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너와 톡으로 몇 자 주고받은 것이 전부구나.
아버지가 요즘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단다.
힘은 들지만 다른 한 편 재미도 있다.
출근시간에 타는 전철은 그야말로 짐짝이 따로 없더구나.
아버지 키가 작잖니.
그러니 짐짝 전철을 타면 사람들 허리에 매달려 가는 꼴이구나.
^^ 이때 조심해야 한다.
화생방 주의를 하고 가야지.
휴..
그거 어디선가 터지면 완전 고통이다.
또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키도 큰 데다가 하이일을 신잖니.
그러니 아버지와 서면 여성들 가슴정도에 아버지 머리가 있는 거야...
헐~ 움직였다가는 성추행범으로 몰리기 딱이지.
그러니 어쩌겠어.
거의 나무토막처럼 서있어야 그나마 오해받지 않는단다.
이렇게 힘들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하며 살지 않았던 아버지인 듯하구나.
비록 목회한다고 고난하게는 살았으나 다른 한편 일신상은 편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이제껏 출근전철을 타고 살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항상 서민, 민중의 삶을 외치며 그들과 함께 하네 어쩌네 하며 살았지만 결국 아버지는 허울로 살았다는 반증이지.
그런데 아들아
이게 무슨 아이러니니?
이렇게 살아가는 아버지 자신을 보면서 즐겁고 대견하건만, 너는 이런 전철 안 타고 다니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른 한 구석에 있으니 말이다.
늘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버지 자신에게 섬기는 삶을 살아라 하면서도 내 아들은 섬김 받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이 이율배반적이고 역설적인 마음은 또 뭔밍? 뭔밍???
부자지간이란 희한한 관계가 아버지의 이중성을 드러나게 하는구나.
아들을 위한다면 이중적이도 좋을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