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or 재미?

-내러티브 투자의 정석-

by 아나키스트

그럼 모든 이야기는 확산과정을 거칠까요?

그렇지 않겠죠.

어떤 이야기는 소멸되고 어떤 이야기는 특정 집단에서만 채택되어 그 안에서만 맴맴 돌고, 어떤 이야기는 대중에게 확산되어 일파만파가 되기도 하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외주, 자산주, 가치주, 성장주, 재료주 등등으로 분류하는 것들이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닌지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들, 특히 모더니즘을 신봉하는 이들은 위와 같이 분류하기를 좋아합니다.

규정하고, 영역을 정하고, 구분 짓는 일에 특화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쓰는 단어도 분류, 정확, 객관, 사실, 실제 등등이 많이 나옵니다.

숫자를 좋아함도 그 이유입니다.

숫자는 확실한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반면에 내러티브에서는 그런 구분이 애매모호합니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조차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렇다면 논리적 정확성조차도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논리조차도 하나의 이야기 형태일 뿐이거든요.

그보다는 ‘그럴 듯’ 하거나 ‘말이 되는( make sense)' 것인지 아닌지가 더 관심사입니다.


만약 내러티브 투자란 단어를 우리가 채택한다면 소통상 쓸 수는 있을지 모르나 성장주, 가치주, 자산주 이런 구분을 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위의 해체적 사고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가치이야기 안에 성장이야기가 내재되어 있고, 성장성 안에 재료들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러티브 투자자라면 분류하거나 객관화해서 말하고 듣기보다는 그럴듯하거나 말이 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여러분은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논리적인 이야기가 더 신뢰가 갑니까?

아니면 그럴듯한 이야기가 더 신뢰가 갑니까?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명확해 보이십니까?

두루뭉술하지만 이야기체가 더 선명하게 보이십니까?

만약 여러분이 지금 후자라 말씀하신 다면 아마도 심각하게 상담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농담입니다).


그렇다면 고민이 생깁니다.

투자란 어떤 분에겐 피 같은 돈을 선명하고 명확하지 않은 그럴듯한 것, 말은 되지만 애매모호한 것에 쏟아 붙는다?

또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것을 기준 삼아서 투자를 하셨고, 앞으로도 지향하시겠습니까?

저는 처음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전자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내러티브, 복잡계란 용어가 나타나면서 저의 모순을 깨달았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인식론이 행동양식, 즉 투자행위도 지시하거늘, 저의 인식론은 내러티브이면서도 투자에서는 모더니즘적인 인식론을 따랐던 겁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확산되고 재미없으면 소멸됩니다.

재미는 탈-논리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흔히 말하는 말초적‘쾌’에 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가 그럴듯하게 꾸며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누군가에게 전하게 되고 대중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투자에서 숫자 이야기든 꿈의 이야기이든 그럴듯하고 말이 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이야기가 논리적이거나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것처럼 이제까지 우리는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실은 그럴듯해서, 말이 돼서, 재미있어서 투자자들은 그 이야기를 퍼 나르게 되고 대중화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투자이야기는 의외로 그 구조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논리를 끌어 온다고 투자자들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 사실이라는 자료가 나열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채택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논리가 단순하다고, 소위 말하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되는 것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