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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Nov 28. 2017

히어로지만 히어로가 아니다

필립 노이스 / 솔트

에블린 솔트는 과연 남아 있는 Day X 요원들을, 그녀의 말대로, '다 죽여 버릴까?' 

에블린 솔트를 영웅 Hero라고 말할 수 없다. 


그녀는,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독일 거미 학자를 포섭하는 것이 임무였다. CIA가 명한 바와 같이 솔트는 학자를 포섭하는데 성공한다. 솔트는 북한 공작을 위해 정유 회사 개발팀장으로 북한에 체류하던 중 스파이 혐의로 고문을 받는다. 훈련받은 바와 같이 그녀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적에게 발각됐을 때 미국은 대상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관계를 끊는다는 관례가 깨진다. 거미 학자가, 그녀의 '꾐'을 받았던 남자가, 정부, 의회 등에 청원을 하는 노력을 하여 그녀를 구해내려 하였고, 그것이 성공하여 포로 교환 방식으로 풀려난다.  이로써, 그녀는 그와 결혼한다. 소련의 스파이이자 미국 CIA 공작원이던 그녀는 그에게 “자신은 미래가 없다” 말했지만, 작게 여자가 되어갔다. 

Day X가 시작된다. 솔트에게 몇 십 년 동안 없던 연락이 CIA 한복판에서 전달되고,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위태로워질 것을 예감한다. 그녀의 탈출로 소련 스파이 혐의가 짙어져도, 그녀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탈출한다. 남편이 납치됨을 확인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Day X 본거지에 들어가기 위해 소련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 대중매체에 소련 대통령이 미국 한 복판에서 암살됐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그녀는 Day X 본거지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도착하고 남편을 만나자마자 남편은 Day X 측의 총살로 목숨을 잃는다. 

그 시점이 그녀의 다음 행동의 모든 것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Day X 팀을 처리한 것은 남편에 대한 복수라 판단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일반인'화 되어가던 그녀의 바람이, 어렸을 때부터 훈련된 특별인으로의 돌아감을 촉진한, 아니 그 때의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한 것에, 그렇게 자신의 행복을 향한 발길을 돌리게 한 것에 화가 난 것일까? 핵미사일 발사를 막은 것도 단지 남편을 죽여 행복을 앗아갔기 때문인가? 남편을 죽인 Day X 조직 모두를 적으로 설정해, 그 끝 모를 분노를 표출하고자 함인가? 

이런 그녀의 행동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혹은 세계 평화란 측면에서는, 분명 결과론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갖는다. 핵미사일을 중동 한가운데 떨어뜨려 무슬림 세력의 미국 공격을 촉발하려 한 시도를 해결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을 제외하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만의 그것을 닮았다. 결과적으로는 세계 평화를 지킨 히어로가 된 듯하다. 그러나 그 세계 평화 지키기는 그녀에게 과정에 불과하다. 미국 대통령의 암살 임무를 받고 이를 수행하는 듯 그 시나리오를 철저히 따라가 백악관 벙커에 접근하여 핵미사일 발사를 막았으니 말이다. 

결국, 자신의 사랑하는 남편을 죽인 그들의 일을 방해한 것이다. 결과론적인 히어로이나, 순수한 정의감이 발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녀를 우리가 아는 히어로라 칭하기 망설여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히어로 같지만 히어로가 아닌 점은 또 있다. 

그녀가 정부 측 요인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소련 대통령 암살 추진 과정에서 그녀는 CIA 중간관리자를 죽이지 않는다. 그녀는 거미 독을 사용해 마치 죽은 듯 보이지만 소련 대통령을 죽이지 않는다. 백악관에 침투해서도 벙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도 기절을 시키지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적으로 간주된 인물들은, 유리병으로 찌르고, 좁은 방 안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손을 억압한 사슬에 체중을 실어 목을 조르는 등, 어쩌면 속이 시원한 응징을 가한다. 왜 그녀는 자신의 앞길을 막은 두 번째 대상인 미국에 대해서는 관용을 정부 측? 남편을 죽인 Day X는 응징의 대상이자 복수의 대상이라 손속에 여유를 담지 않은 것이고, 미국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제압하기만 한 걸까? 미국의 관여를 숨기기 위해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던 국가를…….

무술은, 상대를 파괴하는 기술이다. 그 기술을 자신의 욕망이나 희망 이루기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줄 때 사용하면 전형적인 악이 된다. 그러나 그 적을 막는데 사용하면 선이 된다. 그런데 그 선의 기술은, 악에게도 관용을 벳푸니, 제압으로 끝나는 것이다. 바뀌어 생각해 보면, 회개하지 않은 악이 다시 준동할 수 있는 여력을 남기는 것이다. '드래건볼'의 손오공처럼, 비록 악이지만, 서로 수련을 쌓은 후 향상된 상태에서 다시 싸우고 싶어 놓아주는 경우를 '포함'하여 좀 답답하다. 그러나 솔트는,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리는 극심한 고통을 '악'에게 성실하고 진심을 담아 쏟아 붓는다. 이런 점이 좀 속 시원하달까.

어쩌면 Day X가 적이지 미국은 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10대 전부터 소련의 훈련을 받은 그녀가 자신이 안고 있는 의무를 희석시킨 순간은, 남편이 자신을 북한에서 구해낸 순간부터이지 않나 하고 핵미사일 발사 공작의 Day X 요원 월터는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느낀 것은, 단지 Day X라는, 자신의 행복을 빼앗은 적만이 존재하고 친구는 없어 보인다. 아마도 이후에도 그녀는 Day X의 공작을 추진하는 듯하다가 Day X 요원들을 하나 둘, 그녀 표현대로,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결코 일반 상식에서는 박수를 칠 수 없는, 세계 평화 유지군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히어로란, 인류 공동의 적을 물리쳐 모두의 평화를 가져오는 존재이니, 결과론적으로 그녀는 히어로다. 그러나 그녀는 인류 공동의 적을 응징했을 뿐 복수를 한 것이니 히어로가 아니다.

그나저나, 2편은 어떻게 구성될까? Day X의 본거지와 리더는 그녀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미 Day X가 프로젝트 승인을 각 요원들에게 지시했으니, 곳곳의 Day X 요원들은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본거지의 인원을 처리할 때, 그런 계획을 듣지도 챙겨오지도 못한 듯 보였고, CIA와 관련 조직들이 Day X 본거지를 수색한 다음이다. 

작동을 시작한 Day X 프로젝트의 관련 정보를 그녀는 어디에서 구할까? 이 의문은 필요한 정보를 구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1편에서 보여준, 조금씩 보이는 우연성과 행운의 남발이 연결되는 2편에 실망할지도 모를, 나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지: Photo by Samuel Zel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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