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마스크를 보내달라 부탁하였다. 여기서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지만, 그 마스크라는 것이 아무리 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한 일주일 전, 여태껏 쓸려면 쓰던가 라는 식으로 취급하던 마스크를, 주총리가 적극 권장하기 시작하였다.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들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지금의 봉쇄 수준보다 더 심한 봉쇄로 가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마스크에 대한 일반의 선택은 아직까지 그리 뜨겁지 않다. 사람이 붐빌 수밖에 없는 동네 슈퍼마켓을 가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반이 안된다. 많이 나아진 것이 이 정도이니 할 말 다했다. 마스크도 다양하다. 효과를 누가 검증해주거나 안내해준 적이 없으니, 글자 그대로 삽질의 마스크가 난무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주정부의 마스크 권장 발표가 있고 나서 하룻만에 천 마스크를 기사마다 두장씩 지급하였다. 베이지색 무슨 천 쪼가리에 귀에 걸 고무줄을 댄 마스크. 콧등을 고정할 수 없으니 선글라스가 필수인 버스기사 대부분이 안경에 서리 끼는 것을 방지할 방법을 연구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Made in Australia"라는 표시가 품질에 대한 의심을 더 증폭시킨다. 멜번에서 만든 마스크라고, 지역경제를 돕는 목적도 있었다고 공문도 발행하였는데... 마스크의 본질은 감염 전파를 막겠다는 것과 감염됨을 방지하겠다는 것 아니었던가?
어렵게 구한 홍콩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안경에 서리도 잘 끼지 않는다. 어차피 승객도 별로 없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싶다. 회사의 다른 차고지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조치라고 해봐야 확진자는 일단 병가를 주어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하였고, 확진자가 확진 판정받기 전까지 몇일간 운전했단 버스들을 운전한 다른 기사들도 출근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차고지를 세부 청소를 하였고, 해당 버스들도 철저하게 청소하였다. 그러면서 기사 각자의 위생관리에 더 힘써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것이 전부이다. 2차로 봉쇄되기 전 승객들, 특히 등하굣길에 학생 승객들이 많았는데, 그 상황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며칠 새, 나의 마스크를 보고 묻는 사람이 몇몇 있다. 홍콩계 버스기사들은 이미 기사휴게실 등에서 만나기가 어려우니, 비슷하게 생긴 나에게라도 마스크를 어떻게 구했냐고 묻는다. 쉽게 구입이 가능한 마스크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묻는 것이려나. 주정부에서 스카프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그것이라도 하라고 한 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이 홍콩제 마스크를 어떻게 구했는지 알려주고 나서, 나는 한국으로 연락하여 한국제 마스크를 부탁한 것이다.
항공편이 없어 배송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부탁을 하였다. 하루 이틀에 끝날 상황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버스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버스요금 내라고 했다가 봉변당하기 일수인 버스기사 입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라니...
텅 빈 도심을 가로지르는 나의 버스는,
몇 안 되는 승객들 외에 여러 군데서 태어난 불안감들과 이 긴 여정을 버텨가고 있는 피로감으로 꽉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