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을 해제했다

소설 2

by 사각사각

그렇게 그녀는 그렇게 당당하게 걸었던 차단을 슬며시 해제했다. 왜냐? 교회에 다녀와서 마음이 착해지고 양심에 찔려서일까? 혹은 그 모임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계속 만나게 될 텐데 한 명만 차단하기는 어려워서일까. '그래도 한번은 용서를 해야지 사람이 그리 야박하면 못 쓴다. 머지 않아 고독사가 기다리고 있다.' 고 속삭이는 자신에게 설득당했다.


그래도 화가 난 기분을 간접적으로 알리기 위해 오늘의 모임은 안 가기로 굳게 결심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설친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나 교회를 다녀와서 낮잠에 빠져들었다. 상태로는 수가 없다.

'아, 이 노무 인생 왜 이리 방구석에 박혀서 외로운 팔자런가.' 신세한탄을 하며 잠이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로 마음에 거짓 위로를 얻으러 신년 사주 팔자 또 보러 가야 하나.


'오늘까지도 전화가 오지 않으면 정리를 하련다.' 다짐을 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 치다가 장렬하게 쓰러질 판이다. 어느 새 잠에 빠져들었는 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음, 자다가 말고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받았다.


그는 " 목소리가 아이같네 어쩌네." 하였다. 자다가 깨서 목소리를 가다듬지 못해서입니다요. 어쩌라굽쇼. 비몽 사몽간에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꽤 좋은 편이네 .'


그녀는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난데없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하루 안에 답을 하지 않으시면 영원히 차단당할 수 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하루 동안 차단하고 홀로 괴로워 했건만 차단당한 이는 금시초문인 듯 했다. 내 의심은 했고 이럴 줄 았았다. 미쳐 버린다. 아예 확인을 안하셨구만요. 곰곰히 따져보면 24시간만에 차단을 풀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도 '나도 공사다망한 인간이다. 문자 잘 관리하시라.' 일침을 놓았고 그녀는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다. '흠, 정도면 단호하게 충분히 주지시켰지.'


그리고 다시 저녁 때 정다운 카톡을 나눴다. 파란 하늘 흰구름 아래 푸른 물살에 파도를 타는 것처럼 드디어 썸을 타는 건가. 썸이고 자시고 전화 한통이면 바람같이 달려나가 커피도 마셔줄 텐데 무슨 짓거리인지. 쓸데없이 답답하고 조심스러우시네.

카톡 내용을 다시 정독하여 읽어보니 또 오해가 있었다. 이러니 문자로는 의사소통이 확실하지 않다고 평소에도 그리 주장하지 않았나. 나름 문학소녀였는데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가. 그러니 죽을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자꾸나. 이 인간아. 아, 내 성질이 남들보다 많이 급한 건가. 도를 그리 닦았는데도.


그녀는 과연 이 만남이 성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밝은 미래가 펼쳐질지 것인지 걱정과 불안이 엄습하고 혹은 또 나홀로 일방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쓰는 건지 또 고뇌가 몰려왔지만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인간인지라 겁없이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해 걸어갔다. 성큼성큼.

가을이 끝나기 전에 ♡