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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한 Jan 30. 2020

스쿨버스

호주 멜번에 사는 한 버스기사의 삶 이야기

애들이 10학년, 7학년 이었을때다. 애들 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어 호스트 패밀리 참가를 신청했고 이가 받아들여져 호스트패밀리 오리엔테이션을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녔던, 막내는 아직도 다니고 있는 큐 고등학교(Kew High School)는 일본에 있는 한 학교, 베트남에 있는 한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서로 교환학생을 주고받고 있다. 그중에 일본에 있는 학교와 교환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가급적 백인 내지는 적어도 영어가 집안에 쓰이는 가정이 호스트 패밀리로 참여하도록 유도를 한다. 솔직히 돈 들여 호주까지 보냈는데, 호주인 가정이 아닌 한국인 가정에 있으면 좀 이상하긴 하니까. 그 마음을 이해하니, 일본어를 과목으로 선택하여 공부하는 딸아이들도 그에 대해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 일본어 선생님이 따로 연락이 왔다. 여학생 8학년 호스트 패밀리가 부족하니 나 보러 호스트 패밀리를 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러면서 그 장점을 줄줄 외워댄다. 약간은 섭섭했던 마음에,


생님(실은 이름 부르고 말도 놓았지만, 한글로 옮기려니 그냥 존대한 것으로 하겠다.), 그 일본 학생 부모 입장에서 별로 안 좋을 거예요. 스테이크 먹으라 보냈더니 김치나 먹고 있으면 섭섭할 거예요. 나나 아내도 아이들과 영어를 안 쓰구요. 그냥 안 할래요.


선생님이 다시 설득을 한다.


아닙니다.(믈론, 이 선생도 말을 놓았다. 하지만 학부모에게 말을 놓는 선생은 한국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그냥 높인 걸로 적어본다.) 요즘 아이들은 한국음식을 더 좋아해요. 솔직히 여기 호주 가정 가도 맨날 스파게티에 피자나 먹지 뭘 먹겠어요? 저도 한국음식 좋아하는데, 아마도 이 학생도 그럴 거예요. 또, 이 학생이 영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할 터이니 편하게 대해도 될 거예요. 호주를 경험하러 오는 것이고, 호주는 다문화 국가이니까 아주 적절합니다.


호스트 패밀리 오리엔테이션은 그냥 학생의 임시 보호자로서 해야 할 일을 나열해주고, 준비할 서류(예: 폴리스 체크)를 안내해 주는 정도였다. 참,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얼마를 지불받을 것이라는 안내도 받았다.


오리엔테이션 와중에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선생인지 학부모인지 모르겠으나 덩치는 나만한 어름이 애들 교복을 입고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수염도 덥수룩하니, 선생은 아니고 학부모인 걸로 그냥 생각을 했다. 근데 웬 교복? 핼러윈도 아니고 뭔 일인가 싶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그 학부모(?)가 진이와 아는 척을 한다. 뭐라 뭐라 하는데 중저음의 목소리 덕에 가벼운 내용도 무겁게 전해진다. 그런데 진이가 이 사람의 팔뚝을 툭 친다. 응? 이건 뭔 시추에이션?


진이 친구다.


공식적으로 2020년도 학기 시작은 그저께 화요일이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들이 등교를 한 날은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제 수요일 혹은 오늘 목요일이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며칠 연기한 곳도 있다나 없데나 그렇다. 그러면서 나도 스쿨버스 노선을 배정받았다. 일전에도 큐(Kew) 지역에는 명문 사립이 많다고 했는데, 주로 그 사립학교를 도는 노선이다. 공립학교야 그냥 학교 주변에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구태여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없지만, 사립의 경우는 꽤 멀리서 통학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이 스쿨버스는 필수이다. 이 버스는 버스기사인 나를 제외하고는 어른은 승차할 수가 없다. 혹 탑승하려는 어른은 자신이 폴리스 체크를 거친 학교 선생님임을 나에게 증명하여야 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발생하면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또, 법으로 허가된 보호자만 탑승이 가능하다.


평소에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경우에는 그냥 그렇게 승파 하차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런데, 학교에 행사가 있어 사복을 입고 가는 날에는 '골 때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워낙 발육이 좋은 아이들이 많다 보니 이건 앤지 어른인지 그냥 봐서는 판별이 불가능하다. 일일이 다 물어봐야 한다.


어느 학교니?

오늘 무슨 일이니?


오늘도 전학한 신입생이라 교복이 없는 '아가씨'가 버스에 올랐다. 마침 영어도 잘 못하는 상황이라 나도 난감하고 그 '아가씨'학생도 하얀 얼굴이 정말 빨개져 버렸다. 어떻게 설명을 듣고 승차를 허용했다. 앤지 어른인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하긴 내 막내딸도 주말에 화장하고 시내 간다고 나서는 걸 보면 아가씨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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