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 여행

혼자 모든 것을 수행하는 책상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여기는 대기업이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위치와 상관없이 사용하고 있다.

내가 있는 층에 50명 가까운 이들이 함께 일을 하고 우리 팀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주위를 둘러봐도 손 잡을 사람이 없다.

내 일을 마치고 넘기기 전까지 그들의 어깨를 두드릴 수 없다.


여기는 스타트업이다.

인사, 총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효율적 일 처리 지침서는 건물을 나서 뒤편의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던져 넣었다.


하루는 24시간.

일에는 절대 소요 시간이 있다.

상사는 이 모든 과정을 겪지 않고 내려왔나 보다.


혼자 모든 것을 수행하는 책상.

여기에 앉으면 잠도 잊고 쉼도 잊는다.

아무도 내게 목줄을 채워 끌고 가지 않는다.

발에 빨간 구두를 신었나 보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것이 빨간 구두를 신을 자격을 받기 위해 애쓴 내 모습인가.


하나의 목표 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망할까 봐 겁이 난 걸 테지.

제대로 찾고 적합하게 뭉치면 배는 곯지 않을 텐데.

겁을 내며 화려한 장면을 상상하니 현실과 맞지 않는 건데.

머리와 손은 책상 위에, 발은 하늘 위에 있는데 혼자 앉은 책상이 있을 리 없지.


나에게 떠남 만이 답일까?

섣부른 이견과 반기는 종료를 앞당기는 첩경.

나 역시 머리와 손은 이력서를 쓰고 발은 화려하고 문화적인 직장 세상을 밟고 있었다.


모두 틀렸으니 모두 고치자.

나도 고치고 너희도 고치고, 그리고 아직 꿈을 꾸며 안락의자에 앉은 너도 고치고.


#직업 #월급생활 #현실적응 #모두틀린세상

Photo by Jess Bail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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