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의무(?)

by 아나키스트



잘 지내니?


얼마 전 축구황제라고 하는 펠레에 관한 영화를 봤단다.

펠레가 있기까지 축구선수로서 실패한 그 아버지가 있더구나.

펠레 아버지가 쌓다 만 자리를 그 아들 펠레가 완성했더구나.


아들아

바라기는 네가 가야 할 길은... 아버지가 쌓다 만 것에 한 계단 더 올리기를 바란다.

오해 말거라 아버지가 하던 일을 똑 같이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 어떤 일을 하던 아버지가 이상으로 삼았던 그 길...

그 길에 또 다른 방식으로 한 단계 올려놓기만을 바란다.


아버지는 다시 시작할 거야 아버지 인생이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거야...

그러기 위해 모든 것...

심지어 할머님과 너희까지 '단'하고 '무'에서 다시 50년을 뛰려 한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갈등을 했다.

사랑했던 이들, 아직도 쓰고 싶은 글들, 완성하지 못한 상담에 대한 미련.

이 모든 것을 '단'하려니 아버지의 감정선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아직도 관계하던 몇몇 분들이 헤어짐의 안타까움을 토로할 때면 정말 힘들었다.

이제 이런 감정소모도 하기 싫은데 말이다.


아들... 바란다.

아버지의 삶이 부끄럼게 비치지 않았다면...



<어깨 매지 말고 등에 매고>

아들아!

아빠가 혹 가다 쓰러지면

아빠의 십자가 흙 뭍 지 않도록

아빠 대신 등에 매 거라


어깨 매지 말고 등에 매 거라

남들이 다 어깨 맨 다고 한들

너는 아빠처럼 등에 매거라


어깨 매면 남들이 보기 쉽단다

어깨 매면 네 어깨가 커 보인 단다

어깨 매는 날 그날이

십자가는 액세서리가 된단다

어깨 매면 그 십자가

네 자긍심이 된단다

의가 된단다


등에 매면 너의 고개는 숙여진단다

등에 매면 너의 허리는 구부려진단다

등에 매야 기독 귀족 안 된단다


아들아!

아빠는 항상 갈등했단다

등에 있는 십자가 어깨에 메고 싶어 져서

너는 그러지 않을 줄 믿기에

오늘도 아빠는 이 길을 갈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