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첫 눈에 반한 것 일수도 아니면 완전한 착각일 수도 있다. 사랑은 동전의 양면같은 속성이 있다. 모 아니면 도.
그녀는 금사빠였다. 마음이 정해지면 모든 일에 직진을 하는 편이지만 사랑에도 역시나 그랬다. 유수같이 흐르는 시간속에서 망설임이란 쓸데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 만나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몰입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뭐라 이성적인 인간들이 비난 해도 상관없다. 너나 죽기 전에 후회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잘 살아라. 생겨먹은 대로 살다 가련다.
알쏭달쏭하다. 주변에서도 만나보라고 연신 권하는 데 정작 당사자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요즘 세상에 일 분이면 카톡을 보내고 의사 타진을 하는 세상에 연락이 없다는 건 끝을 의미한다. 점점 더 절망적인 미래가 그려졌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 데 끝이 보인다.
알 수 없는 폭풍 눈물에 휩싸여 스스로 만들어낸 악몽같은 드라마에 시달렸다. 이 눈물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 아직도 마음에서 쏟아내지 못한 온갖 회한이 섞여 있을 수도. 고로 한풀이에 가깝다.
그는 삼 주 만에 스르르 나타났다. 마음이 타들어가다 못해 혼자 이사짐을 버리듯 정리를 하기에 이르른 시점에. 화를 누르고 사람들과 어울려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아니 반가움이 화를 슬그머니 밀쳐냈다. 계속 조심스럽게 그의 마음을 살폈다. 아직도 처음처럼 나에게 간절하고 뜨거운가? 요즘 극도로 예민한 내 촉이나 육감이 흐려진 걸까?
그의 어머니는 치매이시고 거기에 최근에 병으로 입원까지 하셨다고 한다. '음, 독박 육아도 아니고 독박 간병이로군'
요양원을 알아봐야 겠단다. '제발, 그렇게 해라. 이 나이에 너의 인생은 독립적으로 그려져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또 카톡을 보냈다. 가능한 가볍게 아무렇지 않은 것을 가장하여. 계속 내 마음을 계속 떠보는 것 같아서. 내 참, 그러기엔 매우 저돌적인 성격인데 뭐하는 건지. 밀당이라던가 썸을 혐오하는 자로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해도 자존심이 있지. 마음을 다 내보이거나 먼저 구애를 할 수는 없다. 복불복이겠지만 해본 결과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답이 없다. 뭐지? 또 오해를 하는 건가? 지난 번에도 '이제야 봤네요.' 라고 일주일만에 답을 보내더니. 미친건가. 아무리 바쁘다해도 일주일동안 단 한 순간도 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 전쟁통에도 사랑은 이루어진다. 이 ㄴ아. 카톡에서의 인간 관계를 좀 정리해야 하지 않겠니?
사람이 우선 순위란게 있어야지. 쓸데없이 문어발식 관계를 유지하다가는 결국에는 혼자 살게 되는 거란다. 일년 같은 일주일만에 답을 보내려면 안 보내는 게 낫다. 내 사전에 하루 안에 답을 보내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카톡이 많이 오지 않도록 인간 관계를 가지치기 했기 때문이지.
참고 참아서 다시 모임에 나갔건만. 화창한 주말 아침, 문득 정신이 들어 카톡을 열어 차단을 누른다. 너도 한번 당해봐야 한다. 날마다 타들어가는 심정을. 격량의 의심과 안달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봐야 정신을 차린다. 아니면 조용히 네 갈길을 가라.
인연이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게 아니겠니. 붙잡아보려 했으나 이미 틀어져 저 먼 태평양 바다로 흘러가 버린 것일수도.
가을이 가면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