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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숙 Apr 24. 2020

[부부의 세계] 두려움을 대하는 법

부부의 세계를 보다가

불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집에서 업무를 할 시간이 많다 보니 금요일 부터는 TV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 채널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전 프로그램이 매우 열심히 챙겨 보았던 [이태원 클라쓰] 후속작이라 소개를 하는 걸 보고 불륜 이야기라 해서 '안 보아야겠다"로 마음을 먹었는데 김희애 배우가 오랫만에 나온다니 마음이 혹 했던 거 같다. 더불어 BBC 인기드라마 각색이라하니 무언가 색다를거 같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듯.


어찌되었던 첫 회를 시청하고 빠져버렸다. 불륜이라는 스토리줄기가 마음에 들지 않던 것이 드라마가 시작되자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전개와 긴장도 그리고 흡입력이 놀라웠다. 거기에 김희애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연기에 극 몰입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부부의 세계의 원작인 BBC 닥터포스터의 감독인 찰스해리슨 감독이 특히 김희애에게 냉담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라고 평했다 한다.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치밀한 심리묘사와 파격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전개와 파워가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본 영화든 드라마가 언제였나 싶게 극에 몰입을 하게 되는 면모가 놀라운 드라마다.


처음 불륜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부터 지선우가 그려내는 그 섬세하면서도 치열한 감정의 소용돌이 그리고 한 순간 순간마다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그리고 그걸 그렇게나 잘 참고 넘길 수가 라고 갘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1막의 스토리로 보편적인 불륜드라마에서 본처가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하는 그런 흔한 이야기에서 또다른 2막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도 놀라운데 알고보니 최고의 찌질이었던 이태오의 파워반격이 정말 숨을 쉴 수없게 만드는 분위기. 사실 1막에서 해 내었던 것만으로도 평생 치유해도 부족할 고통을 2막에 들어서며 휘몰아치는 환난은 인간으로서 상상하기도 두려운 그런 파괴가 아닌가 말이다.


BBC에서 원자긴 닥터포스터를 만들 때 메데디아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하는 걸 보고는 더욱 혼란속으로 빠질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난 그 스토리의 전개보다 더욱 눈여겨 보아 지는 것이 주인공 선우의 위기에 대한 대처 방식이다.


처음 우연으로 부터 시작한 남편 태오의 바람을 알게 되었을 때 부터 분노하고 증오하면서도 제대로 몰아내기 위한 인내와 수용 그리고 결국은 지켜내는 그 강단에 놀랐고 무너질 듯 절대 꺽이지 않는 그녀의 강건함에 박수를 보낼 정도였는데 실상 극 중간으로 가면서 드러난 그녀의 불안한 심리와 뼈 속까지 외로운 자아에 연민과 함께 그런 그녀에게 닥친 시련에 너무도 몰입되어 남편 이태오가 빈털터리로 쫒겨 나는 것이 인지상정 인과응보처럼 느껴져 통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6회의 마지막에 태오를 속이기 위해 아들이 죽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자신을 던지며 지켜네는 장면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누구가 저리도 용감하면서도 담대할 수 있을까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도전이 아닌가 하면서도 결국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차선이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은 게 최선이라 생각) 이루어 내는 그녀의 담대함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지 않았나 말이다.


1막이 마무리되며 여다경과 건너편에서 서로를 응시하며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하는 시점에서는 2막의 전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요즘 나이가 들어 둔해진건가 할 정도로 더이상 스토리가 나올 거 같지 않았던 부부의 세계는 다시 복수를 위해 화려하게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정말 깜짝 놀랐다. 늘 드라마를 보며 다음 스토리를 연상하며 여지없이 드러맞는 것에 희열과 실망이 공존했던 걸 깨끗이 반전 시키는 전개에 오히려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것도 잠시 비열하고 추잡한 이태오의 행각에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게 되더라



왜 가만 두지 않는가? 잘못을 저지른 그들이 그리 당당하게 돌아오는 것도 모자라 가만히 있는 선우를 그리도 못살게 구는 것이 정당하단 말인가? 그 와중에도 마음은 괴로울 진데 흐트러지지 않으려 그리고 매우 잘 견디고 있는 선우의 모습에 응원하며 주먹지며 보게 되었는데 급기야 괴한의 습격이라니 그 또한 이태오의 짓이라니

그 파렴치함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부들부들~그러다 갑자기 너무 무섭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선우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 부원장 자리도 자신의 몸을 날려서라도 지켜 내었던 사랑하는 아들도 애증의 장소이지만 자신의 추억이 고스란히 있는 고향에서도 내 몰릴 위기가 아닌가 말이다. 과연 이 위기를 이 고통을 누가 이겨내고 아무렇지 않게 홀로설 수 있을까? 제 3자들의 그 무심하고 비겁한 모습들은 둘 째치고 사랑하는 아들까지 아빠에게 가려하고 엄마를 부끄러워 하니 말이다. 


선우에게 이입되어 분노와 함께 너무도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난 저 상황에서 저 정도로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과연 그녀는 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놀라운 전개에도 이제 7회고 8회인데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선우를 괴롭힐것인가?

혹자는 선우의 병적인 아들에 대한 집착과 기 센 모습에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이태오의 집요한 모습 선우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일그러진 열등감과 아직도 선우에 대해 남아있는 미련으로 무언가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미 선우와 태오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용납되는 선을 넘었고 실질적으로 원인이 되는 태오가 다시 선우를 그리 흔든다는 거 자체가 비겁한 짓이다. 아이를 위해서 선우가 그렇게 까지? 하면 안된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만약 본인이 그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그렇게 넉넉한 마음일 수 있을까?

폭발적인 혼란과 감정에 혼자 빠져 드라마와 현실이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문득

세상 삶이 이렇게 늘 우리가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거 이상의 두려운 현상들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준비되지 않은 우리를 덮칠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드라마에서의 선우도 한고비 넘기면 또 더 큰 고비가 오는 식의 끊임없이 두여운 순간을 맞이하지만 정말 너무도 담대하게 그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존경심이 생길 정도인데 그렇게 두려움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과연 대처할 수 있을까? 또는 대처할 방법은 무엇일까?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된다.


선우의 모습으 보면서 느낀 것은 두려움은 도망가는 거 보다 맞서는 것이 더욱 나은 길로 가는 법이다이다.

두려움은 내가 포기하는 순간 나를 집어 삼키는 괴물이 될 것이라는 거. 결국 두려움은 내가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고 가는 것이 답이다이다.



이제 남은 8회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지 못하지만 난 그 남은 시간 동안 선우가 두려움을 당당히 맞서서 자신도 지키고 사랑하는 아들도 지키며 비겁한 이태오도 결국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인이 저지른 잘못만큼 반성하며 살아가길 빌어본다. 너무도 평범한 내용이라 스페셜한 드라마를 이웃 집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엇던 용기있는 사람이 성장하고 성공하며 행복하게 된다는 그런 지루하지만 합리적인 결말을 기도하며 잠시 후 시작할 부부의 세계 보러 거실로 GO GO~~~


두려움을 대하는 법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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