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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17. 2023

가을 건조

Gabriel's Oboe The Impact of Choice


점점 건조해진다. 가을이다. 가을 건조로 벼 이삭은 볍씨가 될 것이다. 비염의 괴로움을 겪는 이들에겐 힘겨운 시간이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환경 오염의 진행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 되진 않을까?


인간이 도구를 가지기 전까지, 인간은 자연에 섞여 있었다. 비인간 생물과 마찬가지로,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겪었다. 여기까지 오염은 없었다. 파괴가 변화를 만들어도, 자연의 흐름으로 천천히 일원이 되어 갔다. 그렇게 생각한다.


도구를 만들면서, 재료가 필요했고,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인공물을 만들었다. 이러한 소비는 지금까지에 이른다. 이제는 재료(자재) 마저 만들고 있다. 물론, 무(无)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자연의 일부를 떼어 쓴다. 도구를 사용한 결과가 고스란히 자연으로 흘러든다. 자연이 본 적 없는 물질이므로, 혹은 평소 소화하던 양 이상이므로, 자연은 이를 소화하지 못하거나 소화에 시간이 필요하다. 다 소화되기 전에 그 위에 축적된다. 마치, 신용카드 할부를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할부를 더하는 것과 같다.


편리와 취향을 따르면서, 자연은 오염되었고, 이는 인간이 사는 환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지구 밖으로 갈 방법을 모색하는 지경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편리와 취향 지향. 짧은 시간에 수정될 사안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자연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어떨까? 광범위한 자연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내 곁에 있는 자연부터 이해하면 어떨까? 여름의 세계에서 가을의 세계로 넘어가는 환절기부터 건조가 시작된다. 이 건조는 식량이 되는 벼를 영글게 한다. 벼 외에도 가을의 세계가 내놓는 풍족한 산물도 가을 건조의 영향을 받는다. 건조함을 거부하거나 주위에서 제거하려는 노력보다는 그 흐름에 대비함은 어떤가? 가을 건조가 다가오는 시기가 되면 물을 많이 마시고, 비염 약을 챙겨둔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내 습도를 조정한다.


인간이 내는 숨은 대기에 섞인다. 인간 외의 물체 혹은 존재가 내는 기체 역시 대기에 섞인다. 그 대기를 우리가 다시 호흡한다. 대기는 온도가 상승하면 높은 곳으로, 온도가 하강하면 낮은 곳으로 흐른다. 가까운 거리를 걷거나 오염원을 내지 않는 이동 방식을 택하거나, 여러 명이 하나의 운송 수단을 사용한다.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비닐은 태우지 않고 분해할 방법을 모색한다. 원자나 분자 단위로 분해할 수 있다면, 유독성은 사라진다. 


공기만 오염되는 것이 아니다. 땅에 스며든 모든 것은 지하수로 흘러든다. 비가 오지 않으면 지하수를 구할 것이다. 대기 오염으로 해로운 물을 피할 때도 땅속 물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자연이 소화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것을 땅에 묻는다. 거기서 흘러나온 유독물은 지하수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천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서 흐른다. 하천이 스스로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일정 경사가 필요하다.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녹조가 끼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이해 중에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나씩 눈에 닿고 손에 닿는 자연을 이해해 나간다. 그리고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에 올라탄다. 편리 혹은 취향을 추구하던 방향을 자연의 일원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생전에 큰 진전은 없더라도, 한 명씩이라도 축적된다면, 그리고 변화에 필요한 수위가 채워지면, 환경은 좋아질 것이다. 단 몇 천 년 만에 자연을 크게 소비한 대신, 복원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 않으면, 소비만 하게 되고, 결국, 여러 작품에서 그리는 ‘불행한 우리’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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