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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Nov 20. 2017

강한 소수

너무 빨리 달려왔다. 빨리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됐다. 언제나 지금 당장 현안을 해결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매번 실무층에서는 예상치 못한 지시와 방향성으로 우왕좌왕 하다 한 소리 듣기 예사다.


상하 소통이 안 된다고 원인입네 하는 말은 가치가 없다. 상하가 동일한 정보를 취급할 수는 없다. 혼란을 잠재울 리더십이 결핍해서이다.


현재 조직이 비대해진 것은, 관리와 최적화가 아니라 현안을 빨리 해결하고 목표 경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사람 수로 어려움을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증명은, 신규 구성원을 채용해도 기존 구성원의 일이 줄지 않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기엔 막혔던 일 진행이 뚫린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직만 비대해진다는 것을, 잘못 선택한 경로 혹은 최적화 되지 않은 경로를 선택한 덕분에 사람만 많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재의 이런 현상은, 제도권 리더들의 배경은 참 높고 귀하다. 역량은 서류로 입증되고 성과로 입증이 된 사람들이다. 성과를 냈을 때 강한 소수로 해결했던 것을 현재에 적용하지 않는다. 자리가 바뀌니 방법도 바뀌는 것이다.


이제는 ‘왜 그렇게 빨리 걷는 거야? 좀 천천히 걸어도 되는데!’ 하는 말은 세상에 없던 말이 튀어나온 취급을 받는다. 혁신을 위한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권 리더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옳은 것은 아니나, 제도권 리더들에게는 전진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일 뿐이다. 속도를 늦춘다기보다, 자신의 그림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오래된 대기업을 제외하고, 신흥 거대 기업들은 모두 스타트업 정도의 규모로 변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업이 성장하면 규모를 늘린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약했던 법무나 인사 분야도 조직으로 구축한다. 자연 발생적으로 성장한 사업을 더욱 키우기 위해 영업 마케팅을 조직한다. 소수일 때는 전우애로 열악한 상황에서 성공 후의 장밋빛 사무실을 바라보며 함께 고생하던 사람들이, 직원의 복지를 생각하게 되고 이를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연 1억 원을 벌게 된 초기 성공 기업이 연 2억 원으로 성장하는 사이, 인원은 2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다. 다 필요해서 늘린 인원들이라고 한다. 1인당 500만원의 매출이 1인당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복지를 감안하니 1인당 평균 임금도 상승해야 한다. 


누군가 인지는 몰라도, 자꾸 일을 만든다. 이것도 주문하고 저것도 주문한다. 눈만 마주치면 주문을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즉 하지 않으면 기업에 큰 타격이 있을 일도 아닌 것을. 미래를 위한 준비라면 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실무자가 시킨 일을 하며 정체를 파악해가다보면, 탕비실에서 천정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이런 의사 결정이나 주문 역량이면 나라도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겠다 생각도 든다. 물론 감정이 반 이상 섞인 생각이지만.


실무자의 시각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자신의 주문이 잘못된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 들으면 아는 항목부터 어느 정도 수행하다 알게 되는 항목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20명이 연 1억 원을 받던 강한 소수로 돌아가자. 남들이 가지 않는다고 왜 고생의 문으로 돌아기냐고, 이제야 편해졌는데 등등을 말하는 사람은 복지 잘 되고 흡연실에서 1시간 동안 나오지 않아도 일이 진행되는 곳으로 찾아가게 기회를 주자.


그리고 왜 고생문인가? 20명이 1억 원을 벌면 1인당 500만원의 매출 할당이다. 성과급도 더 많이 줄 수 있다.


그럼 현재 20,000여 명의 인원을 20명으로 줄이거나 20명 단위로 나누라는 말인가? 그렇게 단순한 산술 계산을 할 거면 또 그런 계산으로 회의 구성원들이 주춤하는 조직으로 가길 바란다.


우리는 20:80의 법칙을 잘 알고 있다. 20%가 벌어 100%가 먹고 사는 법칙이다. 이것을 제품 단위로 20%가 벌어 20%가 먹는 구조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물론 20%가 벌어 30%가 먹을 수도 있다. 투자자 몫은 주어야 하니까.


강한 소수의 조직은, 조직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조직이다. 오히려 목표를 달성해가며 조직의 색깔은 기기묘묘하게 바뀌어가는 것이 생존의 길이다. 그렇다고 숟가락 만들던 기업이 장사가 안 된다고 밥솥 만드는 기업으로 바뀌는 색깔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색깔 변화가 아니라 자아가 변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이렇게 해 왔어!’라는 말은 신입 구성원에게 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걷네’라고 변해야 한다. ‘선배들이 방식을 전해줄 테니 계승해라. 그것이 조직의 색을 지키는 길이다’가 아니라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현재 목표 달성에 필요한 방식을 채택해 나아가는 것이다.


보수를 경멸하고 보수를 조직에서 쫓아내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자꾸 변하는데 그것에 모든 구성원이 대응할 수 있게 유연성을 강화하자는 말이다. 안정적인 환경을 원하는 구성원은 안정적인 기업으로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미워하지 않는다.


‘전통을 깨는 것이 전통인 조직’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Photo by rawpixel.co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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