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송의 프리렌
장송 葬送은 장지로 보낸다라는 의미다.
마왕을 제거한 모험단이 해산한다.
프리렌은 수천 년을 산 엘프. 마법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취미를 가졌다. 모험이 끝난 후, 프리렌은 마법 수집 여행을 계속한다. 모험단과 함께한 곳에서 추억을 회상한다. 홀로 조용히 여행을 하는 프리렌은 자유로워 보인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고, 모두 노인이 됐다. 귀엽던 용사는 호호 할배가, 타락한 성직자는 위트 wit만 남았다. 전위 前衛의 드워프는 제자가 있었다.
드라마가 탄탄하다. 작품을 계속 보는 이유다.
흥행 요소인 마법과 결투, 전쟁, 검劍은 적다. 그 빈 공간을 마음 살핌이 채운다. 고난뿐인 모험의 저변에 흐르는 인간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유종의 미를 거둔 모험의 뒤를 잇는 이야기는 무엇인까? 당시 상대의 마음과, 지금 이해한 상대의 마음은 얼마나 다를까? 왜 다를까?
아마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다뤘다 해서,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현지 그룹도 있다. 나는 문학적 가치를 가름할 눈은 없으니, 경험한 바에 따라 그렇다고 믿는다.
평소 이런 이야기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런데,‘어떻게 살 것인가’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왜일까? 종편 終篇을 보면 알 수 있을까?
극 초반에 이미, 장수長壽의 프리렌을 제외하고 모험단 모두 ‘0’으로 돌아갔다. 죽으면 혼이 육체에서 떠나 윤회를 지속한다 믿지 않는다. 인간의 몸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믿는다. 그들도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금, 그들의 한창때, 그들의 지금이 프리렌의 회상을 매개로 생생하다. 부럽다.
죽은 이의 장례를 치루고, 장지로 옮기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나?
죽은 후 49일이 지나면 삼도천을 건너며 이승의 기억을 잃는다 했다. 그러니 1년에 한 번 지내는 제사는, 기억을 잃은 귀신이 오는 날이 아니라, 남은 자가 떠난 자를 기억하고 기리는 날이다. 당시 장지로 이동하면서 무엇을 생각했나? 장지로 이동하는 동안 많은 생각이 나는 이가 있고 다른 생각이 드는 이가 있다.
나는 지금껏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겼을까? 앞으로 만날 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