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브리엘의오보에 Feb 13. 2018

전문점포의 마케팅

사업 기간과 상품으로만 전문성을 내세울 수 없다.

독립 서점이라고 하나? 꽤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유명인도 세우고 있고, 자신의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야기는 독립 서점부터 시작을 했지만, 전문 분야에 매진하는 사업체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의사, 변호사, 검사 등만 전문직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의학, 법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로의 분류는 삭제됨이 옳다 주장한다.


어쨌든, 전문 분야의 사업체들은 상품(제품과 서비스)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이 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offering)을 제공하는 사업체도 있고, 신제품이 나오면 활용 가능한 채널을 통해 전 방위적으로 소식을 알리고 있다. 때로는 상품이 구전(입소문)을 타서 기존과 동일한 홍보 투자를 했는데 결과가 더 좋을 때도 있다. 이런 날은 회식이겠지만. 때로는 성공했을 때와 동일한 홍보를 했지만 반응이 시큰둥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홧술이겠지만.


그런데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판매 촉진 활동이다. 브랜드를 알리고(브랜드 마케팅), 제품(상품)을 알리고(제품 마케팅)는 활동 외에도, 판매가 잘 될 수 있게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고객의 수용 가능 범위 내로 가격을 책정하며, 어디서 판매하고 어디서 홍보할 지를 정하고, 어떻게 알리고 인식 시킬 지를 고민하는 활동 전반을 마케팅이라고 한다.


위의 설명은 교과서적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홍보한다’의 고급진 단어로 사용되는 것 같다.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틀리는 지를 여기서 따질 것은 아니다. 


전문 사업체 혹은 점포는 자신들이 전문가라는 것을 기반으로 깔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일만 몇 년을 해 왔다” 든지 “이 분야의 상품만을 만들고 있다” 든지 하는 이야기 말이다. 미술 전문 서점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서점은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판매한다.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 서적은 물론, 희귀 서적도 구해준다. 누가 뭐래도 전문 서점이다. 이들은 마케팅을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미술 분야에서 필요한 서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서점에 가거나 주문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구전을 거듭해 이 서점이 미술 전문 서점으로 운영을 지속하게 되는 걸 것이다. 즉, ‘책’이라는 형태의 미술 분야의 전문 점포가 이 미술 전문 서점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본다. 이 미술 전문 서점 내에서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술 작품 중 명화를 골라낼 수 있을까?


미술 전문 서점의 전문가는 서적의 전문가이면 충분하다. 여기에는 하나의 군소리도 달지 않겠다. 왜냐하면, 지난 세월 동안 그렇게 사업을 지속해 왔고 고객의 인정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 전문 서적 중 명품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이 정도의 전문적 역량이면 미술 전문 서점의 전문가로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일까?


하나의 질문을 더 던져본다. 과연 미술 전문 서적이란 무엇일까? 여러 종류의 서적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 전문 서적은 미술 작품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미술 작품 평론 책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이 명품인지를 식별하려면, 이 책이 평하는 이야기가 맞는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미술 작품 평론을 싣고 있음을 식별해 내야 미술 전문 서점의 전문가일 것이다. 그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지 저자가 미술 평론계에서 최고 혹은 상위 전문가라는 것만 알아서는 반쪽짜리 전문가이다. 단언하겠다. 반쪽이다. 앞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렇다, 신규 서적이 출판된 경우, 구색 갖추기를 위해 서점에 들여놓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 역시 미술계에서 명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며, 전문가를 통해 알아보아도 이 새 책의 저자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가정하자. 자, 미술 전문 서점의 전문가여, 이 책은 명품인가?


이렇게까지 들이대어 보니 마치 명품 책을 고르는 기준이 저자의 명망 혹은 평판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즉, 미술 전문 서점의 전문가는 그 책의 내용이 ‘제대로’ 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술 작품의 가치 역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작품의 가치만을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사람과 유사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새 책이 내린 어느 미술 작품에 대한 평론이 ‘제대로’ 되어 있음을 식별한다는 것은 결국, 저자처럼 미술 작품에 대한 안목이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이 새 책의 고객은 평론만을 읽는 미술계 전문가들이라고 큰 범위에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술학도도 포함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 성장하는 미술학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 그들의 구매가 당연하다는 판단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의도를 독자 중에 파악한 분도 있을 것이다. 


한 미술 전문 서점이 새로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 전문 서점의 한 벽을 할애한다. 그리고 조명을 준비한다. 다시 말하면, 서점 판촉 활동으로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그 내용은 신진 작가 중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대형 서점의 경우, 이러한 기획을 하는 의도는, 모르긴 몰라도, 이 작가와 관련된, 혹은 이 작품과 관련된 책이 신규로 들어오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전시회로 모으고, 그 작품 주위에 관련 서적을 전시한다. POP도 정성 드려 작성하여 곳곳에 배치한다. 전시회를 대외적으로 활용 가능한 채널을 통해 홍보한다. 전시 기간이 끝나고 투자 대비 판매 결과를 집계한 후, 홍보 활동 평가 검토에 들어간다.


