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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향한 발 딛임

모험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커버 이미지: Photo by Caleb Jones on Unsplash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에 남아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구나.
- 셰익스피어 '햄릿’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태생부터 모험하고 있다. 모험이란 말, 낯선가?


우주의 탄생에 대해 많은 말이 있다. 말이 많다는 것은 제대로 본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나도 거기에 말을 보태어 볼까?


빅뱅이 우주의 태생 조건이라면, 빅뱅 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빅뱅 전에는 무(無)라는 것일까? 무란, 공간조차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빅뱅이란 일종의 폭발 같은 이미지이다. 그럼 폭발될 거리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럼 빅뱅이 우주의 탄생 요소는 아닐 것이다. 폭발할 것이 있는 공간이 우주가 생기기 전에 존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 하에서, 우주는 이미 있었고, 그 공간에서 그 공간 구성 요소의 폭발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니 우주가 빅뱅에 의해 생성됐다는 말에 신뢰를 주기 어려워졌다.


내가 보태려는 이야기는 이렇다. 원래 세상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무였다.


그러다가 공간이 생겼다. 무언가 몸을 뒤척이듯 움직이자마자 공간이 생겼다. 공간과 '무언가'라는 존재는 동시에 생겼다. 공간이 없으면 무언가가 몸을 뒤척일 수 없다. 몸을 뒤척인 이유는 모른다. 무언가가 움직이지 않았을 때, 아무 것도 없었다. 무언가가 움직이면서 공간이 만들어지고 틈이 생기고 내용물이 밀려 여백이 생겼다. 결국 원래 세상은 무가 아니라 무언가로 가득 찬, 끝도 없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움직였는지, 없는 것처럼 경계 모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존재 '무언가'의 뒤척임으로 입자가 움직이고 우선 옆에 있던 입자와 충돌이 일어났다. 입자들은 어떤 입자와 충돌한다. 직선 충돌이면 온 곳으로 돌아가고 사선 충돌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충돌은 규칙성 없이 무작위였다. 충돌은 분리를 낳았다. 하나가 쪼개지고 이동하고 다른 조각과 충돌하다가 결합됐다. 결합을 하고 나니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됐다. 이렇게 충돌, 분리, 결합, 거대화 혹은 속성 변화가 거듭됐다. 변화된 존재 역시 이 과정에 휩쓸렸고, 충돌, 분리, 거대화 혹은 결합, 변화를 반복했다.


비스듬하게 맞은 존재들이 사선 반사를 일으키고 회전이 발생했다. 충돌, 반사, 회전은 속도를 만들어냈고, 충돌, 분리, 결합, 거대화, 변화의 속도를 올렸다. 또한 충돌은 열과 자력(쇠를 맞부딪혔을 때 자성이 발생하는 것과 유사)을 만들었다. 자력은 조각과 입자를 잡아 당겼다. 충돌과 자력 결합은 부딪힘을 발생했고 여기에 열이 증가하면서 결합체이 온도를 높였다.


열, 온도는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그 변화 중에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가 태어나고, 움직이니 에너지가 필요했고, 열과 온도로 에너지를 얻고, 결합 과정에서 결합 개체를 포식하는 일이 일어났다. 스스로 움직이고 나서 충돌에 의해 분리됐지만 재결합하지 못했다. 스스로 움직일 때 스스로 분화되어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고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맞다. 우주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판타지다. 상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에는 수많은 이동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모험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발 딛임만으로는 모험이 형성되지 않는다. 모험은 선호 가치와 지향적 이동으로 구성된다. 모험은 원하는 가치를 향한 발 딛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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