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잊지 않았지?

by 아나키스트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는 어서어서, 빨리빨리 사셔야 했단다.

남아공에 살다가 한국에 와 보니 확실히 알겠다.

겨울인가 싶으면 봄이 오고

봄의 따스함을 느끼는가 싶으면 여름 태양을 피해야 했고

후아후아 하며 손부채를 하는가 싶다 보면 가을의 쓸쓸함이 코 앞이더구나

게다가 60세 되시면 오래 사셨다고 떠들썩하게 잔치를 하시던 분들이니


그때부터 거꾸로 계산해 보면

50세면 은퇴하셔야 했고(지금은 아저씨란 소리 들어도 기분 나쁜 나이)

사회학적 인구센서스에서는 초기 고령화로 분류하는 나이란다.

그러니 40에는 나름 한 자리를 해야 하고(흔히 말하는 성공과 사회적 위치)

그러니 30대부터 죽어라 뛰어야 한단다.


30대부터 뛸 준비가 완료되어야 했단다.

그러기 위해 20대와 10대에 이미 앞 날이 대충 드러나는 세대에서 사셨단다.

그러니 10대 때부터 꿈과 목표가 분명해야 했단다.

그러니 얼마나 인생을 빨리빨리, 열심히 사셔야 했겠어...


음..

생각해 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는 지금의 청소년이나 청년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러웠던 것 같아.

그런데 다시 보면 말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와 너희는 모든 면에서 많이 달라졌어.


그러니 아들아

좀 여유 있게 인생을 걷거라.

너무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너무 열심히 해서 여유를 잃어 놓치고 가지도 말아라.

경쟁심도 굳이 갖지 말거라. 그러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고 여유롭고 복 되게 살 수도 있다.

남들보다 좀 더 늦어도 된단다.


다만 큰 그림을 잊지 말거라

그 큰 그림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거라.

물론 큰 그림에는 너의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두다 보면 자주 마음이 아파야 할 때도 있단다.

그래도 사람을 놓치지 마라.

고등학교 때 네 학우들과 지리산을 등반하며

너의 친구들에게 했던 너의 모습을 다시 떠 올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