위 가상 스토리는 현실에 있을 법한 사례이다. 그런데 만약에, 대형 서점이 아니라 동네 한 켠에 작게 자리를 잡고 있는 미술 전문 독립 서점으로 대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들 역시 좁지만 서점의 벽 하나를 전시에 할애한다. 하지만 서점의 공간이 크지 않아 단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할 수 있다. 아무리 신인 작가라도, 전시 가능한 작품은 적어도 하나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오직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할 수 있다.


이럴 때 전시 작품 선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전시의 추진 목표는 전시를 통해 집객을 하고 서적을 판매하기 위해서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로서, 사업체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매출과 관련되지 않는 활동은 비교적 자제한다. 규모가 작은 서점일수록 이러한 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적기 때문에 쉽게 이러한 활동 추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뿐더러, 판매 효과가 없다면 기획 단계에서 부결될 것이다.


어느 작은 미술 전문 서점이 있다. 그 서점은 언제나 서점 내 벽 하나를 비워두고 있다. 그 곳엔 오직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한다. 유명한 화가이든 신인 화가이든 누구나 그 벽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조건은 전시 작품의 결정은 서점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서점에 전시되는 작품들에 대한 호평이 각계각층에서 일어난다. 미술 전문 평론가도 그 서점이 선정한 작품은 누구나 한 번은 감상할 만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인들도 이 서점이 전시하는 작품은, 이론적으로나 전문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좋다는 이야기는 조리 있게 할 수 없지만, 언제나 감동을 느낀다고 이야기 한다.


이럴 경우, “우리 서점은 미술 전문 서점으로서, 10년 이상 미술 관련 서적만 취급해 오고 있습니다” 든가, “저희는 미술 관련 희귀 서적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 라든가 하는 설명이 없더라도, 이 서점은 미술 전문 서점으로 인식될 것이다.


여기에, 신인 작가의 작품이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됐는데, 이 서점에 전시한 작품을 ‘우연히’ 작품 구매자가 보았고, 그 자리에서 화가가 제시하는 금액 혹은 자신이 내린 가치 평가에 따라 구매했다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대중문화 작품이든, 순수 문화 작품이든, 비즈니스 요소, 즉 구매와 판매의 행위가 일어나야 고객과 작가 모두 살아남고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스폰서 제도 역시 구매와 판매 행위이다. 유망 작가가 지속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유는, 단지 여력이 있어서 지원하는 경우만 있진 않을 것이다. 


위에서 길게 이야기한 것을 누군가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전문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100만 명의 인구 중 그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가망 고객이 국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종합 서점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유통하는 곳이고, 전문 서점은 제한된 범위의 고객들에게 책을 유통하는 곳이다.


그러나 신기한 일은, ‘이곳은 진정 전문 미술 서점이다’라는 입소문이 퍼지게 되면, 비록 그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그 서점을 방문하게 된다. 만일 여기까지 내다보았다면, 미술 전문 서점은 새롭게 미술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수 있는 서적들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수십 종 이상의 분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전문 서점이므로, 초심자들의 입문을 중요시 여길 것이다.


유효한 미술 작품을 선정하고, 이로 인해 명성을 얻고, 미 관심자들도 자신의 분야로 끌어들이게 되는 일종의 선순환은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라고 이야기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보지 못한 것을 믿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실이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주장하는 것은 고집이고, 강요일 수 있다. 역효과가 나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술 전문 서점이라면, 핵심 고객들이 감동할 수 있는 미술 작품을 전시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비록 그러한 전문가를 서점 내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미술 작품 전시 활동이라는 마케팅이 죽어가는 서점가에 순풍을 불게 해 줄 열쇠라고는 강요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러한, 어쩌면 전문 분야에서 벗어난 활동을 해야 할 시기라고도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문’ 상점 혹은 사업체는 그에 걸맞은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전문성이라면 이들이 선정한 책을 구매하기에 안심이 된다‘는 마음을 고객들이 갖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책이란 지식의 전달 매체이다. 그 지식은 저자에 의해 작성된다. 그러한 책을 대형 종합 서점은 코너로 구성하여 판매를 하고, 전문 서점은 상점 전체를 사용하여 판매한다. 즉, 내가 필요할 때만 사는 곳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거래 횟수를 줄이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즉, 유통 기업 혹은 사업체들은 거래 횟수를 늘리고, 재 구매율을 높이는 노력을 지금도 철야를 하며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고민 중에 유관 활동을 통한 마케팅으로, 유통하는 서점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은 효과를 올리지 않겠나?


아이디어 구상의 설명이 너무 판타지스럽고 SF스러워서 걱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판매 촉진 활동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형 포탈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몇 권의 책을 판매하여야 하나? 이것은 ‘제휴’가 아니다. 작품 판매를 원하는 작가와 책 판매를 원하는 서점의 협업(collaboration)이다. 전시를 위해 책꽂이를 치워야 하는 서점도 있을 것이다. 판매할 책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선정해 판매할 수 있는 상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면, 책꽂이를 옮겨도, 그 위치에 전시한 책을 옮겨도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누구를 이해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