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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한 Mar 19. 2020

둘째날을 모를 첫날

호부 멜번에 사는 한 버스기사의 삶 이야기

잠자는 시간 빼고는 뭐라 뭐라 영어로 시부렁거리는데 가끔 욕설도 들리고,
얼핏 들으면 전쟁영화 속 전투대원들의 대화같이도 들린다.

반면, 길눈은 절대적으로 암울하여,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냅두고 지가 아는 멀리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려 먼길을 걸어온다. 자신도 자기 처지를 잘 알기에 분명 몇 분을 더 걸어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전확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 길을 잃어먹을 정도이니.
그래서 어느 대학교로 입학할지 지원할 때도 어지간하면 집에서 통학이 용이한 곳으로 가라고 했으나, 그냥 친한 친구 둘이 간 학교로 지가 정해버렸다.

이른 새벽, 출근 준비를 한창 하는데 욕실에 인기척이 들린다. 기특하게도 등교 준비를 한다고 일찍 일어났나 보다.
분명 어젯밤에도 수많은 전략을 전우들과 나누느라
그렇게 지쳤을 터인데, 용케 새벽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

버스정류장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아빠에게
앞으로 통학하려면 혼자서 가봐야 한다고 웬일로 어른스러운 말을 남기도 집을 먼저 나선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아... 이제 이 꼬맹이가 진짜로 대학생이 되는 것이구나.
뭔가 마음 한쪽에 짠 하다.

퇴근하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늘 학교 어땠어? 제시간에 도착했어?

학교의 이번 주 일정은 전부 취소되었고
다음 주부터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단다.
프로게이머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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