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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Sep 01. 2023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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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를 마시고 알게 된 것.



- 숙취가 없다. 그렇다면, 숙취를 일으킨 원인은 당분인가?

- 남은 소주를 냉장실에 보관했다.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마셨다. 쓴맛이 없다. 출고된 후 시간이 지난 소주가 쓴 원인은 당분인가?

소주를 마시는 ‘맛’ 혹은 재미는 첫 잔을 마시고 ‘크~’ 소리가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재미가 없는 원인은 당분인가?



여러 기회에, 혹은 홀로 마셔 본 후 체득한 3 가지 경험. 첫 경험을 한 후 맥주보다 제로를 더 찾게 됐다. 며칠을 일하고 휴무일 전에 숙면을 위해 선택한 술 역시 맥주가 아니라 제로다.



콜라의 그것은 재미를 떨어뜨리지만, 소주의 그것은 선호를 높인다. 원액의 종류에 따라, 설탕 혹은 기존 당분이 교체된 상품의 선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여기에도 ‘궁합’이라는 관계 형태가 존재하나?



맛있는 음식은 오미(五味)가 존재한다고 한다. 조리된 음식에 따라, 오미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이상의 맛이 강조된다. 매운 요리를 매운맛이, 쓴 요리는 쓴맛이, 짠 요리는 짠맛이 강조된다. 하지만, 재료와 조리 방법에 차이는 있어도, 단맛은 거의 대부분의 요리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생각이 드는 부분은 감칠맛이다. 백설탕 혹은 대체 당분을 직접 넣지 않고 감칠맛을 내려면 조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래도, 우리나라 말의 ‘곪’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곪’이라 해서 무조건 장시간 열 위에 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냉채 같은 요리도 있으니. 대중 요리의 레시피에서 설탕이나 당분이 포함되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감칠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빠른 시간에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은 아닐까? 조리해 먹는 음식은 ‘Slow Food’일 것이다. 하지만, 이 슬로푸드 역시 ‘빨리해서 먹는’ 필요(needs)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바쁜 것일까?



증류주는 주정을 물로 희석한 술이다. 여기에 상품으로서의 성분이 추가된다. 주정을 증류하면 단지 알코올일 뿐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알코올을 다양한 형태로 식품에서 발생시켜 마셔왔다. 발효, 증류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와인에 설탕을 타서 판매에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과일 발효주라면, 과당이 있을 텐데. 증류는 알코올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재료의 당분이 포함될 수 있을까? 기억 속에서 찾을 수는 없다. 



‘살을 뺀다’는 대명제가 누구나 잘 풀지 못하는 숙제로 떠도는 지금, 당분은 그들의 적이다. 차 음료에서도 제로가 존재한다 탄산음료가 가장 먼저 상용화된 제로라고 기억한다. 술도 제로가 있다. 기업이 알아서 적을 제거해 공급한다. 하지만, 맛 속에 당분은 존재한다. 당분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좋은 당분으로 교체했다. 좋은 당이 있고 나쁜 당이 있나?



원인과 과정이 어찌 되었든, 지금은 제로를 즐긴다. 물론 술에 한해서다. 술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술과 담배는 ‘잠시 잊기’ 도구이기 때문이다. 잠시 정신을 이완하는데 필요한 도구다. 해결책이 아니지만, 그 짧은 순간의 이완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렇다면, 짧은 이완의 도구를 취할 때, 취향에 맞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제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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