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록다운들이 여기저기 이어져있다 보니, 언제 모였었다고 기억을 정확하게 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멤버가 그대로 모이고 새로운 얼굴들이 없지만, 그래도 소풍 전날처럼 토요일 아침을 텐션 올라간 상태로 보내게 된다.
마냥 집에서 허송하다가 밖으로 나가기 그래서 간만에 토요일 이른 아침 추가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후딱 시작한 만큼 일찍 끝나는 근무 일정이니, 일 끝나고 집이 갔다가 시내로 나가면, 돈을 막 쓰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에 구입한 들고 다니는 스피커를 운전석 옆에 자리 잡게 하고, 한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 앱을 켜 연결하니, 운전석 캐빈이 한국 방송으로 채워진다.
진행자들이 미주알고주알 하는 것은 또 다른 신경을 써야 할지도 모르니 그냥 내내 음악만 틀어주는 방송을 선택하여 흥얼거리며 주말 아침 크루징을 즐긴다.
사람들이 자기들은 그리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못 살아가지만,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하는 사람들은 '공인'이라는 단어로 묶어서 거의 하나님만큼의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나 역시도 가끔 그럴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공인들 중에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몇 회의 면죄부를 지급받은 사람들이 있다.
뭐, 그들은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몇 번의 용서권을 지급해주었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하여 죽인 일만 아니라면, 흔한(?) 삶에서의 사고 침, 예를 들어 음주운전이라던가, 마약 복용, 치정관계, 사기... 그런 것들로 사고를 치고 나서 소리 소문 없이 자숙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져 간 예전 공인들이 많은데, 나의 면죄부를 받은 사람들은 적어도 나에게서 만큼은 욕을 안 먹어도 된다.
내가,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고, 그들의 편에 계속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전에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조그마한 한 여자 가수가 아이유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가요무대를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가 봐선 대한민국에 100만 명 이상은 다 잘할 수 있는 3단 고음 인가로 본인의 주가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대중가수가 그러했듯이, 이 여자 가수도 노래뿐 으니라 연기도 하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예능도 하면서 본인의 사생활도 그렇게 귀엽고 이쁘고 인간적이라고 우리에게 각인을 시키려 노력을 하더랬다.
그냥 "귀엽다." 정도가 이 아저씨의 솔직한 평가였다.
그러다가,
제주도에 사는 이효리가 민박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민박 도우미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방송이니까,
열심히 일하고, 웃는 모습은 당연히 이쁘고, 적절히 고생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자막으로 강제 케미를엮기도 하고 하는데,
깡마른 체격으로 아무런 도움 없이 일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귀여운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이지안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자기의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이지안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일 텐데, 이지안을 보면서 이 사람은 마냥 귀여운 사람이 아닐 뿐 아니라, 잘하면 머릿속이 내가 아는 우주의 사이즈보다 더 크고, 내가 아는 바닷가의 깊이보다 더 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가 훅 지나가버리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그리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뭔 말을 하려나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흥얼거림으로 그 노래는 나를 지나쳐 갈 뿐이다.
그런데, 아이유의 노래를 들어보면 좀 다르게 느껴진다.
멜로디랑 가사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쌓인 호감을 묻혀서 그렇게 나에게 머무른다.
하나하나의 글이 다 들리지는 않지만, 무슨 찬송가 마냥 나에게 위안을 준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설렘으로 운전하는 토요일 아침, 아이유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파란 하늘에 있는 흰 구름들이 더 이쁘게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들을 만날 설렘에 기나긴 록다운을 별 사고 없이 마친 감사함도 보태어진다.
진상을 떠는 승객들이 몇 있었지만, 그냥 어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나 보다 라면서 이해를 해준다.
아이유는 나에게 면죄부를 받은, 몇 안 되는 공인들 중에 한 명이다.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