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항구에서

소설을 쓰려 했건만 어렵다

by 사각사각

오늘은 바다를 보러와서 두 시간 정도는 단편 소설을 쓸 계획이었다. 소설은 써 본 적이 없지만, 예전에 써 둔 걸 보충하면서 완성해 가려고 했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면서 그전에는 아주 우아하게 조용한 공간에서 소설에 집중해보려고 했으나.


이 작은 항구는 개발이 많이 되었다. 한적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공간이었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드라이브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도 생겼다. 아쉽게도 날씨가 아주 화창하지는 않았고 케이블카 주위로는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늘을 둘로 나눈 듯이 다른 한편은 푸른 하늘이 보였다.

‘완전히 흐리지는 않은 날이군. 신기하게도 흐린 하늘과 푸른 하늘이 반반이야.’


전망을 바라보고자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왔다. 창으로 해가 지는 게 보이면 얼른 나가서 사진을 찍을 계획이었다. 아이들이 두 명 있는 가족이 들어왔다. 아빠, 엄마, 딸, 아들이 모두 목소리가 크다. 목청이 남달리 큰 가족이다. 들어오자마자 카페를 전세라도 낸 듯이 시끄럽게 떠들며 주문을 시작했다.

“난 여기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을 거야.” 아들이 혼잣말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여보, 뭐 먹을 거야?” 엄마가 카운터에서 아버지에게 소리를 질렀다.

“난 소금 빵이랑 페이스트리.” 아버지가 자리에 앉아서 한껏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딸은 카운터 주변에서 춤을 추며 쿵작쿵작 울리는 강한 비트의 팝송을 따라 불렀다.


그리고 한참, 마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나갈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카페의 사장님과 아버님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남자는 배를 가지고 있고 낚시의 달인으로 동해와 남해안에 낚시를 자주 다닌다고 했다.


“감성돔 52cm 정도 되는 걸 낚곤 합니다.”으스대었다. 남자는 카페에 들어올 때 부인에게 7천만 원짜리 낚싯배를 사고 싶다고 했다. 부인은 당신이 배를 사겠다면 난 시그니엘을 구매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제야 이 대화의 실마리가 잡혀가는군.’


영감을 얻으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다시 펴들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모든 소리와 팝송까지 점점 더 귓가에 크게 들려온다.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다 틀렸군.’ 파일을 열어서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어봤는데 한참 쓰다가 지겨워서 덮었던 때보다는 꽤 괜찮은 시작인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해볼까?' 여기에서부터 회상을 해보는 거다.

그 때 남자는 시그니엘은 수십억이지만 낚싯배는 7천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고 항변을 했다.


’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릴 왜 계속하는지 모르겠네. ‘아마도 진심 반 농담 반이 섞인 말인 것 같다. '하긴 꿈도 꾸지 못할 아파트보다는 낚싯배를 사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겠지.'


마침내 열정적인 가족이 떠나고 나 홀로 남았다. 이제 조금 더 써 볼까 하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봤다.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했다.


”여기는 관광지여서 평일에는 5~6시면 문을 닫아요. 손님이 없더라고요.“

”아, 그런가요? 그럼 제가 이제 가야겠네요,“ 라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대화를 시작하셨다.


그래서 궁금했던 케이블카에 관해서 물어봤다. 케이블카는 ㅇㅇ도로 가고 17,000원인데 어떤 손님들은 비싸다고 불평을 했으며 아주머니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이외에도 아주머니에게서 이 카페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셨고 아직 간판도 바꾸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시에 닫는지 정확히 말씀이 없지만, 집에 가고 싶으신 것 같고 더는 눈치가 보여서 있을 수가 없다.


예상보다 일찍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바다 한쪽이 옅은 주황빛으로 물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소설을 덮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시간이다.

'역시 소설을 쓰는 건 어렵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