 농부들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 또 있었다. 아이들에게 모유를 덜 먹이고 죽을 더 많이 먹이면 면역력이 약해져 영구 정착촌이 전염병의 온상이 되리란 사실이었다. 


과거 접해보지 않았던 시각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한 번 대여(2주 혹은 최대 3주 대여 가능)하여 다 읽지 못했다. 주 이용 공공 도서관이 17권의 사피엔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각 권마다 몇 명의 예약자가 몰려 있어서 다시 대여하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 월정액을 내고 전자책을 대여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 읽지 못했다. 이렇게 다시 처음부터 읽기를 7~8번 하고 나서야 완독했다. 그리고 이렇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결국 읽어낸 데 보람이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적어도 6년 동안 역사를 배웠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 그 동안 이런 시각은 듣지도 필기를 하지도 못했다. 고입 혹은 대입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결론을 확실히 하여 알려 주어야 4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주관식 답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언제부터 역사가 암기 과목이 됐을까? 


역사는 논어나 맹자 같이 읽고 깨우쳐 올바른 삶을 살게 하는 초석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역사학자는 해석학자이다. 역사를 읽고 생각하는 자는 깨우치는 자다. 현재 우리 손이 닿는 교과서나 역사서로 존재하는 내용은 입증되지 않은 전달문이다. 따라서 해석학자들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전달된 내용과 학자들의 의견을 읽고 다양한 깨우침이 있을 수 있다. 


환단고기(桓檀古記)라고 들어보았나? 위키피디아에 적힌 바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학계에서는 검증 결과 위서(僞書)로 판단하여 고중세사의 사료로 취급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D%99%98%EB%8B%A8%EA%B3%A0%EA%B8%B0


그에 대한 반대 입장도 있다.

*출처:

http://www.skyedaily.com/news/news_spot.html?ID=76968


한 측은 위서라 하고 한 측은 진서라 한다. 어느 의견이 맞을 지는 환단고기의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입증팀이 입증해 보면 된다. 그럼 그 과정에서 또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현장으로 가서 무엇이 진실인지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역사가 제대로 들어나게 할 것이다. 사피엔스에는 수렵 채집 기간 중에 사원과 같은 것을 건설하고 주위에 모여 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간이 모여 살게 된 것은 농업 혁명이 확산되면서 부터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실증과 검증의 노력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역사서와 교과서는 내용이 지속적으로 갱신될 것이다. 점점 사실이 들어날 것이다. 역사는 누군가 적어놓은 내용으로 고정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확인 작업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피엔스는 ‘다른 시각’이 실려 있다. 근거와 함께 실린 다른 시각은 타당성까지 갖춘 것 같다.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확인할 방법을 몰라 진위를 증명할 수 없지만,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것은, 역사의 다른 의미를 접한 경험이 되고 이는 읽는 이의 생각을 풍성하게 한다.


(전략)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됐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중략)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중략) 오늘날 나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고, 상대방은 모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전략)
슬프게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그렇게 힘들여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토록 원하던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슬프게도 얻지 못했다.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이들은 농부가 생산한 잉여식량으로 먹고 살면서 농부에게는 겨우 연명할 것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이렇게 빼앗은 잉여식량은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이 되었다. (중략)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이러한 관점들이 책을 완독하기 전까지 놓지 못하게 한 것이다. 신선하다 못해, 지금까지 정말 빈약한 역사를 보고 들어왔구나 싶었다.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가 몇 종이나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그보다 먼저 교과서가 몇 종이나 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그 내용은 일관되어 있나? 아마도 단 하나의 입시를 치루기 위해서는 일관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정보의 전달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몇몇 소수의 고민만으로 세상이 나아지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사피엔스와 같이, 교과서를 반복하거나 그 상세를 이야기하는 것 외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 읽는 이의 시야와 사고를 넓히는 책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싶다. 출판사는 영리 조직이니 그런 책이 사피엔스만큼 팔릴지 모를 것이다. 그러니 태생적 장애물은 이미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바야흐로 시대는 인터넷 위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엔 누군가 출판을 하지 않으면 전파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출판을 하므로 다양한 시각이 전파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 수준의 내용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조사가 바로 돈이니, 개인 출판 전성시대라고 해서 사피엔스 같은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기에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란다(I wish가 아니라 I hope이다). 


#역사 #교과서 #역사학습 #사피엔스 #유발노아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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