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대한민국
호주 멜번에 사는 한 버스기사의 삶 이야기
지도자라는 자리는 때로는 본인이 원치 않는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 결정으로 인해 벌어질 막대한 피해가, 그 결정을 안 함으로써 벌어지는 피해보다 작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설사 그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지언정, 결정을 미루지 않고 밀어붙여야 하는 자리이다.
지금 호주라는 나라의 정부가 행동하는 것을 보면, 딱 이런 경우이다. 처음에는 중국 어디 변방에 무슨 바이러스가 있나 보다의 반응을 보이다가, 한국에서 확진자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아주 간단하게 한국에서의 왕래를 끊어버렸다. 물론,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끼리 많은 회의를 하고 결정했었다고 생각은 잠시 해보지만, 솔직히 당시의 결정은 상당히 즉흥적으로 보였고, 또 한편 호주에 사는 교민 입장에서 수긍하는 사람도 많았으리라.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훨씬 많은 이태리에서 확진자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알게 모르게 교류가 많은 이란에서 확진자가 터져 나오자 상황 해석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중국, 한국 외에 이태리, 이란에서의 입국이 봉쇄되었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모든 뉴스들이 코로나 관련으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와 문화행사가 취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호주 정부의 모든 대응정책은, 검사를 더 많이 한다기보다는 단지 '시간 벌기'에 집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실제로 어느 날 갑자기 극장과 펍 같은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닫아버렸고, 덕분에 관련 업체와 종사자들은 뭘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그 봉쇄의 직격탄을 맞아버렸다. 그러면서 모든 국내 스포츠들의 시즌을 종료시켰고, 수많은 국민의 불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 덕에 온 슈퍼마켓에서는 쓸모도 없었던 사재기가 벌어지고, 서로 싸우고, 욕하고... 그렇게 온 나라는 혼란의 한가운데로 "하루아침에" 빠져버렸다. 여기저기서 이런 방식으로 하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냐고 아우성이 터져 나왔고 거기에 연방정부, 주정부등은 정확한 상황 파악이나 세부사항 조정도 없이 각종 예산을 편성하여 틀어막기 시작하였다. 여기 구멍이 나면 돈으로 메우고, 저기 구멍이 나면 돈으로 메우고, 이런 방식이었다.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진짜 주먹구구 그 자체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누군들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일을 겪어보았던가? 그러니 무식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고, 영국과 같이 전 국민 상대로 바이러스 감염 실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틀어막는 것이 유일한 해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대처들이 허다하다. 어떤 한 매체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구멍 막기 대처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팬더믹 이전의 상황보다 더 나아졌다고 꼬집고 있다. 일은 하나도 안 해도 돈은 더 들어오는 상황이니, 감염의 위험 속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환자들 돌보는 의료인력들로써는 기가 찰 노릇이다.
돈 공장에서 인쇄되어진 막대한 자금이 풀리고 있다. 이후의 상황은 누가 봐도 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터널을 지나면서 뿌려대는 막대한 자금은 터널이 끝남과 동시에 밝은 고통으로 모두를 목 죄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호주의 경기는 이전과 같지 않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모두가 고통받을 때, 나와 나의 가족은 조금 덜 고통받기를 바라는 아주 이기적인 희망을 가지고 사는 내가 한심하다. 더 크게 봐서, 호주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 고통이 좀 덜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유난히 더 멀리 느껴지는 나의 고국이 이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세련되었다고 느껴지며,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것이다. 모든 일상이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린 이곳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의 일상을 지켜보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나의 가족 대한민국인들에게 찬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