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과 중간고사

다 잘 되리라

by 사각사각

또 길을 달려왔다. 그래봤자 20여 킬로미터여서 한 40분 정도 달린 셈이다. 자아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가보다. 그럼 잠시라도 해방될 길을 찾는 수밖에.


oo 농촌테마파크라는 장소가 떠올랐다. 삼 년 정도 시민 기자단을 했을 때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다음에 법인을 냈을 때는 농촌과 관련이 있는 일이어서 지역의 여러 농가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아, 정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스타일이구나. 이 드넓은 연꽃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네.’

이곳은 작은 공원 같은 곳인데 꽃 조경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철 따라 예쁜 꽃들을 볼 수 있다. 색색의 꽃들을 보고 있자니 다들 외국에서 건너온 것 같다. 이름도 이국적인 라넌큘러스, 튤립, 꽃 양귀비 등 크고 화려하여 서양 느낌이 물씬 난다. 우리나라 꽃들은 좀 더 잔잔하고 소박한 맛이 있는데. 그래도 빛깔도 선명하고 제각각 색도 다르고 사진을 절로 찍고 싶을 만큼 화사하다.


언덕을 따라 꽃 구경을 하면서 슬슬 걷는다. 벚꽃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몇 송이 여린 분홍빛 흔적이 남아있다. 조금 늦게 피어난 꽃도 있을 것이고 간밤의 비바람을 견뎌내기도 했겠지.


그나저나 오늘 날씨는 참으로 희한하다. 햇볕은 뜨거운데 바람은 차다. 더운 것 같아서 반소매 옷을 입고 나왔으나 위에는 살짝 두툼한 점퍼를 걸쳐서 찬 바람을 막아야 한다. 날씨가 참으로 변화무쌍해지고 있다.

살짝 배가 고픈 듯하여 핫도그를 하나 먹었다. 양평 두물머리에 가면 연잎 핫도그를 판매하는데 줄 서서 사야 하고 불티나게 팔린다. 근데 딱히 연잎 향이 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핫도그는 그냥 평범하고 별맛 없으나 만나면 반가운,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새콤한 추억의 맛이 아니던가? 먹는 핑계도 가지가지다.


중간고사 기간이다. 고3 아이도 한 명 있는데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 단어를 너무 몰라서 걱정이긴 하나 나에게 입력을 하라고 단어 목록을 보내고 하는 걸 보면 열심히 하고자 하는 거겠지. ‘단어를 외우는 앱이 있으니 입력을 해줘야지. 암.’ 목록이 점점 늘어나서 살짝 짜증이 일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신이시여 제발, 한 등급이라도 올라가게 해주십시오. 지난번 모의고사 때처럼 점심 먹고 배부르고 졸려서 문제를 다 못 풀고 잤다는 둥 헛소리는 하지 않게 해주세요.’


과외비 버시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잠이 오더냐?앙?


이과 성향의 아이들을 만나면 참 난감하다. 수학은 선호하고, 국어는 우리말이라 읽을 수 있으니 그럭저럭하는데 꼭 영어만 점수가 올라가지 않아서 내 평온한 과외 생활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들이다! 이 학생은 참 특이하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일본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가서 온라인으로 연락하던 친구들도 몇몇 만나고 왔다. 역시 요즘 부모님들은 예전 같지 않고 생각이 열려 있으시다. 수험생도 여행 다녀오라고 외국 보내시기도 하고.


어제는 공부방을 그만두신다는 쌤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 대한 넋두리를 거의 사십 분가량 들었다. 같이 푸념을 늘어놓기는 했으나 이 쌤을 만난 기억이 없는데 답답하신지 한참이나 허탈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셨다. 카페에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옮겨다니면서 일년치 하소연을 열심히 들어드렸다.


아, 진즉에 상담을 전공해서 돈 받고 들었어야 하는 건데.


그래도 몇몇 유용한 정보도 얻었고 같이 수다로 한도 풀었으니 된거겠지. 카페를 나오면서 눈치만 보며 벼르던 공부방 홍보를 잊지 않고 홍보지를 살포시 한아름 직원 언니에게 건네드렸다.

"저 근처에 공부방을 열어서 홍보지 좀 어머니들께 전달 부탁드려요" 세상 소심한 홍보 멘트.


"네 제가 매니저님이 왜 여기에 두었냐 하셔도 안 계실 때 조금씩 올려놓았어요."


앞으로 큰 복 받게 생기신 직원님의 따뜻한 말에 감동받았다.


하하. 감사합니다.(수줍 수줍) 어색하니 서둘러 퇴장.


제가 이 은혜 잊지 않고 드립백을 매주 구매하겠으며 몸이 부서져라 아파트 계단 올라가며 홍보할게요. 흑흑.

오늘은 딱히 쓸 말이 많지 않다. 일상일까 공부방일까 과외이야기일까 이 모두가 혼재돼 있는 카오스의 글이라 어느 매거진에 넣어야 하나?


봄날 오후에 꽃 구경을 잘했고 이제 장 보러 마트에 들른 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들 평화로운 주말 되소서




즐거운 꽃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