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시험 시간의 풍경은 참으로 가관입니다. 말년 병장의 포스를 풍기는 3학년들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책상에 엎드려 꿀잠을 주무시네요. 1학년들만 보다가 3학년을 보니 요상한 머리에 파마도 많이 하시고 훨씬 늙어보이네요.
시험이 시작 되자마자 멀쩡하게 생긴 3학년 학생 한명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합니다. 지금 갔다 오라고 했더니 굳이 문제를 다 풀고 갔다 오겠답니다.
그 학생은 한 20분만에 문제를 풀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복도에 있는 남자 화장실로 가는 것을 보고 저는 따라가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감독의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흘러갑니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수면에 들어가시고 저는 할일이 전혀 없어집니다. 아이들에게서 무슨 민원이라도 있으면 좀 덜 심심할 텐데 정말 서서 졸 것 같은 상황입니다.
시험 끝나고 무엇을 먹을 지 생각해 봅니다. 벌써 배가 고파오고 오늘은 왠지 순두부 찌개가 땡기는 데..ㅎㅎ 그리고 또 무얼할까 머리를 하러가야겠다. 염색은 무슨 색으로... 이런 생각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흘러가네요.
이러니 사람에게는 몰입하고 집중하고 나 자신을 잊어버릴만큼 즐거운 일이 있어야 합니다.
시험 끝나기 10분전쯤..정감독샘이 3학년 두명이 나가서 아직 안 들어왔다고 합니다. 거의 20분정도? 저는 사실 계속 멍을 때리고 있어서 한명이 더 나간 사실도 몰랐습니다. 혹시 둘이 무슨 사고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셔서 저는 남자 화장실로 돌진하였습니다.
나 참..남자화장실에 호기롭게 들어가서 "야 너희 나와."하고 소리를 칩니다.
아까 나갔던 멀쩡하게 생긴 애가 나옵니다.
짜증이 확 나서 "뭐하는 거냐 정신나갔냐?" 했더니 대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네요. 화장실에서 남자 둘이 알콩달콩??
담배 피우냐고 했더니 머쓱해하면서 "저 학생이예요." 라고 하네요.
학생인 놈이 시험시간에 20분이 넘게 나가있나요?
한달 남은 수능 시험 걱정으로 살짝 돌은 걸까요?
저는 또 화가 불끈 솟으려고 하지만 3학년부에 맡기기로 하고 다시 평상심을 불러옵니다.(얼른 돌아오렴)
헐헐~~미취겠습니다.
수능 걱정 때문에 잠시 정신이 나갔다 생각하고 오늘 전 염색이나 하면서 마음을 풀어야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