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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에 대한 생각들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커버 이미지: Photo by Matthew Sleeper on Unsplash



모험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고생, 고난의 길이다. 왜 고생, 고난의 경로에 올라서는가?



루피 일당은 스스로 해적이라 칭하고 바다로 나선다. 하지만 루피 일행은 해적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해적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는, 그들은 민간 마을을 약탈하지 않고, 오히려 돕는다. 물론, 그들이 누구를 도울 때는 시티 헌터의 업무 수락 조건과 맥을 같이 한다. 마음이 움직였을 때 그 일을 맡는 것. ‘원피스’라는 세계의 해적들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민간 마을을 약탈하고 빼앗는 ‘해적’과, 보물 ‘원피스’를 찾아 바다에 들어선 모험가다. 루피 일행은 후자다. 루피는 해적왕이 되기 위해 바다로 나섰다. 해적왕은 보물 원피스를 차지하는 자이다. 조로는 세계 최고의 검호가 되기 위해 루피와 함께 바다로 떠났다. 나미는 전 세계 지도와 해도를 그리기 위해 루피의 동료가 됐다. 우솝은 세계 최고의 전사가 되는 것으로 여행 중에 꿈을 정했다. 상디는 모든 바다의 생물을 만날 수 있는 올블루를 찾기 위해 루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쵸파는 (처음엔 쪽파로 들었다. 미안.) 원하던 동료를 만나 이들과 함께 선의로서 바다로 향한다. 로빈은 지속해오던 포네 그래프를 찾아 숨겨진 세계의 역사를 밝히려고 한다. 프랑키는 그들에게 진 신세를 갑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 아담으로 그들의 배를 건조하고 조선공으로 합류한다. 브룩은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고 고래 라분을 만나기 위해 루피 동료로 들어간다. 징베는 빅맘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루피의 권유대로 조타수로 루피 일당에 참여한다. 누군가를 꿈에 닿기 위해, 누군가는 관계로, 루피 모험단은 각자의 이유로 모험을 떠난다. 각자 가진 경험도 각기 다르고 강함도 각기 다르다. 루피의 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는, ‘나는 그들이 없으면 안 돼’라는 말이다. 해적왕이 되기 위해 바다로 나서고, 바다를 탐험하기 위해 자신이 갖지 못한 장기를 가진 이들, 동료의 힘이 필요하다. 모험은 그만큼 힘들다. 고생, 고난의 길이다. 그럼에도 모험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모험은 평범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평범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는, 예상 가능한 경로에서 예상되지 않는 경로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만일 루피가 평범하게 살았다면, 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갖고 해적의 뉴스를 신문으로 읽으며 살았을 것이다. 조로는? 경쟁 상대가 죽은 후 세계 제일의 검호가 되겠다고 맹세하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강자를 찾아다녔을 것이다. 나미는 인어족이 침입하기 전, 평범한 일상이 지속됐다면, 해도 그리기와 항해술을 공부하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을 것이다. 해적, 모험단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업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 우솝은 거짓말쟁이 우솝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병에 생기를 잃은 아가씨의 위로 상대로 지냈을지도 모른다. 상디는 바다 위 레스토랑의 요리장이 됐을 수도 있다. 쵸파는 눈새의 둥지를 지키며 해발 5,000미터 위에서 출입문을 열어두고 의학 공부를 하고 마을의 의사가 됐을지도 모른다. 로빈은 배신을 거듭하며 포네그래프를 쫓아다녔을 것이다. 프랑키는 마을의 악동으로 선박 해체업을 계속하고, 돈이 생기면 나무 아담을 목재로 구해 선박을 건조했을지도 모른다. 브룩은 그림자를 잃기 전이라면, 악마의 열매를 먹기 전이라면 모험가와 음악가로서 바다를 여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징베는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면, 빅 맘과의 관계를 지키고 칠무해로서 살아갔을 것이다. 모험이란 계기가 있다. 익숙한 일상에서 스스로 벗어나 고생, 고난의 길에 올라 꿈이나 목표에 닿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일은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생, 고난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험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 대신, 고생, 고난은 사절이다. 그럼, 선배를 만나고 경험자와 이야기하며 익숙하지 않은 경로의 데이터를 모아 고난과 고생을 줄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바다라는, 몇 만년의 인간 역사 속에서도 모두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모험이라면 아무리 많은 경험을 들어도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난다. 그러나 이는, 원피스라는 가상의 이야기 속 모험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떤가? 언제 ‘이것은 모험이다’라고 생각할까? 그보다 먼저, 우리의 모험이란 무엇인가? 기획자로 일하다가 개발자로 전환하는 것? 회사원을 하다가 음식점을 개업하는 것? 취업을 위해 원하지 않지만 손에 잡힌 직업을 갖는 것? 반/완전 조리 식품, 밀키트, 배달에서 벗어서 직접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를 하는 생활로 전환하는 것?



무엇이 모험인가? 부모 슬하에서 벗어나 자립을 하는 것도 모험일 것이다. 하지만 독립생활이 익숙해지면 그것은 일상이 된다. 어쩌면 모험이란 익숙해지면 끝이 나는 생활인가 보다. 모험을 해야 하는가, 모험은 필요한가? 직장 생활까지 평범한 과정을 통과해 왔다.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한 과제를 맡아 처리한다. 그중에 알고 있는 것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후자는 모험인가? 모험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거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럼 다시 질문, 모험은 필요 한가? ‘평생이 모험이지’하는 할머니 말씀은 잠시 뒤로 미루자. ‘스스로 불확실성이 가득한데 판단을 내리는 일’이 필요 한가? ‘익숙한 평범에서 벗어나 새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할 일’이 필요한가? 누군가에겐 필요하고, 누군가에겐 ‘귀찮게 뭐 하러’ 하는 일일 수도 있다. 모험은 매력적인가? 매력이 있으니 모험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닐까? 우리나라의 벤처 기업, 스타트-업 기업의 개수가 몇 개인가? 창업자 혹은 창업 그룹은 왜 모험을 하고 있나? 그들만의 원피스에 닿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나에게 모험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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