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투자의 정석-
모든 단어에는 이중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해체주의자들의 관점입니다.
만약 이들의 관점에 동의한다면 ‘현상’이란 것은 드러나는 것과 내포된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거죠.
산이 높다는 표현 속에 이미 골이 깊다는 의미가 내포되었다는 거죠.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의미는 내가 관우인 줄 착각하지 말라고도 할 수 있지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실적의 최고점(peak out) 논쟁입니다.
물론 생산력이나 시장 상황 등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내린 해석이겠지요.
그런데 주식가격은 더 좋아지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나빠지기도 합니다.
적자라고 발표되었는데, 악재해소라고 주가는 오르기도 합니다.
뉴스가 나면 재료 소멸이라고 합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고 해서 소문에 사려 했더니, 나에게까지 소문이 돌면 이미 주식은 저 먼발치입니다.
그래서 주체성을 강조하는 겁니다.
주체성을 설명할 때, 저는 수상동물 비버를 예를 들곤 합니다.
이들이 호수에 모이면 함께 힘을 합쳐 댐을 쌓는답니다.
그리고 담이 쌓인 후에는 각자 개별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서 산다고 합니다.
주체성이 나 홀로 독야청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이란 곳이 홀로 고집한다고 해서 가능 한 곳이 아니라 대중이 같이 움직여줘야 하니까요.
또한 주체성이 강조된 사회(체계)와 주류, 비주류로 구분된 사회(체계)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주체와 주체의 만남입니다.
이쪽 문화에는 중심도 없지만 주변도 없습니다. 자신이 삶의 중심이되, 타자가 주변이 아닌 또 다른 주체로 자리합니다.
반면에 후자는 중심이 있으니 주변이 존재하고, 중심의 반경에 서 있으면 주류이고 아니면 비주류로 당연시되는 겁니다.
문화 자체도 전자는 나름의 독특성이 인정받지만 후자는 B급, 혹은 비주류로 전락합니다.
글은 이렇게 쓰지만 사실 말로는 무엇인들 못할까요.
쉽지 않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큰 걸림돌 중, 첫 째는 우리는 이미 익숙한 것을 당연시함에 굳어져서 뒤집어보고 엎어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쳇말로 아니면 말고 내지르고 봐! 이것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문화라는 것이 그리 녹녹지 않죠.
특히 우리처럼 체면문화에서 쉽게 자유롭지 못한 이들은 더욱 그러하죠.
주류적 사고에서 벗어나 예외적 행동이나 생각을 한다는 것은 체면과 더불어 공동체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되는 것을 견뎌내야 하니까요.
다행한 것은 포스트모던 사회가 되면서, 투자세계에도 내러티브가 적용되면서 주류, 비주류의 구분이 흐릿해졌습니다.
그리고 주체가 강조되고 복잡계를 인정하면서 유연함과 다양함, 우연과 무질서적인 체계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치투자가 투자의 정석이 된 것은 가치투자 주창자들이 그 시대에 가장 인정받는 주류 이론을 적용하여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고, 다행히 그 결실 역시 달콤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주류로 등극하게 된 거죠.
주류는 암묵적인 권력입니다.
그 시대문화의 교과서와 같은 지위를 부여받고, 당연시 받아들여지지요.
게다가 과학주의와 행동경제학이 주류를 이룰 때 이런 투자방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겠죠.
그렇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세계화 시대, 분업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에 성장성에 대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숫자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겠죠.
그러나 성장 둔화, 침체 시기에는 의외로 성장에 목마르다 보니 ‘꿈’을 보여 달라고 대중은 요구하겠죠.
즉 시대에 따라 관점 역시 다라다는 겁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 어떤 투자이론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류이니 따라갈 필요가 없고, 그렇다고 버겁고 힘든데 굳이 비주류적인 방식을 고수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의 강조점은 ‘나’를 중심으로 ‘나’의 관점으로 익숙한 것은 낯설게도 보고 낯 선 것은 익숙하게도 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강조하는 주체적 사고란 것이 기존의 것을 부정하거나 삐딱하게 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이와 같습니다.
정장차림의 옷을 입고 다니면 웬만한 곳을 가도 적당한 입성입니다.
그렇지만 설악산 가기에는 거북하죠.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할 뿐입니다.
주류적 세계관 관점, 방법론이란 것은 강물의 큰 흐름과도 같고, 시대의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제가 학생시절 선생님들이 늘 그러셨습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하라, 참고서, 문제집은 참고서 일 뿐이라고 강조하셨죠.
교과서가 공부의 기준은 아닐지나 가장 보편적이고 정석인 것은 맞죠. 다만 시대 문화에 따라 조금씩 교과서도 바뀐다는 것이죠.
저는 주식을 볼 때, 네 가지로 구분해서 봅니다.
1) 테마 2) 산업을 품은 테마 3) 산업화된 테마 4) 산업화로 대응합니다.
제 경험상 테마주는 실전에 강한 분들이 잘하시는 것 같고, 산업을 품은 테마는 혜안과 확신을 가지고 꿋꿋하게 밀고 갈 심력이 단단한 분이 강한 듯합니다.
이 두 부류는 교과서적인, 가치투자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느 것이든 주체적 사고로 접근하려 노력하지만 이 두 가지는 특히 주체성이 강조된다고 봅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가치투자 역시 숫자란 상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체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중과 함께 해야 하지만 대중도 하나의 주체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