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아버지가 이 번 여름 실속 없이 바빴단다.
한겨레 신문사 휴 사업부와 교육지원청 청소년 켐프를 10개나 했어.
사실 아버지 일을 미루면서까지 이 일에 매달렸지.
실속도 없이....
아들아
오늘 니체를 복습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이런 사람과 경쟁하면 백전백패였겠구나.
아버지 눈에 니체는 욕심 없는 분이라고 여겨졌단다.
욕심 없는 자는 얻고자 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이 없다 보니
이런 사람과는 조정, 통제, 협상 같은 것이 어려워.
자기 마음 가는 데로 사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이런 사람이 마음먹고 싸움에 임하면 이길 장사가 없다고 생각해.
마치 톨스토이에 나오는 바보 이반왕처럼 말이지.
아들
욕심이란 너 자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것을 모방한 거야. 즉 남의 것을 따라 하는 따라쟁이인거지.
그게 너를 불태우기도, 세워나가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 너 자신을 힘들게도 해.
아들
그 어느 것도 네 것이란 없어.
우리는 어느 것에도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
그러니 욕심 내지 마. 그냥 마음 가는 데로 살아.
혹시 말이다 혹시 네가 경제적으로 어려울까 봐 걱정이 되어
경제적인 것에 조그마한 욕심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것조차도 털어 버려.
아버지가 다 지원해 줄게
너희를 위해 아버지가 이리 열심히 뛰는 거야.
너희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고 마음 가는 데로 살아.
모든 지원과 너희 기반은 아버지가 맡을게 너희는 그저 마음 가는 데로 욕심 없이 살아.
다만 한 가지 욕심은 가져줬으면 좋겠어.
너에게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 욕심. 그 욕심.
아버지의 손이 갈고리가 되어도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