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투자

-내러티브 투자의 정석-

by 아나키스트

학문이란 진리를 찾겠다는 노력의 일환이지요.

그 방법론 중의 하나가 과학이었고, 그 과학적 세계관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과학의 열매가 곳 진리라고 믿었지요.

우리는 과학이라 하면 뭔가 그럴듯하고 신뢰할만한 ‘그것’이었습니다.

모더니즘 사회에서 과학이란 단어는 단순히 어떤 학문영역을 넘어 계층과 계급을 분화시키는 동력으로도 작용했습니다.

심지어 개인의 능력, 실력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까지 건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직장 상사가 “왜 일을 이리 비과학적으로”라고 하면 모멸감이 느껴지시지 않을까요?

“남성은 객관적이고 여성은 감정적이지!” “그 투자 자문사는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더라고” 이렇게 과학이란 단어가 붙고 안 붙느냐에 따라 우열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투자세계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과학적 성과를 부정하거나 폄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그 과학적 성과란 딱 그만큼만 인식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신봉하는 것에 저는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인류의 시작에 대한 ‘설’과 ‘논’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통적으로 내려옵니다.

창조설과 빅뱅론입니다.

창조설은 믿음이고, 빅뱅론은 과학 같습니까? 아니죠. 둘 다 믿음이지요.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 두 이론이 절대적 진리가 되려면 수 천 번, 언제 어디서든 같은 현상이 나타나도록 증명해 내야 하는데 유일회적 사건을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이 양대 산맥은 자신들의 이론에 대해 믿음이 충만합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 깊이 박혀있는 과학적 성과들이라는 것이 뒤져보면 결국 믿음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기간조정’을 거치다 보니 진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시대, 어떤 세계관의 문화 속에서 핀 투자이론이든 그 시대문화의 믿음에 기반을 둔 것들이 투자에 실천된 거죠.

기본분석이든 기술적 분석이든, 정성평가이든 정량평가이든 누군가의 권유를 받았든, 결국 자신들이 끌리는 것에 대한 믿음입니다.

혹시 숫자를 믿으셨습니까?

아니죠. 숫자 이야기를 믿음 거죠.

더 정확히 말하면 숫자를 이야기한 그 이야기꾼을 믿은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투자를 결정하거나 포기할 때 글로 된 것이든, 기업설명담당자든, 유명 분석가든, 지인이든 누군가의 말에 의존했는지, 소위 말하는 과학적 틀로 결정하신 것인지?

우리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 그분들은 자신들이 정한 방법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자료를 모았을 것이고, 그 자료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투자는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믿음을 동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현상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지난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면 필시 투자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가 자신의 이야기에 강력한 믿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나 통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에 힘이 없는 거죠.


반면에 단순한 설명인데 듣는 이로부터 흥분을 유발합니다.

설렘이 일어납니다.

아마도 이야기하는 사람부터 흥분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야기의 힘이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물론 도식적으로 긴 설명과 설득이 요하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고 가치도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행동양식을 지시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만약 동의하신다면 서로의 투자 방식에 대해 경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사라고 해서, 묻지 마 투자를 했다고 해서, 회사에 대해 일획도 모르고 그저 방송에서 좋다고 하니 투자했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특히 가르치고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그 말을 한 사람을 믿는 겁니다.

사라면 사고, 팔라면 파는 얼마나 큰 믿음입니까. 이런 분들이 마냥 손실만 보는 것도 아니고 큰 수익을 내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론 제가 지금 유료리딩방 같은 곳을 운운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치를 추정할 줄 아는 사람이 숫자를 믿는 믿음이나, 차트를 의지해서 매매를 하는 믿음이나 믿음에 기반을 둔다는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차이라면 사회문화가, 특정 집단이 인정하고 안 하느냐에 문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